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과 클래식, 환상의 하모니 이루다

▲ 사랑골 영농조합법인 대표 이명희, 심춘택 부부
라북도 김제시 백구면 학동리 상모마을, 알록달록 예쁜 벽화가 그려진 집 한 채가 눈에 들어온다. 안으로 들어가니 푸르른 하늘 아래 펼쳐진 너른 잔디밭, 그리고 꽃과 소나무들이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진다. 마당에는 진돗개, 토종닭, 말을 비롯해 희귀한 동물들도 눈에 들어온다. 이곳은 사랑골영농조합법인(이하 사랑골/대표 이명희)으로, 아름다운 시골풍경을 배경으로, 너른 잔디밭을 무대삼아 문화공연과 체험 등을 진행하며 도시민에게 휴식과 재미를 주고 있다. 사랑골은 ‘사랑골에 오시어 잊었던 사랑을 보고 듣고 만지며 맛보고 담아 가소서’라는 슬로건처럼 오감만족을 통해 지친 도시민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사랑골에 울리는 목장, 백련. 땅의 노래

사랑골이 도시민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었던 것은 농촌과 음악, 그리고 우리 먹거리의 완벽한 하모니가 이뤄졌기 때문이다.그렇다면 이 멋진 하모니를 만드는 지휘자는 누굴까? 바로 사랑골 이명희 대표와 그녀의 남편인 심춘택 씨다.

우선 첫 번째 지휘자인 이명희 대표는 지역농산물을 이용한 농촌체험과 먹거리 생산 등을 진두지휘한다. 탁월한 손맛과 여성의 섬세함, 그리고 교직에 몸담았던 경험을 토대로 사랑골을 찾는 도시민들에게 다양한 체험과 음식을 제공하고 있다.

사랑골의 체험은 세 가지의 노래가 하모니를 이룬다. 목장의 노래인 목가(牧歌), 백련의 노래인 연가(蓮歌), 땅의 노래인 야가(野歌)이다. 오케스트라의 많은 연주자들이 조화를 이뤄 음악을 연주하듯 목가, 연가, 야가의 하모니가 사랑골에 울려 퍼진다.

목장의 노래인 목가는 클래식 음악을 듣고 자란 소의 젖인 우유를 이용한 체험을 말한다. 원유로 요구르트, 치즈를 만든다. 또 이렇게 만들어진 요구르트와 치즈를 이용해 다양한 음식도 만들어 먹는다.

백련의 노래인 연가는 마을 근처에 있는 부용사 일대 1천여평의 백련지에서 나는 연을 이용해 연꽃차, 연잎차, 연근차, 연잎약식 등을 체험한다.
마지막으로 땅의 노래인 야가는 기름진 들판에서 나는 농산물을 이용한 체험이다. 농산물 수확체험과 함께 지역에서 생산된 농특산물을 이용한 가공품을 만들 수 있다.

명희 대표는 “젊은이들이 농촌으로 유입되고, 도시에서 자라는 아이들이 농촌에 와서 꿈을 키웠으면 하는 바람에 체험을 시작하게 됐다”면서 “넓은 잔디밭에서 뛰어놀고 다양한 동식물을 접할 수 있으며 지역에서 생산된 신선한 농산물을 맛볼 수 있어 따로 홍보한 적이 없는데도 아름아름 입소문이 퍼져 체험객이 꾸준히 늘고 있다”고 전했다.

#농촌에서 여는 클래식연주회

사랑골의 또 다른 지휘자인 심춘택 씨는 사랑골 연주회의 지휘를 맡고 있다. 그는 실제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지휘자다. 전라북도의 교향악단은 모두 그의 손을 거쳐서 설립됐을 정도로 전라북도에선 음악계 대부로 불리는 인물이다.
심춘택 씨가 농촌마을에 자리 잡은 사랑골에서 연주회를 열기 시작한 것은 10여년 전. 매년 1~2회 주기적으로 연주회를 열고 있다.

심춘택 씨는 “모든 문화공간이 도시에 집중돼있다”며 “농촌에 살아도 도시민들과 똑같이 문화혜택을 받을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고자 농촌마을에서 음악회를 열게 됐다”고 밝혔다.60여명의 연주자로 구성된 음악단이 이명희 대표와 심춘택 씨의 자택 2층에 위치한 큰 강당, 그리고 집 앞 500여평의 잔디밭에서 공연을 한다. 공간만 변화를 주었을 뿐인데도 ‘클래식음악은 어렵다, 딱딱하다’하다라는 편견으로 클래식음악을 가까이하지 않았던 도시민들도 친숙한 농촌에서 격식 없이 편안하게 클래식을 즐기고 있다. 특히 처음엔 농촌마을에서 음악을 한다는 것에 대해 관심을 주지 않았던 마을주민들도 지금은 함께 음악감상을 할 정도로 클래식과 친숙해졌다.

#“음악을 매개로 지역에 활력 북돋을 것”

랑골의 두 지휘자인 이명희 대표와 심춘택 씨는 남녀노소, 직업불문 누구나 문화공연을 즐길 수 있는 장을 마련하고 싶다는 꿈을 가지고 있었다. 두 지휘자는 사랑골을 주축으로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한 이 둘에게는 작은 꿈이 더 있다.

심춘택 씨는 “가정형편이 어려워 레슨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해, 그들이 꿈을 포기하지 않도록 음악지도를 도와줄 것”이라면서 “또한 농업인들이 음악을 즐기고 문화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지역농업인 중창단을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명희 대표는 “앞으로도 사랑골의 목가, 연가, 야가의 하모니가 잘 울려 퍼지도록 농촌체험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면서 “사랑골 음악회에서 지역 농산물도 판매해 지역주민들의 소득증대에도 적극 돕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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