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퍼트 미대사 “TPP 가입 위해 FTA 완전 이행” 언급

박근혜대통령이 14~18일 미국을 공식 방문한다. 16일 예정된 오바마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논의할 사안들이 세간의 이목을 끌고 있다. 한반도 긴장국면에 대한 대책을 여러 사안별로 논의하는 것 외에 무엇보다 초미의 관심은 한미FTA 이행평가와 이를 잇는 TPP 가입여부 등의 경제분야 얘기에 쏠리고 있다.

미국은 이미 여러 경로를 통해 한미FTA 이행수준에 대해, 사안별 요구조건을 내걸며 한국정부에 추가개방 압력을 가해왔다. 이행과제를 언급함은 물론, 이행정도를 평가한 뒤에 TPP에 가입시킬지 여부를 논하겠다는 얘기를 번번히 다뤄왔다.

이런 가운데 특히 농업부문에서 이미 예측되는 미국의 요구조건이 있고, 어느정도 수용할 입장을 갖고 있을지 예상되는 우리정부의 계획도 짐작이 가능한 터다. 박대통령이 미국행을 앞둔 상황에서 농민단체들이 우려하고 있는 문제들과 상황전개 진단해 본다.


□ 한미 FTA 이행평가

일년전인 2014년 4월25일 서울에서 가진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2년차인 한미FTA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며 미국측이 ‘FTA 완전한 이행’을 요구했고, 우리 정부는 이를 받아들였다.
이때 자동차분야의 비관세 장벽을 낮추는 문제 즉 저탄소 차량 협력금 제도에 대해 제동을 걸었고, 한국의 자동차 파노라마 선루프 결함조사에서도 무역장벽이란 이유를 달았다. 금융분야는 투명성 부족문제 등이 지적대상이었다. 농업분야에서는 원산지 증명 완화를 이유로 미산 오렌지주스에 대해 원산지 규제를 미정부 증명서 하나로 일괄 통과토록 했다. 또한 유기농식품 상호동등성인정 등을 요구했다.

또한 세월호로 예민해진 여론을 고려해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지만, 한달전인 3월 미 무역대표부(USTR) ‘2014년 국가별 무역장벽·위생검역·기술장벽 보고서’를 통해 쇠고기에 대해 당초 약속대로 ‘신뢰가 회복’됐다는 판단이라며 추가개방을 요구하고 나섰다. 쌀에 대해서도 해당연도인 2014년 의무수입물량(MMA)를 확립, 연간 5만76톤을 구매하는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주문한 바 있다.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밥쌀용 쌀 수입에 대해서 정부의 의도가 드러나는 대목이 눈에 띤다. 그 당시 무역장벽보고서에는 “MMA협정은 2014년 말에 종료될 예정이고, 미국은 한국과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다음 단계를 의논해 미국 공급업체들이 이 시장에 지속적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게재하고 있다. 올해 정부가 수입하겠다고 나서는 밥쌀용 쌀은 이미 지난해 미국과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미국 공급업체들이 ‘시장에 지속적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조치한 결과물로 예측이 가능하다.
정부는 밥쌀용 쌀을 수입하지 않겠다고 한 것이 아니라 GATT 조항에 위배되지 않기 위해서는 수입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농민단체들은 밥쌀용 쌀을 수입하겠다는 정부에 대해 저율할당관세(TQR)물량도 우리 필요에 따라 수입하는 것이지, 또 다른 할당량을 유지하는 것 자체가 WTO위반이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인 것. 결과적으로 미국과의 밀실협상에 의한 이면합의가 예측되는 대목이다.

□ 4번째 정상회담…“내줄 것은 농산물시장”

한미 정상회담에 앞서 미 무역대표부는 최근 또 ‘2015년 무역장벽 보고서’를 냈다. 한국의 무역장벽에 대해서는 △위생검역과 관련해 가금류 및 감자 수입 금지 조치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고, △산업보조금 정책과 관련해 산업은행 민영화 계획 중단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자동차, 오토바이, 의약품 및 의료기기 관련 규정을 기타장벽으로 소개하며 한미FTA 이후 미국산 자동차의 한국 시장 근접성이 크게 개선됐으나, 한국 정부가 친환경차에 대한 보조금을 도입하고 임의적으로 202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 기준을 97g/㎞로 설정했다고 지적했다. 이를 종합하면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TPP 타결을 앞두고 FTA 이행요구가 재차 거세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농업분야에 대한 요구조건은 이미 공론화하고 있다. 우선 TPP 관련,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는 지난 4월30일 주한미국상공회의소가 개최한 오찬 간담회에서 “(한미FTA가) 성공적일수록 (TPP가) 더 쉬워질 것”이라며 “TPP 참여를 위해서는 한미FTA를 완전히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고, 한미FTA가 최대한 이행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같은 언급은 지난해 오바마대통령이 방한 때 “한국이 TPP에 참여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한미FTA를 충실히 이행하는 것”이라고 말한 것과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TPP의 참여를 위해서는 FTA의 성실한 이행이라는 점을 분명히 밝힌 것이다.

이런 차원에서 이번 정상회담은 한국정부에 대한 입장 재확인 차원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한미FTA 발효 3년이 지난 시점에서 한미간 농축산물 거래는 수입액 31.1% 증가, 수출액은 49.1% 증가했다. 금액으로 비교하면 수입액은 20억달러 늘고, 수출은 1억9천만달러 증가한 것으로 비교가 안된다.
누차 강조했듯이 올해 TPP협상 타결을 이유로, 미국은 원산지표시, 쇠고기·돼지고기 시장 개방폭 확대, 쌀시장 개방 확대 등을 확실히 약속받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여기에 TPP에서 무역원활화 명분으로 동식물검역기준 분쟁이 발생할 경우, WTO 분쟁절차 이외에 농산물 수출국에 유리한 별도의 절차를 도입하려는 계획도 내비칠 것이란 전언이다.

□ 한국정부의 ‘TPP 바라기’

미국정부의 노골적인 FTA 이행 요구는, TPP에 참여하고 싶어하는 우리 정부의 속내를 읽었기 때문이다. 한국정부는 아직 TPP에 대한 참여의사를 명확히 공표하지는 않고 있다. 하지만 최경환 경제부총리,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 해당부처 수장들의 언급에서 ‘TPP 바라기’가 표출된 터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1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 때 업무보고에서 “TPP가 거의 막바지 단계로 1라운드에는 참여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지만, 1라운드가 타결되면 바로 협상에 나설 것”이라고 참여의사를 분명히 했다. 최 부총리는 “미국도 이를 환영하다는 입장”이라며 “최대한 유리한 조건으로 가입한다는 게 정부의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윤상직 장관이 지난해 12월 TPP 조기 합류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미국을 방문했다. 윤 장관은 15일 워싱턴DC에서 마이클 프로먼 대표와 한미FTA 이행을 위한 장관급 공동위원회를 열고, TPP 협상 진전 상황을 포함한 양자·다자 무역·통상 현안을 논의했다.
윤 장관은 이날 저녁 워싱턴 특파원단 간담회에서 “미국 의회 비준이나 2016년 대통령선거 등 정치 일정을 감안하면 늦어도 내년 1분기에는 타결이 돼야 한다”고 말해 적극적인 참여의사를 내비친 적 있다. 다시말해 이때 이미 미국측에 TPP 가입을 위해 어떤 희생을 감수했야하는지 의견조율이 있었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 진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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