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칫덩어리 눈? 우리 마을엔 ‘보물’”

칠갑산 산기슭을 따라 산길을 달리니 아담한 마을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산이 포근히 감싸고 있고 청량한 냇물이 흐르는 이곳은 관광마을로 손꼽히는 ‘알프스마을’(대표 황준환)이다. 알프스마을은 천장처럼 높은 곳에 있다고 하여 이름 붙여진 충청남도 청양군 정산면 천장리, 그중에서도 산골 오지에 위치했지만 연간 35만명의 도시민들이 찾을 정도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지역경제활성화 우수사례로 꼽히며 모범적인 관광마을로 명성이 자자한 알프스마을을 성공노하우는 무엇일까.


#마을자원으로 일자리ㆍ소득 올리다

알프스마을의 사무실 안에는 갖가지 상들이 벽에 가득하다. 대통령표창, 국무총리표창, 농촌진흥청장 표창 등 그 수를 헤아리기 힘들다. 상의 개수로 마을을 평가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분명 대내외적으로 인정받는 마을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알프스마을이 유명세를 탄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몇 년 전만해도 그저 평범한 산골마을이었다. 젊은이들이 떠나고 고령의 주민들만 고향을 지켜 400명까지 이르면 주민수는 100여명으로 줄고, 마을에 있는 학교도 폐교됐다.

이렇게 활력을 점점 잃어가던 마을에 새바람을 일으킨 것은 황준환 대표였다. 모두 농촌을 떠날 때 황 대표는 오히려 서울살이를 접고 고향인 이 마을로 들어왔다.

거에는 우리의 식량을 책임지는 것이 농업이었는데, 이제는 해외농산물이 마구잡이로 들어오고 있어 대량으로 생산하는 그들과의 경쟁은 무의미하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특히 우리 마을은 전체면적 240ha 중 210ha가 산이며, 주거지, 길 등을 제외하니 실제 농토는 20ha 남짓이었다”면서 “우리 마을에 농업기반이 약하다보니 농업으로는 경쟁력이 없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고 말했다.

농업에 대해 깊은 고심에 빠져있을 때, 그에게 마을이장이 서류 한 뭉치를 가져다주며 그의 인생도, 마을의 모습도 변화하기 시작했다. 마을이장이 내민 서류는 ‘농촌마을종합개발사업’ 계획서였다.
황 대표는 농업만이 아니라 농촌이 가지고 있는 자원을 활용해 소득사업을 한다면 마을도 발전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 마을 공동사업에 도전했다.

#사계절 농업을 테마로 한 축제 한마당

황 대표는 마을이 가지고 있는 자원을 발굴해 도시민들이 찾아오는 마을을 만들고자 노력했다. 그럼 우선 마을의 자원을 찾는 것이 급선무. 그러나 전국에 2만7천개에 달하는 농촌마을과 경쟁해 두각을 나타내기 위해선 색다른 특징을 찾는 것이 중요했다. 그때 황 대표 눈에 띤 것이 바로 ‘눈’이었다.

황 대표는 “마을이 산에 둘러싸여 있으니 눈이 한 번 오면 잘 안 녹았다”며 “이 눈으로 마을 축제를 열면 도시민들이 마을에 찾아올 것이라 확신했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2007년 ‘칠갑산 얼음분수 축제’를 열었다. 한 달 동안 열심히 축제를 개최했고 1만명의 도시민이 마을을 찾는 등 성황리에 끝냈다. 그러나 처음 ‘축제’라는 것을 개최해 운영의 미숙함 때문일까. 약 4천만 원의 적자가 났다. 그래도 황 대표는 좌절하지 않았다. 4천만 원의 적자가 아닌 그만큼의 값진 경험을 얻은 것이라 자부했다. 또 그로인해 자칭 ‘축제의 달인’이 될 정도로 많은 공부를 하게 됐다고.

경험을 토대로 이듬해 황 대표는 더욱 발전된 얼음분수 축제를 열었다. 소썰매 타기, 군밤ㆍ군고구마 구어 먹기, 빙어낚시 등 남녀노소 동심으로 돌아가 얼음 위에서 신나게 놀 수 있는 놀거리를 제공했다. 이에 1억5천만 원의 흑자를 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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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전환이 큰 차이를 만들다

황 대표의 아이디어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마을 경관사업으로 심었던 조롱박을 이용해 여름에 ‘세계 조롱박 축제’를 연 것. 지난 2011년 처음 시작한 조롱박 축제는 조롱박에 소원적기, 박으로 요리해먹기 등 조롱박을 테마로 한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을 구성해 도시민들에게 사랑받는 축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와 함께 가을에는 칠갑산 콩 축제를 열어 된장, 메주, 두부 등 콩으로 만든 가공식품을 판매하고 체험할 수 있는 축제도 열고 있다. 특이 콩 축제는 이웃마을에서 함께 참여하고 있어 알프스마을뿐만 아니라 인근 지역경제활성화까지 돕고 있어 의미가 깊다.
더불어 2017년도를 목표로 뷰티센터를 건립해 미용 테마마을을 만들 계획이다. 농산물을 이용한 미용센터를 만든다는 것.

현재 알프스마을의 정직원만 20명. 연간 고용인원은 5500명에 달한다. 매년 3번의 축제와 연간 체험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일자리 창출과 높은 소득창출까지 이루고 있는 것이다.
알프스마을에서는 특별하지 않은 것 같은 자원을 생각의 전환을 통해 특별함을 만들어 도시민들이 찾아오는 마을, 생기 넘치는 마을을 만들고 있다.

그러나 알프스마을이 처음부터 순탄하게 사업을 이어온 것은 절대 아니다. 황 대표의 남다른 발상으로 현재의 알프스마을이 탄생했지만, 그 남다른 발상으로 마을주민들이 등을 돌리기도 했다.
황 대표는 “농촌리더는 부지런해야하고, 몸으로 뛰어야하고, 앞을 볼 줄 알아야한다”며 “마을을 위해 열심히 일한다면 주민들도 반드시 알아줄 것이고, 또 등을 돌렸다고 배제를 하는 것이 아닌 항상 주민들에게 손을 내밀고 기다린다면 언젠간 그 손을 잡아 줄 것”이라고 마을기업을 운영하고자하는 이들에게 조언의 말을 건냈다.

이어 황 대표는 “앞으로 알프스마을을 문화와 복지가 어우러지는 치유마을로 만드는 것이 최종목표”라며 “주민과 도시민들이 언제든지 찾아와 편안하게 쉴 수 있는 농촌마을을 만들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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