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차산업화’ ‘수출증대’ 강조…수급안정·수입산대책 등 부재

“진정성있는 소통과 설득을 통해 쌀 관세화가 결정됐다”
지난 13일 박근혜대통령 참석 아래 경제부처 합동으로 2015년도 정부업무보고가 있던 자리에서 이동필 농식품부 장관의 언급이다. 한해동안 농민단체들이나 현장 농민들의 시위와 탄원으로 점철된 ‘시대의 쌀개방 사건’이 어떻게 저렇게 포장될 수 있을까.

농식품부 업무보고의 단면이다. 13일자 보도자료로 배포된 이장관의 업무보고 내용은 ‘소통과 설득’ ‘정부입장에 대한 공감’ ‘긍정평가’ 등으로 농민과 농업계의 여론이 형성됐다고 자평하는 동시에, 이를 구축으로 ‘속도감있는 농정 추진’이 가능했다고 2014년도를 총평했다. 
어떤 농산물이던 예외없이 가격이 폭락하고, 계절을 가리지 않고 상경집회를 일삼던 지난해의 농업·농촌·농민의 생활 전체를 싹둑 잘라 낸 표현이, 올해 대통령 업무보고에 오른 것이다.


“‘비정상의 정상화’에 막힌 현실”

농식품부는 2014년 주요 농정성과로 ‘미래성장산업화 기반 마련’을 우선 꼽았다. 속도감 있는 농업시장의 글로벌화란 설명이다. 쌀 관세화와 5개국과의 FTA 등을 체결함과 동시에 영연방FTA에 대한 대책으로 2조1천억원을 추가 지원하는 것과, 이와관련된 토론회 등을 개최했다는 주석을 달았다.

농식품부는 “진정성있는 소통과 설득을 통해 쌀 관세화를 결정했고, WTO에 통보했다”면서 “지난 20년간 지속돼 왔던 최대 농정과제인 쌀 관세화에 대한 사회적 협의에 도달했다”고 성과보고를 했다. 여기에다 FTA는 농업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농업의 민감성을 반영하고 긴밀하게 소통해 잘 마무리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쌀 시장이 열리는 것에 대해 찬성한 농민은 없다. 정부가 시장 개방에 따른 쌀산업대책으로 고정직불금·이모작직불금을 인상하고, 정책자금 이자를 낮추는 등을 내놨지만, 농민들의 불안을 달래기엔 역부족이란 분석이다. 513%란 고율관세를 지키기도 어렵거니와, 국내외 쌀 가격이 무관세장벽으로 삼을 만큼 우리 편의대로 형성될리도 만무하다는 게 농민들 주장이다. “비정상적인 사고를 버리고, 도전의 기회를 갖자”는 정부와, “농촌의 현실을 철저히 외면한 정부를 믿지 못하겠다”는 농민들의 불신은 지난해에도 계속됐던 것이다.

농식품부는 또 6차산업화의 성공사례 확산으로 부가가치가 높아지고 일자리창출도 늘어났다고 평가했다. 50ha이상 들녘경영체 158개를 육성하고 선진국 수준의 ICT융복합 모델을 개발해 1천280농가에 보급했고, 이를 통해 경쟁력을 높였다고 내세웠다. 어려운 여건에도 농식품 수출은 8.1%의 증가를 보이는 등 수출산업으로의 가능성도 높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특정농민과 기업농에 국한한 일부 사례를 확대 홍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스마트팜 사업 또한 초기단계에 머물고 있고, ICT 모델 개발로 인한 6차산업 성공사례 또한 손에 꼽기 힘들 정도로 일반적인 사례로 보기 어렵다는 주장이 많다.

농식품부는 또 농축산물 수급안정에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양파는 사상 최대의 공급과잉 상태였지만 가격 급락세를 방어했고, 배추, 마늘, 무 등도 조기에 평년수준을 회복하거나 가격안정구간에 진입했다고 분석했다. 축산물 또한 수급조절협의회를 통해 한우와 돼지가격을 평년 수준에 상회하는 정도로 선방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배추·무·고추·마늘·양파 등 5대 채소에 대해 직접 수급관리를 담당한다던 계획과 달리 결과적으로 가격은 폭락했고, 소비까지 크게 줄었다. 나름 대책을 발동했지만 수포로 돌아갔다. 이에 대해 수급안정에 성공했다는 설명은 농민들이 공분을 사는 대목이다.
한우와 돼지가격 또한 천정부지로 치솟았던 것에 대해 뚜렷한 근본대책이 없었고, 다만 구제역 발생으로 조기출하를 서두르는 농가가 많아지면서 가격이 다소 주춤하는 현상을 가져왔다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소수를 위한 ‘6차산업화’ ‘수출산업’”

농업관련, 12일 열린 박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은 ‘현실성이 전혀 없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을 대입하지 않더라도 국내 농업계를 외면하는 내용이다. 박 대통령은 “농업도 쌀 관세화, FTA 등을 위기가 아닌 새로운 기회로 활용하도록 미래성장산업, 수출산업화 전략을 추진할 것”이라며 “스마트 팜을 본격적으로 보급하고 농촌 관광·유통·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도 ICT(정보통신기술) 표준모델을 개발해서 활용한다면 농업의 6차산업화도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농업분야가 FTA를 발판 삼아 중국ㆍ동남아를 넘어서 할랄시장(이슬람교도인 무슬림이 먹고 쓸 수 있는 제품 시장)도 진출할 수 있는 수출산업으로 키워 나가겠다는 약속도 곁들였다.

이는 물론 이동필 장관의 농정의지나 계획과 상통하는 내용이라는 게 일반 상식이다. 이를 감안할 때 농업전문가의 소견으로 보기 힘들다는 게 전문가들 반응이다. 농업연구기관 한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이슬람권의 나라들과 FTA를 체결하겠다는 얘기인지 의문인데다, ICT 표준모델 개발 등의 내용은 너무 뜬금없는 내용”이라고 지적했다.

농민단체들의 반응 또한 차갑다. 전농은 성명을 통해 “농업의 미래 성장을 위해서도 농산물 가격보장 정책이 가장 중요함에도 불구, ‘6차산업’ ‘수출증대’ 등 허무맹랑한 구상에 빠져 있다”면서 “이것은 특정농민과 기업농만 키우겠다는 것으로, 농업의 근본문제 해결에 대한 의지와 능력이 없음을 말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철지난 경제사업 재탕”

2015년 실천계획과 2014년 농정과제는 별반 달라진 게 없다는 분석이다. 농식품부는 농업분야 경제혁신 3개년계획인 ‘농업의 미래성장산업화 방안 실천’을 위한 6차산업화, 첨단화 ·규모화, 정예인력 육성, 수출확대, 행복한 농촌 만들기 등 5개 실천계획을 선정했고, 현정부의 지속 사업의 일환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실천계획의 요지는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의 일환으로 농업·농촌의 근본적 구조변화를 유도한다는 게 농식품부의 강조 점이다. 그러나 정부 또한 올해 전면적인 개방화 체제로의 편입, 국내외 경기의 불확실성 등과 국내 농업의 구조변화가 맞물릴 경우 적지 않은 충격이 있을 것이라는 예측도 하고 있는 터다.

이런 차원에서 현실성있는 세부계획이 수반돼야 한다는 게 농업계 전문가들 주장이다. 특히 농업정책에 대한 과실이나 실패를 농민에게 전가하는 모습부터 수정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일례로 ‘밑빠진 독에 물붓기’라며 각종 보조지원사업을 없애거나, 수입산에 대한 보호대책이 없는 상태에서 소득안정대책을 내세우는 사례 등은 정확하게 집고 넘어가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올해 농업정책은 박근혜정부 1, 2년차보다 오히려 ‘정책부재’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지난해 실패로 끝난 농산물 수급안정의 문제가 더욱 가속화될 것이란 예측이다. 올해부터 쌀 개방이 이뤄지면서 밭작물로 전환하는 벼재배농가가 늘어날 것이기 때문에, 지난해보다 가격폭락이 더욱 심화될 것이란 것이다.

여기에 농촌 전반에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시설 노후화 문제에 대한 대책도 모호하다는 지적이다. 일부 전업규모와 지원대상 농가들을 제외하면 일반 중소농가들에 대한 시설 보완 지원대책은 전무한 실정이다.
또한 농산물 유통단계에 대한 진단도 현실적이지 못하다는 게 농업계 여론이다. 일부 유통센터 건립을 통한 출하 일원화는 농협 경제사업만 배불리는 현상황과 비슷하게 재현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뿐 아니라 농가들의 부채문제에 대한 순차적인 해결방안도 풀어야할 과제로 남아 있는 터다. 농민단체 한 관계자는 “수입산이 물밀듯이 밀려들어올 올해는 분명 농업분야에 여러 충격이 다가올 것”이라며 “소수를 위한 일부 농정에만 치우쳐 또 다른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정부의 안일한 태도는 농업을 더욱 수렁으로 몰아갈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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