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정 현
한국농촌지도자중앙연합회 정책연구실장


을미년 새해가 힘차게 밝아오고, 민족의 최대명절인 설이 코앞에 다가오고 있다. 명절을 맞이하면서 조상의 은덕에 감사하며 차례를 준비하며, 과연 여기에 차려지는 음식들 중에 우리 농산물이 아닌 외국의 농산물은 어느 정도인가라는 생각이 잠깐 해보게 되었다. 생각해 보면  한 해 한 해 지나가면서 우리의 밥상에 올라오는 농산물이 점점 더 외국 농산물로 채워지고 있는 사실을 확인하는 것이 어렵지 않다.

그만큼 우리 먹거리가 우리의 밥상에서 점점 외면되고, 사라지고 있는 현실을 우리는 직시하여야 한다. 한국 농업, 농촌의 위기가 어제, 오늘날의 일은 아니지만 한중무역협정의 체결과 쌀 시장 개방 등 농산물시장개방이 이제 우리의 농업과 농촌을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는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는 지난 시절 농업·농촌의 문제해결과 농민의 생존권 보호를 위하여 정부 및 정치권에 해결방안 내놓을 것을 요구하였지만 항상 되돌아 오는 것은 경제성장과 수출증대를 위해 농업의 희생은 어쩔 수 없다는 답변 뿐이다.

그렇다고 넋 놓고 이러한 대내외적 환경에 순응하면서 ‘세월이 약이다’라고 자조하면서 보낼 것인가? 아니면 마부작침(磨斧作針)의 자세로 비전을 수립하고, 단계별로 문제를 해결하고 새롭게 도약할 것인가? 이제 나를 비롯한 우리 스스로가 농업과 농촌, 농민을 지키기 위해 새로운 각오로 신발끈을 고쳐 매야 할 것이다. 흔히 “혼자 꾸면 꿈이요, 같이 꾸면 현실이 된다는 말”이 있듯 산지조직화는 농업계에서 풀어내야 할 가장 오래되고 중요한 숙원과제 이며, 이를 위해 지역농정의 중요한 축인 농협이 제 역할을 수행해내야 할 것이다.

그러기에 2015년 3월 11일 전국 동시조합장 선거가 가지는 의미는 매우 크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간 협동조합은 농민을 위한 경제사업은 뒷전, 정책자금은 정치논리로 활용하고 돈을 쫓아 금융 사업에 모든 사활을 집중함으로서 존재가치에 대한 의문점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으며, 작목반 등을 활용 산지조직화를 통해 유리한 조건 내에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비지시장에서는 대형할인매장에 그 역할과 기능을 내어주고, 결국 농민들에게 실망과 좌절, 농업소득 정체와 농가부채라는 무거운 짐을 안겨준 것이 사실이다.

지역 내 협동조합이 제 역할만 수행한다면 농산물의 과잉생산으로 인하여 농민들이 수확한 농산물을 갈아 엎는 일도 없을 것이며, 가격 폭등과 폭락으로 인하여 생산자와 소비자가 어려워지는 현상도 최소화 될 것이며, 합리적 가격으로 고품질의 우리농산물을 소비할 수 있는 풍토가 만들어 질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소비지 시장에서 농민들의 가격결정 권한도 강화될 것이며, 로컬푸드 활성화와 학교급식 등 지역먹을거리 체계 확립에도 중요한 자리를 차지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지역농협이 보다 더 조직화에 매진함과 동시에 철학의 부재에서 탈피하여 농업의 근본을 세우는 농철학 확립의 역할도 수행할 필요가 있다. 조선후기 실학자 다산 정약용 선생의 삼농(三農)의 농철학을 농협에 접목시켜, 후농(厚農), 편농(便農), 상농(上農)의 3대 기치를 통해 지역농협을 바꿔나가야 할 것이다. 첫째 후농은 경제적으로 조합원들이 별다른 어려움 없이 살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돈이 전부는 아니지만 없어서는 안 되는 것이며 농민들도 노력한 만큼의 댓가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편농은 농사짓는 일이 너무 힘들지 않아야 하고, 농촌에 사는 것이 불편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농사는 정해진 시간에 씨 뿌리고, 가꾸고, 거둬들여야 하며 힘들다고 쉽사리 쉬어갈 수 도 없기에 힘든 일은 이제 기계로 할 수 있어야 하고, 필요할 때 일꾼도 구할 수 있어야 하며, 아프면 돌보아 줄 수 있는 사람이 있어야 하며, 때로는 문화적 삶을 영위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으로 향후 지역농협이 선도적으로 만들어 나가야 할 과제이다. 마지막으로  상농은 농업·농촌·농민에 대한 사회적인 평판이 나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농업에 종사하다는 것이 자부심으로 농촌에 산다는 것이 행복함으로 농민으로 산다는 것이 자신감으로 남을 수 있도록 농민들의 사회적 지위강화에 보탬이 될 수 있는 농협이 되어야 할 것이다.

이제 농협은 농민 조합원에 의한, 조합원을 위한, 조합원의 농협이 되어야 할 것이다. 단순히 돈벌이 수단으로서의 공간이 아닌 농촌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한 구심점의 역할을 수행해야 할 때문이며, 그렇기 위해  ‘깊은 물에 큰 배 뜬다’라는 말이 있듯 나무가 아닌 큰 숲을 보는 농협이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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