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농상생협력으로 지속가능한 성장마을 만든다”

▲ 서우영 이사장과 그의 아내 김영선 씨
충주시내에서 동남쪽으로 약 30km 정도 떨어진 충청북도 충주시 살미면 공이리. 이곳은 충주호의 절경이 한눈에 보이는 굽이굽이 진 숲길을 따라 들어가다 보면 나오는 작은 산촌마을이다. 이 산촌마을에는 마을주민과 귀농ㆍ귀촌을 계획하는 도시민 등이 공동체를 이루는 마을기업이 있다. 바로 지난 2014년 마을기업으로 지정받은 월악산공이동 협동조합(이하 월악산공이동/이사장 서우영)이다. 월악산공이동에서는 마을에 위치한 폐교인 공이분교를 활용해 농촌체험을 하고, 농산물 직거래를 하는 등 도농교류 활성화로 마을에 활력을 불어 넣고 있다.

#생산자ㆍ소비자ㆍ후원자 뭉쳐 탄탄한 성장기반 다져

월악산공이동은 충청북도에서 등록한 1호 협동조합이다. 협동조합기본법이 시행된 이후, 지난 2013년 1월 14일 협동조합신고필증을 교부받은 월악산공이동은 ‘충북 첫 협동조합 탄생’이라는 타이틀로 많은 관심과 집중을 받았다. 2년여의 시간이 흐른 현재의 월악산공이동은 어떠한 행보를 보이고 있을까?

월악산공이동은 뚜렷한 두각을 나타내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들만의 템포로, 천천히 한 계단 한 계단 성장해 나갔다. 그 증거가 바로 월악산공이동을 찾는 소비자들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이 소비자들은 단순히 질 좋은 농산물을 구입하는 것을 넘어, 농산물을 구입할 때 농업노동력 대가를 충분히 지급해야 한다는 의식을 지닌 고정소비자들을 늘렸다는 점이 눈에 띤다.

▲ 매년 ‘김장품앗이’를 진행하며 독립운동 관련 가정, 위안부 할머니 쉼터 등 사회 소외계층에게 김장김치를 전달하고 있다.
이 고정소비자들을 정식 조합원은 아니지만 ‘월악산공이동 후원자’로 분류해 관리하고 있는데, 이 수가 꾸준히 증가해 70여명을 확보했다. 이 후원자들은 농산물을 정기적으로 직거래하거나 월악산공이동에 다달이 1만원에서 3만원 사이의 회비를 내는 등 후원하고 있는 소비자들이다. 월악산공이동은 이 후원자들에게 일 년에 3~4번의 농산물꾸러미를 전달하며 교류를 이어오고 있다.

월악산공이동의 정식조합원은 생산자조합원과 소비자조합원이 있다. 생산자조합원은 마을에 거주하면서 농산물을 생산하는 조합원으로 권리도, 의무도 많다. 소비자조합원은 매달 회비와 조합비를 내고 있는 조합원이다. 이렇게 월악산공이동은 15명의 조합원과 70여명의 후원자들이 함께 꾸려가고 있다.

월악산공이동 서우영 이사장은 “월악산공이동에서는 조합원은 아니지만 뜻을 공유해 언제든지 조합원으로 가입할 수 있도록 준조합원 자격을 지닌 후원자를 두는 등 중간 교류 역할을 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다”며 “이를 통해 소비자들이 부담 없이 농업ㆍ농촌에 접할 수 있도록 했으며, 더 나아가 소비자들이 거부감 없이 농촌에 흡수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다”고 전했다.

#농촌체험으로 직거래 ‘신뢰’ 높여

월악산공이동이 생산자, 소비자, 후원자 등의 조합원 구조를 만들어 탄탄한 성장기반을 다질 수 있었던 것은 단기간에 이뤄진 결과가 아니다.
월악산공이동은 협동조합을 만들기 이전부터 사단법인을 설립해 농산물 직거래, 농촌체험 등 다양한 도ㆍ농교류사업을 펼쳤었다, 7년 전 마을에서 생산된 농산물의 판로를 직거래를 통해 확대키 위해 서 이사장을 필두로 마을주민들이 모였던 것이다. 마침 마을에 폐교가 있어 폐교를 작업장 삼아 마을에서 생산 된 옥수수, 감자, 수수, 곶감, 콩, 고춧가루, 벌꿀 등 다양한 농산물을 직거래 판매하고 있다.

▲ 월악산공이동에서는 계절별 다양한 농촌체험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은 배추 수확 체험을 하고 있는 아이들 모습.
서 이사장은 “현재 우리나라에서 다국적 FTA를 진행하고 있어, 농업의 길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며 “농업으로 돈을 번다는 것은 특화된 상위 몇 퍼센트만 가능할 뿐 대부분의 농업인들은 가격경쟁력에 밀려 줄도산 우려가 크다”고 전했다.

이어 서 이사장은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가 가야할 방향은 ‘직거래’뿐”이라며 “직거래와 농촌체험을 통해 소비자들과 쌓아온 신뢰를 바탕으로 농산물을 판매한다면 승산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서 이사장은 농산물 단순 판매가 아닌 소비자들이 농업ㆍ농촌을 직접 느낄 수 있는 농촌체험과 연계한 농산물 판매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이 농촌체험을 하면 농업노동력의 대가가 어느 정도인지를 몸소 느낄 수 있어 농산물의 가치를 올바르게 인식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 때문이다. 또한 직접 눈으로 보고 느끼는 만큼 소비자와의 신뢰감도 더욱 돈독해져 꾸준한 직거래가 성사된다고 밝혔다.

월악산공이동에서는 다양한 농촌체험을 진행하고 있다. 배추, 무 등 종자 파종에서부터 옥수수, 감자, 고구마 묘종 심기, 수확까지 계절별로 농촌에서 이뤄지는 농사 전반에 대한 체험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두부 만들기, 김장담그기, 고추장 담그기 등 농산가공품 만들기도 인기리에 진행하고 있다.

#협동조합 설립 3년차…“관련기관의 협동조합 이해도 낮아 운영 어려움 따라”

도내 1호 협동조합으로 많은 관심 속에 문을 연 월악산공이동은 시작은 창대했지만 협동조합을 운영하는 것은 그리 녹록치 않았다. 협동조합기본법이 통과됐지만 법원부터 부처까지 실무를 보는 기관에서 조차 협동조합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져 협동조합을 운영하는데 큰 어려움이 따랐다. 특히 현재 협동조합이 대부분 소상공인 위주로 조성되다 보니 농업분야의 협동조합은 더더욱 선례가 없어 매번 난관에 부딪혔다.

서 이사장은 “협동조합은 법인격을 같다고 나와 있지만, 농업에서는 단순히 영농조합법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농업지원 사업에서 협동조합을 제외하고 있다”며 “이에 우리처럼 농업을 기반을 둔 협동조합은 사업을 지원받을 길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서 이사장은 “법 사이에서도 모순이 많은데, 고칠 생각은 하지 않고 규정에 없다는 말로 일관하며 협동조합이 소외당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전했다.
저작권자 © 여성농업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