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 혜 선
농촌진흥청 기후변화생태과 연구관


 지난 6월 9일 충남 예산군 한적한 농촌마을에 우리나라 최초로 황새공원이 열렸다는 반가운 소식을 접하였다. 천연기념물 제199호인 황새는 1900년대 초까지만 해도 우리나라 황해도와 충청북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흔한 텃새였다. 그러나 환경오염 및 산업화로 인하여 개체수가 급격히 감소하였으며, 1971년 충북 음성에서 서식하던 한 쌍의 황새마저도 밀렵으로 수컷이 사살되면서 자취를 감추게 되었다.

1996년부터 한국교원대 박시룡 교수팀이 멸종된 황새의 복원을 시도했으며, 18년간 각고의 노력 끝에 러시아에서 들여온 황새를 복원하는 데 성공하였다. 복원된 황새를 방사하기 위해 충남 예산군에서는 2012년부터 ‘예산군 황새마을 권역사업’을 시작하여 농약 사용을 줄이는 등 황새와 사람이 함께 살아가는 건강한 자연생태계 회복을 위해 힘써왔다. 이로 인해 충남 예산에는 황새마을과 황새공원이 생겨났고, 오는 9월에는 황새 8마리를 자연방사 할 예정이다.

수십 년에 걸쳐 어렵게 복원에 성공한 황새를 논이 있는 지역에 방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황새의 먹이원이 되는 미꾸리, 붕어, 논우렁 등 수서생물들이 논에 풍부하기 때문이다. 방사한 황새가 자연에 잘 적응하기 위해서는 오염되지 않은 서식처 및 먹이원이 되는 수서생물들이 안정하게 공급되어야 한다.

농촌진흥청에서는 황새 복원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예산군 광시면 논에서 황새의 먹이가 되는 수서생물과 이들의 피난처인 ‘둠벙’에 대해 2010년부터 3년 동안 조사한 바 있다. 둠벙은 주로 천수답에 의존하여 논농사를 짓던 시절, 임시적으로 용수를 가두어두는 물 저장고로 지역에 따라 덤벙(경북), 둠뱅(전남), 둠벙(경기, 충청, 경남)으로 불린다. 인접 농지에 물을 대기 위한 물웅덩이의 형태로 논의 가장자리에 주로 위치한다. 본래 지하수위가 주변보다 높아 항상 물고임 현상이 발생하는 곳에 자연적으로 생성된 소류지를 이르지만, 일반적으로는 빗물이나 하천수를 끌어와 인위적으로 저장해두는 논 주변의 작은 웅덩이와 물의 흐름이 느린 수로까지도 포함한다.

둠벙은 과거에는 물 관리에 있어 농사의 성패를 가르는 중요한 요인이기도 하였지만, 근래에는 논에 서식하는 생물들의 서식처로 논 생태계 복원 기능이 밝혀져 생태학적으로 가치가 높다.  황새의 먹이가 되는 미꾸리, 붕어, 논우렁 등 논 생물다양성도 풍부하다. 황새가 둠벙에 정착하는 것은 당연하다. 둠벙이 조성되지 않는 논에 비해 조성되어 있는 논에서 약 2~2.7배 많은 수서생물이 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보다 앞서 황새 자연방사에 성공한 일본의 경우, 황새의 먹이원을 확보하기 위해 논 면적의 5% 가량을 둠벙으로 만들고, 산란 어류 이동을 위한 ‘어도’를 설치했다. 논 생태계를 복원하면서 자연스럽게 황새 자연방사도 함께 추진한 것이다. 황새 자연방사는 생태관광, 친환경농업 활성화와 직결돼 경제 사회적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특히 황새가 앉은 논으로 알려지면 청정한 지역에서 벼를 재배한 것으로 인정되기 때문에 비싼 값에 쌀을 팔 수 있다.

황새는 건강한 논 생태계 지표다. 자연방사된 황새의 정착은 논에 사는 생물이 다양하고 풍부하여 논이 건강하다는 증거가 된다. 물론 거기에서 자라나는 벼는 친환경 재배 쌀이 된다. 황새 복원사업을 통해 생겨난 충남 예산의 황새마을에서는 주민들이 무농약·친환경 농법으로 ‘황새의 춤’ 쌀을 생산해 높은 소득을 올리고 있다.

  황새 복원과 함께 건강한 논 생태계를 유지한다면 지역의 친환경 이미지는 더욱 부각되고 생태관광도 활성화 되는 등 농촌지역에 많은 시너지 효과를 가져다 줄 것으로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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