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로 만든 ‘천연비누’로 예뻐지세요”

문화여성들의 안정된 한국 정착을 돕기 위해 다문화여성 일자리 창출에 앞장서고 있는 사회적기업이 있다. 경상남도 거창군 남상면에 위치한 ‘유한회사 자연향(이하 자연향, 대표 김재순)’의 이야기다. 자연향은 4명의 다문화여성들과 함께 지역에서 생산한 농산물을 이용해 친환경적인 천연비누, 천연화장품 등을 개발ㆍ판매하며, 체험 프로그램과 교육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은은한 자연의 향기처럼, 거창을 향기롭게 만들고 있는 자연향과 다문화여성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다문화여성의 삶의 질 개선 위해 회사 설립”
자연향 김재순 대표가 다문화여성과 인연을 맺은 것은 지난 2007년. 여성농업인단체인 ‘생활개선회’에서 활동하던 김 대표가 생활개선회원들과 함께 거창지역에 갑자기 늘어난 다문화가정을 돌보는 봉사활동을 시작하면서부터다.

특히 거창군농업기술센터에서 다문화여성을 대상으로 한 한글공부교실을 열었는데, 김 대표가 한글공부 교사 자원봉사를 하며 다문화여성들과 더욱 깊은 소통을 하게 됐다.
김 대표는 “수많은 다문화여성들을 만나며 그들의 속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는데, 이들의 마음만 보듬어 줄 것이 아닌 실질적으로 한국정착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이 없을까 고민했다”며 “다문화여성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해 한국정착을 돕고 삶의 질을 올려 주고자 자연향을 설립하게 됐다”고 섭립 취지를 설명했다.

자연향은 지난 2011년 11월 기업을 설립하고, 이듬해인 2012년 예비 사회적기업으로 인증 받았다. 이어 지난해 5월 인증 사회적기업으로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자연향이 설립된 후 사회적기업이 되기까지 3년이 채 걸리지 않았다.
김 대표는 “사회적기업이 되기까지 정말 힘들었다”면서 “노력 끝에 인증 받은 사회적기업이라 더 값지다”고 말했다.

현재 자연향은 4명의 다문화여성이 일하고 있다. 네팔, 캄보디아, 중국 등 피부색도 다르고 언어도 다르지만, 이들은 자연향이라는 포근한 울타리 안에서 정규직원으로 일하고 있다. 다문화여성들이 자연향에서 천연비누를 만들고, 체험과 교육 프로그램 진행시 보조강사로도 활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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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농산물로 만든 천연비누 30여가지 개발

다문화여성들이 만드는 천연비누는 일반비누와는 확연히 다르다. 모두 김 대표의 아이디어와 피나는 연구 끝에 얻어진 비누다.

우선 자연향의 천연비누의 첫 번째 특징은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로 비누를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김 대표가 직접 유기농으로 농사지은 쌀에서 얻은 쌀겨를 비롯해 산초, 포도, 사과, 오미자, 의성초, 달걀, 파프리카 등 다양한 농산물로 천연비누를 만들고 있다. 김 대표가 개발한 종류만 30여가지가 넘는다. 김 대표가 밤잠을 설쳐가며 천연비누 개발에 매진한 결과다.

김 대표는 “비누를 만들 때, 농산물을 즙을 내서, 기름을 짜서, 말려서 가루로 넣을 때 등 농산물 별로 피부를 좋게 만드는 방법이 다르다”며 “다양한 방법으로 비누를 만들어보고, 이후 직접 써보고 지인들에게 사용 후 의견을 물어 최고의 천연비누를 만들기 위해 연구했다”고 밝혔다.

두 번째 특징은 ‘좋은 재료는 많이 넣자’는 김 대표의 기업철학처럼 피부에 좋은 천연성분을 듬뿍듬뿍 넣는 것이다. 여기에도 김 대표의 노력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아무리 좋은 재료라도 비율에 따라 품질이 달라질 수 있는데, 김 대표는 그녀만의 특별한 레시피로 고품질의 천연비누를 만들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자연향의 천연비누가 특별한 이유는 천연비누를 1년 동안 숙성시키는 것이다.

비누는 만드는 방법에 따라 그 종류가 다양한데, 우리가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비누는 MP비누로 비누베이스를 녹인 것에 첨가물을 넣어 굳혀서 만든 것으로 굳혀서 바로 사용 가능하다. 자연향이 숙성시키는 비누는 이 MP비누가 아닌 ‘CP비누’이다. CP비누는 저온에서 베이스오일 등을 이용해 만들며 숙성기간을 거쳐 만들게 된다. 시간과 노력이 많이 필요하다. 보통은 1~3개월 정도의 숙성기간을 거치지만 자연향에서는 1년의 숙성기간을 거친다. 가성소다 등 비누를 만들 때 필수적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는 화학성분들이 오랜 숙성기간을 거치며 배출되게 하기 위함이다.

1년이
란 숙성기간은 물건을 생산에서 빨리 판매해 수익을 내야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쉽지 않은 결정이지만, 김 대표는 ‘나와 내 가족이 사용할 비누’라고 생각하며 이 방법을 고수하고 있다.
특히 자연향에서 만드는 CP비누에는 계면활성제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 대신, 천연거품을 낼 수 있는 코코넛 등을 넣는다.

김 대표는 “소비자들은 그동안 거품이 없으면 싫어하지만 계면활성제가 화학성분이기 때문에 피부에 좋지 않다”며 “소비자들의 기호에 맞추기 위해 MP비누에 한에서만 소량의 계면활성제를 첨가하고 있지만 CP비누에는 전혀 넣지 않는다”고 밝혔다.

#“천연비누 수출 목표”
자연향에서는 천연비누 외에도 샴푸바(비누형태로 만든 샴푸), 천연화장품, 향초, 아로마 오일 등을 생산ㆍ판매하고 있다.
특히 한방재료와 허브, 아로마 오일 등을 10시간 이상 끓여 만든 삼푸바는 입소문이 퍼지며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또한 자연향은 오는 5월 중 천연 주방세재를 출시할 계획이며, 천연비누도 꾸준히 연구개발해 나갈 예정이다.

김 대표는 천연비누 개발과 함께 올해부터는 유통망 확대에 매진할 계획임을 밝혔다. 이제까지 제품 개발로 생산기반을 다져왔다면, 이젠 유통망 확대로 수익창출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자연향이 설립되고 3년이 흐른 지금, 자연향의 제품이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으며 꾸준히 성장해왔다”며 “앞으로 3년 동안은 그동안 개발한 비누를 기반삼아 대한민국의 대표 비누로 자리 잡고 더 나아가 수출도 성공할 수 있도록 열심히 뛰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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