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 춘 욱
(주)건지 / (주)건지와사람 대표이사


요즘 돼지고기는 끝이 어딘 줄 모르게 값이 오르고 있다. 물론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따라 돼지의 공급량이 부족하기에 값의 등락은 필연적이라지만 최근 닭 값을 쳐다보면 그 일부라도 닭고기 값에 반영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하다. 전체적인 경제도 좋지 않아 소비시장까지 침체된 마당에 작년부터 이어진 약세의 닭 값에 업계 관계자들은 양돈업계를 부러운 시각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희망은 있다. 선진국들의 육류소비량 흐름을 보면 그 징조는 확연히 나타난다. 즉 적색육(赤色肉)인 쇠고기와 돼지고기의 소비량은 약세나 보합세로 접어든 반면 백색육(白色肉)의 대표자격인 닭고기의 소비량이 점진적으로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닭고기소비량 증가현상은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2014년도 기준 국민 1인당 연간 12.6kg을 소비(국산+수입 닭고기 포함)했다. 하지만 아직도 미국(45kg/년/인) 등 선진외국에 비해서는 절대적으로 빈약한 것은 부인할 수 없다. 특히 국내 자급률이 어느덧 75% 수준으로 내려 앉은 것은 우리 모두가 심각하게 받아 들여야 할 부분이다.

그러면 왜 이러한 현상들이 선진국은 물론 우리나라에까지 파급되는 것일까? 이야기는 간단하다. 닭고기는 그 자체로서 건강식의 으뜸이라는 사실이다. 닭고기는 3低(칼로리, 지방, 콜레스테롤), 1高(단백질)의 대표적인 육류로서 육질이 섬세하고 연하며, 타 육류에 비해 지방이 적고 담백하여 소화흡수가 잘 된다. 특히 닭 가슴살은 지방이 매우 적고 담백해서 체중을 줄이면서도 체력을 유지할 수 있어 중년층, 학생, 환자, 운동선수 등 다양한 계층에서 선호하는 식품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현재 우리가 먹고 있는 작은 닭(생체중량 1.5kg내외)에 비해 2.5kg 이상의 대형 닭은 이러한 바탕 위에 맛과 영양소가 우수(이노신산과 필수지방산이 높음)하고 전단력이 좋아 쫄깃한 맛에서 차별화됨을 알 수 있다. 이미 살펴봤듯 닭고기가 동물성단백질의 중심이 돼가고 있다는 것은 대단히 고무적이나 우리 시장은 이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즉 얼마든지 닭고기시장을 확장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한 세대 동안을 고집해온 일명 센터(1.5kg내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상당량의 시장은 이미 수입닭고기가 차지하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에 놓여 있다.

닭을 사육하는 것은 고기를 구하기 위함이지 부산물(닭 털, 내장, 뼈 등)을 얻기 위함이 아니다. 그 결과는 닭을 크게 키웠을 때 작은 닭에 비하여 이익이 크다는 것이 충분히 증명된다. 특히 현재 작은 닭으로는 메뉴의 다양성을 추구할 수 없다. 그 때문에 통닭거래가 통용될 수밖에 없었다. 때문에 프랜차이즈업체에서도 소스나 조리법으로 다양한 변형을 추구해보고 있지만 쉽사리 소비자들이 식상하여 꾸준한 시장확대는 거의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치맥(치킨과 맥주)’이라는 유행어까지 만들며 시장을 이끌어 온 프랜차이즈업체들의 고충은 눈물겨웠을 것이고 그 노고에 늦게나마 찬사를 보내고 싶다.

필자는 이제부터라도 큰 닭을 사육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싶다. 바로 생산자인 우리의 이익이고 또한 우리 소비자들의 이익을 위해 필수적이다. 특히 우리 주변국가들은 엄청난 양의 닭고기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즉 러시아(1위 122만톤), 일본(2위 84만톤), 중국(4위 48만톤) 등은 세계의 닭고기수입국 중 상위에 속하는 좋은 시장이 포진해 있다. 우리가 생각만 바꾸면 국내소비자들에게 맛있고 저렴한 닭고기를 공급할 수 있음은 물론 이러한 주변국에 수출함으로써 얼마든지 축산선진국으로 발돋움하면서 외화를 벌어들일 수 있는 지정학적 유리한 고지에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특히 닭고기시장은 생산자에 의해 변화한다. 이제라도 대형 닭으로 선회는 생산자인 우리의 몫이다. 심지어 소비자는 산란계와 육계조차도 구분하지 못하는 소비자가 절대다수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만약 이대로 시간만 끈다면 수입닭고기에 시장을 몽땅 내주고 농가들은 사육에서 손을 떼어야 할 판이다. 아니 사육농가는 물론 관련업계는 줄줄이 도산할 것이고, 축산분야의 행정요원조차 숫자를 줄이거나 책상을 빼야 할 날이 멀지 않다. 그럼에도 어찌 이러한 형국이 남의 일이라고 구경만 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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