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재 수
aT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사장


2015 을미년은 양띠해이자 60년만에 돌아온 ‘청양’의 해이다. 양은 무리를 지어 움직이며 온순하고 잘 다투지 않는다. 최근 한 매체에서 국내 대기업 CEO를 조사했더니 양띠가 매우 많았다. 잘 융화되고 화합하는 특성 때문으로 여겨진다. 또 280여명의 양띠 CEO 중 1955년생 양띠가 159명으로 전체의 57%를 차지했다고 한다.

1955년생 양띠, 즉 을미(乙未)생들이 올해 만 60세로 환갑을 맞이한다. 우리나라 베이비붐 첫 세대이자 산업화를 일군 세대이다. 그런 1955년생 양띠들이 이제 서서히 현역에서 물러나거나 은퇴를 준비하고 있다. 60세면 적은 나이가 아닌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최근의 사회는 여러모로 과거와는 다르다. 작년 2/4분기에는 우리나라 60대 이상 취업자가 20대를 추월하기도 했다. 저출산·고령화 시대에 따른 인력구조 변화이다.

우리나라는 2017년 고령사회에 진입하고 2026년에는 초고령사회에 접어들 전망이다. 절반에 가까운 가구가 60대 이상 가구로 구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 60대 이상의 소비패턴을 보면 선택적 소비가 낮고 필수재 소비 비중이 높은 편이다. 의료비 지출이 많고, 특히 소득 대비 주거비와 식료품비 등의 비중이 매우 높다. 농식품업계도 60대 이상의 소비 트렌드에 대한 면밀한 분석과 조사가 필요하다.

환갑을 맞은 1955년생들의 활약은 세계적으로도 왕성하다. 최근 정계로 복귀한 니콜라 사르코지 전 프랑스 대통령도 1955년생이다. 필자는 지난 2011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G20 농업장관회의에서 “규제 없는 시장은 시장이 아니다”라고 강조한 사르코지 당시 프랑스 대통령의 연설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농업의 특수성을 강조하면서 다국적기업 위주의 농산물 시장구조를 비판한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사 창업자 빌 게이츠, 세계 최대 인터넷검색 기업 구글의 에릭 슈미트 회장, ‘혁신의 아이콘’ 스티브 잡스 등 IT업계의 3대 거두로 꼽히는 이들도 모두 1955년생이다.

 지난해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아카사키 이사무 메이조대 종신교수는 올해 87세이다. 아카사키 교수는 “유행하는 연구에 매달리지 말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 최고라고 생각한다”는 수상소감을 밝혀 많은 감동을 주기도 했다.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찰스 랭글(Charles Rangel) 미국 연방하원도 올해 한국나이로 86세 노령이다. 40여년간 지역민에 대한 열정과 헌신으로 최다선(最多選)인 23선에 성공했고, 지금도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랭글 의원은 상·하원을 막론하고 광범위한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하여 국익에 도움이 되는 정책이면 소신껏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정치원로로서 막힌 것을 풀고 원만한 합의를 유도하는데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80대 중반에도 왕성하게 활동하는 미국의 찰스 랭글 의원이나 일본의 아카사키 교수를 보며 우리나라 을미(乙未)생들을 떠올린다. 우리나라도 고용, 복지, 성장, 분배, 통상 등 많은 경제 현안이 있다. 농업분야에도 다양한 과제가 산적해 있다. 갈등을 조정하고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해줄 경륜 있는 원로가 우리나라에도 절실히 필요하다. 청양의 해, 화합을 상징하는 양처럼 우리 농업계도 원로들의 경륜을 바탕으로 여러 가지 현안을 슬기롭게 해결해 나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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