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상 범
농촌진흥청 농업환경부장


우리 민족은 반만년 역사 이래 벼농사를 가장 중요시 해 왔다. 지금도 100여만 헥타르의 논에서 3천5백만 섬의 쌀을 생산하여 주곡 자급을 이루고 있다. 그런데 1990년대 들어서서 논의 주곡생산 기능과 환경보전 기능을 포함한 논의 다원적 기능에 관심이 집중되기 시작했다.

농업이 농산품의 생산을 넘어 중요한 사회적, 환경적, 경제적 기능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었다. 이는 새로운 개념은 아니었지만 국제무역협상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던 농업지원 정책을 정당화하는데 사용되었다. 

우리나라 전역에 산재되어 있는 논은 저수지처럼 일시적으로 빗물을 가두어서 하천으로 흘러 들어가는 시간을 지체시켜 주기 때문에 홍수 조절 기능을 한다. 실제로 홍수기에 논 1 ha당 저장하는 물량은 2,378 톤으로 이를 우리나라 전체의 논 면적에 적용하면 저수량이 춘천댐의 18.5배에 이른다. 그리고 논이 가두어 놓는 물은 매년 54억 5천 톤의 물을 지하수원으로 공급하고 있다.

또한 논이 저장하는 물은 한여름 적당량이 증발되면서 대기의 온도를 낮추어 주고, 이 시기에 논에서 자라는 벼는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연간 1천 28만 톤의 산소를 발산하여 대기를 맑고 신선하게 한다.
그리고 산에서 빗물과 함께 쓸려오는 토사를 논이 담아줌으로써 막대한 토양의 유실을 방지하고 있다. 이러한 논의 환경 보전 기능은 56조원에 달한다.

그러나 전 세계 물의 약 70%가 농업에 이용되고 있으며, 특히 벼농사의 경우에는 다른 작물에 비해 물 사용량이 많기 때문에 효율적인 관리가 요구되고 있다. 또한 산업이 고도화되고 삶의 질이 높아짐에 따라 농업용수의 오염에 대한 염려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특히 수도권 주민들을 대상으로 인식조사를 한 결과, 농경지에서 사용되는 비료, 가축분뇨 퇴·액비 등이 수질오염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이러한 일들을 해결하기 위해서 농촌진흥청은 미국 텍사스 A&M 대학교와 공동으로 지난 2년간 논의 환경 기능을 평가하였으며, 지난 4월 대구 EXCO에서 개최된 제7차 세계물포럼에서 “논은 오염원인가 아니면 정화원인가”라는 주제로 논의 환경적 기능에 대하여 집중 논의하였다. 이 자리에서 일본 과학자들은 다른 토지이용 형태에 비해 논이 수질 정화에 효과적이라고 주장하였고, 이탈리아 과학자는 유럽에 있는 논이 가지는 환경적 기능에 대해 설명하였다.
요즘 우리나라는 쌀 소비감소 및 농촌인구의 노령화로 인하여 논이 사라지고 있다. 따라서 이제는 논에 대한 새로운 가치부여 및 정책이 모색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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