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규 호
국립농업과학원 농업환경부 기후변화생태과장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가 아프다. 우리가 아플 때 몸에 열이 나는 것처럼 아픈 지구도 열이 난다. 이것이 우리가 말하는 ‘지구온난화’다. 정확히 ‘지구온난화’는 대기 중 온실가스의 농도가 증가하면서 지구 밖으로 나가야 할 복사열이 나가지 못해 점점 뜨거워지는 현상을 말한다. 더운 여름날 비닐하우스를 들어가 본 사람이라면 그 뜨거워진다는 느낌을 금방 알 것이다. 비닐하우스의 비닐이 뜨거운 열을 밖으로 못나가게 잡고 있는 것처럼 온실가스도 지구에 들어온 열을 못나가게 잡아둔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북극의 빙하가 녹으면서 해수면이 높아지고, 예상치 못한 폭우·폭설·가뭄과 같은 자연환경 변화가 빈번해지고 있다. 그 피해 또한 우리가 상상하는 그 이상이다.

이에 지구온난화의 주요 원인인 온실가스를 줄이고 아픈 지구를 치료하고자 세계가 손을 맞잡았다. 이것이 1992년 만들어진 유엔기후변화협약이다. 이미 세계 여러 나라들이 2020년까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설정하고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나라도 2020년 배출전망치 대비 30%의 온실가스를 줄이겠다고 약속을 한 바 있다. 농업 부문도 국가 온실가스 저감정책에 기여하기 위해 감축 노력 중이다. 특히 올해는 지구온난화 대응에 매우 중요한 해가 될 것이다. 유엔기후변화협약에 가입한 모든 당사국들이 2020년 이후의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제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각 나라별로 온실가스를 얼마만큼 어떻게 줄일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담아 자발적으로 제출해야 하는데 이것을 자발적 기여방안 이라고 한다. 우리나라도 2020년 이후 에너지, 산업공정, 농업, 등에서 발생할 온실가스 배출량과 감축잠재량을 미리 전망하고, 그에 따른 감축목표를 설정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예측과 목표 설정이 생각만큼 쉽지가 않다. 국내적으로는 부처간, 산업체간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고, 국제적으로는 선진국과 개발도상국간의 갈등이 심각하다. 지금은 이렇게 복잡한 실마리를 하나하나 풀어가야 할 시기다.

농업부문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는 우리나라 전체 배출량의 약 3~4%를 차지한다. 지금 농업은 국민의 먹을거리를 생산하면서 온실가스도 감축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온실가스 감축 기술을 잘못 선택하면 생산량 감소와 직결될 수도 있고, 이는 농민의 수입뿐만 아니라 국민의 먹을거리까지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 이처럼 농업은 온실가스 배출 전망과 감축목표 설정 시 좀 더 신중한 선택과 노력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농촌진흥청은 생산성은 유지하면서 동시에 저비용으로 온실가스를 감축할 수 있는 많은 기술을 개발해 왔다. 그 대표적인 방법이 논농사 과정에서 물 관리를 이용하는 방법과 화학비료 사용량을 줄이는 방법이다. 농업부문에서는 이미 2020년까지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을 위해 벼논 물 관리 면적 확대와 화학비료 절감 정책을 추진 중에 있다. 또한 저탄소 농산물 인증제, 농업·농촌 온실가스 자발적 감축 시범사업 등을 추진하고 있다.

2020년 이후의 장기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현장 적용이 가능하고 국제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새로운 감축기술 개발이 추가적으로 필요하다. 또한 온실가스 감축의 주체인 농업인의 참여와 인식이 반드시 수반되어야 하므로 그에 맞는 기술 교육과 홍보가 중요하다.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안전한 먹을거리를 생산하고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농업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의 더 많은 관심과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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