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 영 업
국립식량과학원 논이용작물과장

지난 1960~70년대의 4월~5월을 보릿고개라 부른다. 보릿고개는 지난 가을에 추수한 벼가 이듬해 보리가 익기 전에 거의 소비되어 대부분의 국민들이 끼니를 걱정 하면서 어렵게 지낸 시기를 말한다. 그 시기에 영남지방은 다른 지역에 비해 논 면적이 적고 밭 면적은 많아서 보리의 생산량이 많았고 보리밥으로 끼니를 때웠다. 그래서 경상도 사람을 ‘경상도 보리문둥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달리 말하면 경상도에서 보리를 많이 생산했기 때문에 어려운 시기를 견딜 수 있었고 그 기반 위에서 우리나라의 산업화의 터전을 만들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런 보리 생산에 중추적인 역할을 한 곳은 (구)‘영남 작물시험장(1969년〜 2004년 2월)’과 (현)‘국립식량과학원 남부작물부’이며, 이곳에서 꾸준히 맥류에 대한 연구 성과를 도출 했기에 가능했다. 겉보리에서는 벼 이모작 재배에 지장이 없는 조생종이면서 병에 강하고 수량이 많은 ‘부흥’을 비롯하여 ‘알보리’ 등 11품종을 개발했다. 밀은 2모작 재배가 가능한 ‘올밀’등 6품종, 맥주보리는 ‘호품보리’ 등 8품종을 개발해 보급하였다.

최근 정부에서는 맥류의 자급률을 높이기 위해 동계작물의 재배면적을 확대 추진하고 있으나 이상기상에 의해 파종기에 잦은 강우로 파종을 포기한 농가가 많아 동계 작물 파종은 전년 대비 30%이상 감소해 국내 곡물 자급률 하락과 축산농가의 조사료 부족으로 인한 사료 값 인상이 우려되고 있다. 이러한 우려 속에서 농진청은 영남지역에 맥류연구를 재개하여 우리나라 남부지역에 적응하는 밀, 쌀귀리 품종 및 생산 기술을 개발하여 농가에 보급하고자 한다.

식량자급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밀과 보리같은 동계작물의 재배면적 확보가 필수적이고 대부분의 미/맥 이모작 재배는 남부지역에 국한되어 있으며 경지이용률 확대를 위한 벼-하파귀리-청보리을 연계하는 삼모작 등 다양한 이들 작부체계에 알맞은 품종을 개발할 계획이다.

최근 기후변화로 맥류 파종기인 10월 중순에서 11월 초순까지 집중적인 강우로 동계작물의 파종이 어려우며 만파(늦뿌림)한 경우 겨울철 동안 동사하여 수수 확보에 어려움이 있어 봄에 파종이 가능한 춘파밀을 개발하고 지역별 적응 품종 선정함과 동시에 맞춤형 재배법을 개발하여 농업인들에게 보급할 계획이다.

또한 영남지역에 산재하는 중소형 규모의 가공업체와 연계할 수 있도록 대단위 단지를 조성하고 용도별 고품질 원료맥을 생산하여 지역 특산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더불어 안토시아닌 등 항산화 물질이 많은 검은색 밀과 쌀을 혼합하여 사용할 수 있는 찰밀 등을 개발하여 혼반용 및 가공용으로 보급하여 용도 다양화를 꾀할 것이다.

보리와 밀 뿐만 아니라 참살이 바람을 타고 인기를 얻고 있는 귀리에 대한 연구도 함께 추진할 계획이다. 귀리는 지금까지 알려진 완전곡물에 가까울 만큼 영양적인 면과 기능성 성분이 풍부한 작물로 알려져 있으며, 쌀과 함께 먹는 혼반식 및 다양한 제품들이 쏟아지고 있다.
따라서 이에 부응하는 고 베타글루칸, 고 지방산이고 대립이며 내한성이 강한 품종을 개발하여 남부 쌀귀리 재배 단지를 조성하고 가공업체와 연계한 제품개발 및 6차 산업으로 육성 할 계획이다.

쌀귀리는 추위에 약해서 고사경 비율이 높고 살아있는 이삭도 늦게 분얼 하여 겉껍질이 잘 안 벗겨져 품질저하가 우려되고 있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초형의 품종을 개발하고 껍질을 벗길 수 있는 기계를 공동으로 구입하여 쌀귀리 6차 산업으로 발전시켜 식량 자급률 향상에 앞장서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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