곶자왈은 제주도를 대표하는 자원 보존 구역으로 브랜드 가치가 상승하고 있다. 오랜시간 산나물, 약초 등의 공급은 물론 소와 말의 방목지로 활용되어 왔고, 개가시나무와 으름나무 같은 희귀·멸종 식물들이 잘 보존돼 있다.

하지만 최근 개발이라는 이름아래 본래의 속성이 훼손될 위기에도 처해있다.
이에 제주도와 산림청 등은 법개정과 매입을 통해 보전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국립산림과학원에서는 2011년부터 곶자왈을 시험림으로 지정한 후 식물과 지질을 포함한 대규모 연구프로젝트를 시행하고 있다.


■ 곶자왈이란
곶자왈이란 말은 제주 토박이가 아닌 사람들에게는 매우 생소한 말이다. 심지어 제주도의 중고등학생이나 청년층에게 물어봐도 모르는 경우가 상당하다. 곶자왈은 숲을 의미하는 ‘곶’과 잡목이나 가시덤불이 우거진 곳을 의미하는 ‘자왈’이란 단어가 합쳐져서 만들어진 단어로 알려져 있다.

제주어 사전은 “나무에 덩굴 따위가 마구 엉클어져서 수풀같이 어수선하게 된 곳”으로 정의하며, 지질학계에서는 “화산 분출시 점성이 높은 용암이 크고 작은 암괴로 쪼개지면서 요철 지형을 이루며 쌓여 있는 곳”으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일반인들도 쉽게 이해하도록 ‘곶자왈은 용암숲이다’라는 것이 쉽고 간단할 것 같다. ‘올레’라는 말은 제주도 방언으로 ‘큰 길에서 집까지 이르는 골목’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지만, 일반인들에게는 단순히 ‘길’이라고 인식되듯이 말이다.

곶자왈은 오름에서 흘러나온 용암층 위에 숲이 형성되어 농사는 불가능한 장소이지만, 곶자왈 숲의 나무들은 목재, 땔감 등으로 사용되었고, 말이나 소 등의 방목장소로도 사용되어져 왔다. 특히 중산간 지역의 주민들에게 곶자왈은 생활용품, 산나물, 열매, 약초 등의 공급지였다. 곶자왈은 이렇듯 주로 생활용품을 제공하는 공급자로서 오랫동안 이용되어져 왔다. 하지만, 현재 곶자왈은 제주의 자연을 대표하는 브랜드로 각광받으며 자리매김하고 있다.

곶자왈은 전체 면적이 약 110㎢ 으로서, 제주도 전체 면적의 약 6%에 달한다. 일반적으로는 4개의 곶자왈지대(한경-안덕곶자왈, 애월곶자왈, 조천-함덕곶자왈, 구좌-성산곶자왈)로 구분되며 이를 선흘, 세화, 상창-화순 등 10개 곶자왈로 세분화하기도 한다.


■ 천연자원, 기후변화 연구의 중심지

곶자왈은 제주를 대표하는, 천연자원의 보고로서 각광받고 있다. 곶자왈은 다양한 분야에서의 가치가 부각되고 있다.
먼저 곶자왈은 생물자원의 보고로서의 가치가 매우 높다. 곶자왈에 분포하는 식물은 현재 약 140과 900여 종으로 보고되고 있으며, 이는 제주도 분포하는 종의 약 46%에 해당한다. 곶자왈의 대표적인 식물인 제주고사리삼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선흘곶자왈 지역에서만 발견되며, 한국 특산식물이자 멸종위기 식물로 지정되어 있다.

곶자왈에서 볼 수 있는 대표적인 희귀·멸종위기 식물들은 제주백서향, 개가시나무, 빌레나무, 으름나무, 순채, 대흥란 등이 있으며, 국제자연보호연맹(IUCN)의 적색목록상에 등록된 36종이 자생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또한 멸종위기야생종인 팔색조, 긴꼬리딱새, 비바리뱀 등과 환경지표종인 반딧불이 등을 곶자왈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제주도 전역에 만연한 개발로 인해, 곶자왈은 동물들의 서식처로서 역할이 더욱 커지고 있다.

다음으로 곶자왈은 기후변화 관련 연구의 첨단 기지이다. 기후변화가 급속히 진행되는 상황에서 곶자왈은 한반도 최남단 지역에 위치한 기후 관련 연구의 최적의 장소라 할 수 있다. 식생과 식물상의 변화, 조류나 곤충상의 변화 등 기후변화에 의한 곶자왈 생태계의 변화는 한반도 생태계의 변화를 미리 예측 가능하도록 할 것이다. 대만, 일본 등지에서 자생하는 빌레나무와 같은 식물은 2000년대 이후에서 곶자왈에서 발견되었으며 자생지의 분포와 면적은 점차 확대되고 있다.

기후변화에 더 민감한 곤충이나 조류 등의 동물상의 변화는 더 확연할 것이다. 또한 기후변화와 관련해 곶자왈은 기온 상승을 저감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국립산림과학원과 공주대학교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제주도 지역 전체의 곶자왈 숲이 흡수하는 이산화탄소의 양은 2,000cc 중형자동자 약 41,000대가 연간 20,000㎞를 주행하면서 발생시키는 양으로 계산되었다. 그만큼 곶자왈의 산림이 이산화탄소를 흡수함으로써 온실효과에 의한 기온상승을 억제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2007년 국토연구원의 보고서에 의하면 곶자왈에서 가장 많이 차지하고 있는 식생은 때죽나무, 예덕나무 같은 낙엽활엽수림으로 전체의 약 30.5% 이며, 녹나무류와 가시나무류 등의 상록활엽수림은 약 10.8%를 차지하고 있다. 기온이 계속적으로 상승한다고 가정하면, 곶자왈의 식생은 상록활엽수림으로 점차 확대되고 낙엽활엽수림은 감소하는 양상을 보일 것으로 예측된다.

이와함께 지형·지질의 독특성으로 곶자왈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곶자왈의 근간을 이루는 지질은 아아(Aa)용암과 파호이호이 용암이며, 이러한 용암의 물리적, 화학적 특성 때문에 튜물러스, 용암동굴, 밧줄구조, 주상절리 등 다양하고 독특한 구조가 형성되어 학술적 가치가 매우 높다. 또한 곶자왈의 지질은 투수성이 높기 때문에 강우에 의한 제주지역의 수원함양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이렇듯 곶자왈의 소중한 가치와 독특성은 2012년 제주도에서 개최된 세계자연보전총회에서 ‘제주도 용암숲 곶자왈의 보전 및 활용을 위한 지원’이란 제주형 의제로 채택되었다.

■ 개발로 인한 곶자왈 훼손 막아야

자왈은 깨끗하고 아름다운 제주의 자연을 상징하는 브랜드다. 하지만 제주의 곶자왈은 훼손의 위기에 처해 있다. 곶자왈은 해발이 낮고, 지형이 평평하기 때문에 개발의 위협에 놓여있다. 현재까지 곶자왈은 골프장, 영어교육도시, 관광지, 도로, 송전탑, 채석장, 놀이공원 등의 대규모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제주도의 곶자왈 전체 면적 11,000㏊ 중 60%에 해당하는 면적이 사유지이며, 이 사유지를 중심으로 개발이 상당히 진행되었거나 진행 중에 있다.

또한 곶자왈은 지하수자원보전지구 2등급, 생태계보전 등급은 1등급부터 5등급까지 분류되어 있어서 사유지 곶자왈의 상당 부분이 개발되기 쉬운 상황이다. 곶자왈의 파괴와 훼손은 곶자왈의 본래의 속성을 복원, 복구할 수 없이 완전히 파괴하는 것이고, 제주도민의 현재와 미래의 삶을 위협하게 될 것이 분명하다. 곶자왈은 제주도의 6%에 불과하지만, 훼손으로 인한 파급력은 그 이상을 훨씬 상회할 것이다.

■ 법개정, 매입 통한 보존노력 계속돼

위기의 곶자왈을 지키고자 하는 노력은 제주도민들에 의해서 시작되었다. 2000년대부터 제주 지역의 언론과 환경단체들에 의해 곶자왈 보존 운동과 공유화 운동이 추진되었다. 특히 사유지 곶자왈의 개발을 막고자 산림청은 2011년부터 제주특별자치도와 협력해 곶자왈을 매입하기 시작하였다. 산림청은 총 950㏊를 매입해 국유화 하는 것을 목표로 매년 50㏊가량의 사유지 곶자왈을 매입하고 있다. 그리고, 2011년과 2015년 두 차례에 걸쳐 그동안 매입한 총 353㏊의 곶자왈 시험림을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으로 지정해 보호와 관리에 한층 더 역점을 두고 있다.

제주 지역사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곶자왈의 보전방안을 몇 가지로 요약하면, 첫째는 곶자왈 보전을 위한 법률체계 보완이다. 몇 년간의 논의와 진통 끝에 2014년에 ‘제주특별자치도 곶자왈 보전 및 관리조례’가 제정, 통과되었으나 상위법이 없는 한계를 가지고 있었다. 올해 7월 1일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김우남 위원장에 의해 곶자왈 보전지구를 지정 및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제주특별법 개정안’이 발의되어 곶자왈의 보호가치와 특성에 따라 등급을 나누고 훼손을 막을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 것은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다.

둘째는 개발의 소용돌이 속에 있는 사유지 곶자왈의 개발과 훼손을 물리적으로 막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곶자왈을 매입해 국가가 보전하고 관리하는 것이다. 현재도 지속적으로 매입되고 있는 곶자왈은 모두 학술적 연구를 위한 시험림으로 지정되기 때문에 훼손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여러 개로 분할되어 있는 지분, 개발 열기에 따른 지가상승 등 해결해야 할 문제는 있지만, 국·공유화는 곶자왈의 보전과 지속가능성을 위한 효과적인 방법이라 할 수 있다. 무엇보다 곶자왈이 훼손되지 않도록 아끼고 보호하고자 하는 의지와 실천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 이산화탄소 흡수량 조사 등 성과

국립산림과학원은 2011년부터 곶자왈을 시험림으로 지정한 후, 2012년부터 본격적인 연구에 착수하게 되었다. 그동안 식물이나 지질 분야에 한정되어 온 기존의 연구를 지양하고, 가능한 다양한 분야와 콘텐츠를 대상으로 자체 연구인력 뿐만 아니라 제주지역의 전문 연구기관들과 네트워크를 구성한 대규모 연구프로젝트를 실시하고 있는 중이다.

간단하게 몇 가지만 소개한다면, 희귀식물인 개가시나무의 분포 및 생태적 특성 조사, 곶자왈을 서식지나 번식지로 사용하는 조류들의 행동양상, 멸종위기동물인 팔색조의 특성, 운문산반딧불이의 최대군락지 발견, 구한말 시대의 숯가마, 선사시대 토기 조각 등의 역사유적 발견, 곶자왈 산림의 이산화탄소 흡수량 등 곶자왈의 보전과 지속가능한 활용을 목표로 다양한 연구성과를 거두었다. 이러한 성과는 과학원이 ‘혼자’ 하는 연구가 아닌, 네트워크를 활용한 ‘함께’하는 융합적 연구가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 좋은 성과를 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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