8일 경기 안성 4곳에서 구제역 의심축이 무더기 발생했다. 42곳에 이르는 구제역 발생지역은 처음 발생했을 때 정부의 호언장담을 기억하게 한다. 4일 충북 진천에서 구제역 확진판정이 나왔을 때 정부는 ‘우리나라에서 접종하고 있는 백신 유형 내에 포함돼 있기 때문에 확산 가능성은 낮다’고 호언했다. 8일 현재 4개 시도 13개 시군까지 퍼지고 3만여 마리의 가축이 도살처분되거나 매몰될 것이라는 예측이 있었더라면,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허무맹랑하거나 정부를 매도하는 무리의 억측이었을 것이다.

문제는 최악의 상태로 흐른다는 것. 지난 5일 경기 안성에서는 소에서까지 구제역이 발생하면서 싱숭생숭한 여론에 농식품부를 비롯한 정부는 황당한 기색이 역력했다. 지난 6일 새해 첫 국무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농림축산식품부와 지방자치단체 등 일선 기관을 중심으로 구제역 확산방지를 위한 방역조치에 한치의 소홀함이 없도록 철저하게 현장을 관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축전염병에 대해 대통령이 첫인사로 갈음하는 것은 그만큼 구제역이 심각하다는 방증인 것이다.

정부는 이렇게까지 구제역 문제가 커지는 것에 원인을 찾아야 할 것이다. 매번 구제역을 겪으면서 역학조사 문제는 오리무중이었다. 바이러스가 어떻게 흘러들었고, 어디로 전파됐는지 정확한 과학적 입증 자료는 찾지 못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과학적 예측과 간접적 근거 등을 대입해 예방접종의 필요성도 제기됐었고, 선제적 차단방역에 대해서도 충분히 공감하는 분위기를 만들어낸 것도 사실이다.

이리해서 탄생한 게 구제역 긴급행동지침(SOP)이다. 헌데 이같은 매뉴얼이 융통성이 떨어지고 지침대로 시행하면 ‘뒷북’치는 결과만 초래한다면 다시 살펴봐야 한다. 정부는 매뉴얼대로 ‘백신접종 유형’에 대한 긴급조치를 충실히 추진했다지만 결과는 참패다.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유형 ‘미접종 유형’이 발생했다고 가정하고, 이에 대해 긴급조치를 실시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구제역 발생 자체가 ‘심각’한 일이기 때문에 위기경보에 단계를 두지 말고, 곧 바로 ‘심각단계’를 발령하고 Standstill(일시 이동제한) 조치를 시행해야 한다는 주장이 그것이다. 우리 국민은 구제역의 심각성을 몸으로 느껴왔다. 정부는 이제 매뉴얼을 손 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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