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그만 힘이라도 줄 수 있다면…”

  
 
  
 
전라남도 장성군 남면 마령리 538번지에 터를 잡고 있는 장성여성농업인센터는 주소가 이곳 하나가 아니다. 센터의 사무실과 어린이집, 공부방이 따로따로 떨어져 있어 직원들이 동분서주 바쁘게 움직여야만 관리할 수 있다.
직원들은 여성농업인들에게 조그만 힘이라도 될 수 있다면 이런 불편함 쯤은 아무 문제가 아니란다. 농사일 하랴, 아이들 돌보랴, 집안일 하랴, 시부모님 모시랴...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한 여성농업인들에게 모든 짐은 덜어줄 수 있지만 한 가지 짐이라도 덜어주고 싶은 것이 장성여성농업인센터의 마음이다.


아이들 보육 걱정이라도 덜길…

장성여성농업인센터에서 가장 신경쓰는 것이 바로 아이들 문제다. 센터가 위치해 있는 이곳 장성군 남면에는 어린이집과 사립학원이 전무한 실정이다. 광주광역시와 거리상 가까워 젊은 사람은 많은 편이라 그 필요성이 더 절실하다.
젊은 농업인 부부가 아이 맡길 데가 없다보니 나이드신 부모님에게 아이를 맡길 수 밖에 없고 농촌의 현실상 부모님도 집에서 쉴 수만은 없기에 아이를 업고 나가 밭일을 하는 경우가 많다. 엎고 일하는 경우는 그나마 나은 편. 아이들을 논·밭 두렁에 눕혀놓고 일을 하는 경우도 다반사였다. 그러다보니 아이들이 벌에 쏘이고 뱀에게 물리는 사고가 빈번했다. 또 하우스 농사의 경우 아이들이 하우스안에서 방치돼 열사병 등의 사고를 당하는 경우도 있었다.
여성농업인센터는 으리으리하고 좋은 시설은 아니더라도 적어도 젊은 농업인 부부가 맘놓고 농사에만 전념할 수 있게 하기 위해 2002년 놀이방을 개소했다.
그러나 요즘들어 센터 어린이집에 고민이 생겼다. 현재 17명의 아이들이 여성농업인센터의 보살핌을 받고 있는데 점차 그 수가 줄어들어 운영이 어려워지고 있는 것.
여성가족부의 보육아동지원금이 늘어나면서 농촌의 젊은 부부들이 도심지의 어린이집으로 아이들을 보내게 됐다. 물론 지원이 늘어난 것은 잘 된 일이지만 아이들이 자꾸 빠져나가게 되고 아이들이 없어 어린이집을 운영하지 못하게 되면 예산 지원을 받을 수가 없어 센터의 운영까지도 어려워지게 된다.
오경자 장성여성농업인센터 대표는 “센터의 시설이 사설 어린이집과 비슷한 수준이라면 큰 걱정이 없겠지만 시설에 대한 지원이 전무한 상태에서 시설 기준을 맞추기란 불가능 하다”며 걱정했다.

교육 걱정이라도 덜길…

장성이 다른 농촌지역에 비해 젊은 사람들이 많다 해도 장성 역시 예전에 비해서는 아이들이 많이 줄어들고 있다. 보육이 필요한 어린이들 외에도 초·중·고 학생들도 많이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아이들이 줄어든다고 대충 운영할 수는 없는 일. 농촌의 아이들은 초등학교를 들어갈 때까지 한글교육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고 학교에 들어가서는 학원에 다니기 위해 2시간씩 기다려 버스를 태워 보내야만 하는 현실에 놓여있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이 학원시간까지 군것질, 오락 등으로 시내로 나가 배회하게 되고 탈선의 길로 빠지기 쉬웠다. 센터의 경우 수업이 끝나는 시간에 맞춰 아이들을 데려와 숙제와 학습 지도를 해주고 아이들이 간식 등으로 건강을 해치지 않게 하기 위해 우리 농산물로 만든 간식을 제공하고 있다.
숙제·영어·독서 지도 등의 학습지도를 비롯해 장구교실, 피아노교실 등을 상설 운영하고 주마다 체험활동 등을 꾸준히 운영해 아이들이 도시 아이들에 뒤처지지 않도록 하고 있다.
또 2004년부터 아이들에게 피아노를 가르치기 시작해 2005년 3월 센터는 3대의 피아노를 구비한 공간을 마련, 초등생을 위한 피아노교실을 열어 지역 아이들의 큰 호응을 받고 있어 아이들 수업이 끝나면 이곳에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다.

여성농업인들의 오아시스

아이들의 교육만 신경 쓰느냐. 당연히 아니다. 명색이 여성농업인센터인데 여성농업인을 위한 교육이 없다면 여성농업인센터라 할 수 있겠는가. 복지·문화의 사각지대에 놓여져 있던 여성농업인들에게 여성농업인센터는 사막의 오아시스다.
센터는 2005년부터 한글교실을 열어 한글을 깨치지 못해 관공서 가기도, 전화걸기도, 버스를 타기도 힘들던 여성농업인을 위해 새로운 삶을 열어줬다. 처음 10명이 넘던 학생이 많이 줄어 비록 많은 수의 학생은 아니지만 3년이 지난 지금 졸업을 안하겠다고 협박(?)할 정도로 애착들이 강하다.
뿐만 아니라 스포츠댄스, 발마사지, 풍물교실, 요가교실, 수지침, 도예교실 등 다 헤아릴 수도 없는 많은 교육들을 실시하고 있다.
비록 부정기 사업이지만 건강교실, 취미교실, 문화교실이라는 이름으로 꾸준히 운영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살기좋은 농촌, 행복한 여성, 신나는 아이들’이라는 목표로 운영되고 있는 장성여성농업인센터.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여성농업인들에게 조그마한 힘이라도 되고 싶다고 노력하는 센터를 보면 농촌의 미래는 밝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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