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학 주
국립농업과학원 재해예방공학과장


가뭄이 길어지고 있다. 지난겨울부터 시작된 가뭄이 봄을 지나 여름까지 이어지고 있어 이만저만 걱정이 아니다. 기상청 보도에 따르면 지난 5월 강릉과 동해안 평균 강우량은 3.1mm과 6.2mm으로 평년의 7% 수준이며, 이는 42년 만에 가장 적은 양이라고 한다. 모내기철이면 으레 내리던 비가 올해는 감감무소식이다. 농경지가 메말라 가고, 저수지와 하천도 바닥을 드러낸 지 오래다. 관정, 하상굴착, 급수차량 등을 이용한 긴급 가뭄대책들이 이루어지고 있으나, 가뭄이 지속되면서 농민들의 마음은 하루가 다르게 까맣게 타들어가고 있다.

환경부와 기상청이 발간한 ‘한국 기후변화 평가보고서(2014)’에 따르면, 기후변화로 집중호우와 극한 기상현상이 증가할 것이며 이로 인해 쌀의 생산성과 품질이 저하되고, 사과 등 온대과일 재배 여건이 악화될 것이라고 하였다. 강수량이 같더라도 연중 고르게 나누어 내린다면 더없이 고맙겠지만 요즘 날씨는 그렇지가 못하다. 한꺼번에 쏟아 부어 홍수가 나기도 하고 올해처럼 너무 오랫동안 비가 오지 않아 가뭄에 고생을 하기도 한다. 기후변화가 가져온 기상 이변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된다.

‘농사는 하늘이 짓는다’는 옛말이 있다. 물론 지금은 저수지나 관정 등 수리시설이 잘 되어 있어 하늘만 쳐다보고 농사짓던 옛날과는 다르게 가뭄이나 홍수 피해가 많이 줄어들었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당장 맞닥뜨리고 있는 긴 가뭄을 지켜보면 자신도 모르게 하늘을 원망하게 된다. 가뭄과 함께 우리 농업에 피해를 주는 대표적인 기상재해는 태풍, 홍수, 폭설 등 다양하다. 특히 기후변화에 따른 기상재해가 잦은 요즘, 이에 적극 대응하여 안정적인 농업생산기반을 만들어 나가야 할 때다.

먼저 미래 농업환경 변화를 반영하여 지속가능한 농경지 기반을 구축하고, 농업시설의 내재해성을 향상시켜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농경지, 농업용수 및 기상정보 등 농업생산과 관련한 일련의 정보들, 즉 빅데이터 기반 미래 예측 및 분석기술이 필요하다.

둘째, IT기반의 스마트워터 기술을 통해 선제적으로 농업용수를 확보하고 효율적으로 이용해야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농업 물순환 정보시스템을 이용한 통합관리기술 또한 필요하다.
셋째, 농지 범용화를 위한 배수개선 및 지하관개 등 농경지 생산기반 정비기술을 개발해야 한다. 끝으로, 시설원예나 과수 부분에 집중되어 있는 스마트 기술 개발을 노지 밭작물 분야에도 확대해야 나가야 한다. 이러한 기술 개발을 통해 농업기상재해에 대한 사전예방 및 조기감지, 신속한 피해분석 및 적절한 대응이 가능해질 것이다. 뿐만 아니라 농업 생산성 향상 및 농가 소득 증대, 농업노동 부담 완화 등을 통해 농업 경쟁력도 강화될 수 있을 것이다.

정부, 학계, 산업계 등 농업분야 각계각층에서 우리 농업이 더 스마트해져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다양한 연구개발 또한 시도되고 있다. 농촌진흥청에서 추진하고 있는 스마트 농업기술 개발은 농업분야 전반에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하고, 거기에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등 융합기술이 더해지는 것이다. 이러한 기술들이 개발 보급되면 지금보다 훨씬 편하고 안정적인 농업생산시스템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 농업·농촌이 대한민국을 먹여 살리는 미래 성장 동력이 되고, 누구나 일해보고 싶은 행복한 일터·삶터가 되기 위해서는 어떠한 재해에도 끄떡없는 안전한 생산기반을 갖추는 일이 무엇보다도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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