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이주여성, ‘다문화 선생님’ 되다

빨주노초파남보 7가지 색을 가지고 있는 무지개. 이 모든 색이 혼합되면 검은색이 감도는 혼탁한 색이 된다. 그러나 각각의 색이 적정한 선을 지키며 ‘무지개’라는 아름다운 하모니를 만들고 있다. 이 무지개처럼, 각각의 결혼이주여성들이 지니고 있는 다양성을 인정하며 다문화를 바르게 인식하도록 교육을 통해 전파하는 마을기업이 있다.

서울특별시 은평구에 위치한 ‘마을무지개’(대표 전명순)는 결혼이주여성과 함께하는 마을기업으로, 결혼이주여성을 다문화교육 강사로 양성해 공교육기관에 파견하는 일을 하고 있다. 그들에게 우리의 문화만을 강요하는 것이 아닌, 서로 다른 것을 인정하고 존중하며 이 다름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지역에 전파하고 있다.

#각각의 색이 돋보여 아름다운 ‘마을무지개’

마을무지개의 시작은 지난 2006년 전명순 대표와 지역에 거주하고 있던 중국에서 온 결혼이주여성이 만나면서다. 그저 서로의 언어와 문화를 가르쳐 주던 것에서 시작됐다. 그리고 이것을 계기로 마을무지개 전명순 대표는 우연처럼, 필연처럼 결혼이주여성들과의 인연이 시작됐다.

“주민자치센터에서 결혼이주여성을 대상으로 한국어교실이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한국어를 가르쳐주고 저는 중국어를 배우면 좋겠다는 생각에 한국어교실에 자원봉사 보조강사로 참여하게 됐어요. 거기서 알게 된 중국 결혼이주여성과 언어뿐만이 아니라 문화에 대해서도 많은 이야기를 나누게 됐는데, 성장하는 아이들에게 우리가 알지 못했던 중국의 다양한 문화를 알려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그렇게 첫 강의가 시작됐다. 마을에 있는 도서관에 무료강좌 공고를 붙여 수강생을 모집했다. 강의는 단순히 주입하는 교육이 아닌, 눈으로 보고 느낄 수 있도록 다양한 체험과 볼거리를 마련했다. 중국 전통의상인 치파오를 입어보고, 그 중국음식을 함께 만들어 먹고, 언어와 우리가 알지 못했던 문화를 아이들에게 가르쳤다.

강의를 진행할수록 사람들 앞에서 강의하는 것을 두려워하던 중국 결혼이주여성도 자신감을 얻었다. 다른 결혼이주여성들도 관심을 보이며 하고 싶다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이에 전 대표는 결혼이주여성을 위해 본격적으로 다문화 교육 강의를 진행하기로 했다.

#실패에서 가치를 찾다

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자본이 필요했다. 그때 알게 된 것이 마을기업. 마을무지개는 지난 2011년 마을기업으로 지정받았다. 그러나 마을무지개의 부푼 꿈과는 다르게 수많은 난관에 봉착했다. 이제까지 사업을 한 번도 해보지도 않은, 그저 남편이 벌어오는 월급으로 알뜰살뜰 살림하던 전 대표와 지역여성들이 사업을 한다는 것이 말처럼 쉬운 것이 아니었다.

“마을기업으로 지정받으며 국가지원금을 받았으니 이것저것 증빙서류를 만들어야 할 것이 산더미였어요. 그리고 돌이켜보면 마을기업 목적도 불명확 했었죠. 이윤을 위한 목적이 아닌 결혼이주여성들을 강사양성 하는 등 그들에게 환원할 수 있는 사업을 진행했어요. ‘기업’인데 이윤창출을 생각지 않았죠.”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결혼이주여성들의 정서함양을 위해 텃밭 가꾸기를 했었는데, 농사에 대한 지식이 많지 않아 실패하기 일쑤였다. 겨우 가을에 배추를 재배해 판매까지 했는데, 이윤을 따지고 보니 인건비, 재료비, 운송비를 따지면 오히려 적자였다.
“정말 많은 고민을 했어요. 지원금을 환원하고 포기할까 했죠. 고민 끝에, 그래도 해보기로 했어요. 실패를 하더라도 이 실패를 선례로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마을기업 지원이 시작되고 2차 년도에 마을무지개가 지정받았기 때문에 선례라는 것이 전무했다. 그래서 사업계획서에서부터 기업경영 전반에 관해 모르는 것이 너무 많아 몸소 부딪히며 겪을 수밖에 없었다. 마을무지개는 마을기업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실패라도 사례를 남기기 위해 다시 한 번 용기를 내어 마을기업 사업을 진행했다.

#다문화 선생님이 된 결혼이주여성

대표는 마을기업 지정 1차 경험을 토대로 2차에는 마을무지개가 잘할 수 있는 ‘다문화 교육’에 주력하기로 했다. 이전까지 주먹구구식으로 진행했던 수업들을 체계화시켰다. 교재와 DVD를 만들고, 커리큘럼을 작성했다. 교육 홍보 팜플렛도 만들고 교육기관에 배포했다. 그리고 번듯하진 않지만 마을무지개만의 사무실도 마련했다.

그러던 중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 찾아온다는 말이 있듯, 마을무지개에게도 기회가 찾아왔다. 은평구에서 혁신적으로 교육컨텐츠사업을 시작, 외부에서 시행하는 양질의 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도록 예산이 편성된 것이다. 교육 전문 주식회사였던 마을무지개에게 기회가 주워졌다. 이후에도 마을무지개의 교육이 입소문이 퍼지며 교육수요는 꾸준히 늘고 있다.

또한 지난 2013년부터는 ‘컬러링’이라는 공연팀도 만들어 쏠쏠한 부가수익을 올리고 있다. 컬러링은 베트남, 필리핀,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중국 등 5개 국가의 전통춤과 노래를 한다. 또한 전통놀이도 시연하며 관객들의 참여를 유도해 흥을 돋운다.

“공연팀은 처음에 결혼이주여성들의 정서함양을 위해 마을무지개 안에서 즐기며 했는데, 공연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컬러링’을 찾는 곳이 많아졌고 지금은 마을무지개의 수익창출에도 한몫하고 있습니다.”

현재 마을무지개에서 함께 일하고 있는 직원은 총 12명. 결혼이주여성 7명과 지역여성 5명이다. 수입은 한 달에 30~70만 원 정도. 큰돈은 아니지만 결혼이주여성들에게는 돈보다 더 큰 의미를 지닌다고 전 대표는 말한다.

“마을무지개는 조금씩 성장하고 있어요. 매출을 보면 꾸준히 성장해 온 것을 알 수 있지만 이보다 더 중요하게 성장한 것은 함께 일하는 결혼이주여성들이 성장했다는 것입니다. 표정이 달라지고 자신감을 얻으면 성장하고 있습니다. 이건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큰 성과입니다.”
결혼이주여성들을 위한 센터를 건립하고, 결혼이주여성들이 자존감을 살려 완벽한 한국정착을 돕겠다는 전 대표, 그녀와 마을무지개가 펼쳐나갈 아름다운 빛깔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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