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옥  선
국립농업과학원 농업환경부 농촌환경자원과장


최근 들어 평생을 도시에서 살았던 사람들조차 ‘촌(村)’에서 한번 살아 볼까? 라는 생각을 할 만큼 ‘귀농, 귀촌’이라는 말이 낯설지 않게 되었으며 직장인들 사이에서도 ‘은퇴 후에 귀농할 거야’라는 계획이 부러움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이러한 흐름은 통계자료에도 잘 반영이 되어 통계청에서는 2014년 한 해 동안 귀농귀촌 인구가 4만 4,586가구라고 발표하였다. 이 정도의 규모는 농촌지역에 작은 군이 하나 새로 생기는 것과 같은 것이다.

이처럼 많은 이들이 귀농귀촌 하였는데, 그중 과연 성공한 이들은 어느 정도일까라는 의문이 생긴다. 2014년 우리 부에서 귀농귀촌인 패널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 귀농귀촌생활에 대한 자기평가에서 45.4%는 ‘성공적이다’라고 하였으며, 49.6%는 ‘아직 잘 모르겠다’라고 하였다. 농촌에서의 삶이 그리 녹녹치 않음을 잘 보여주는 것이다. 일본 작가 마루야마 겐지도 ‘시골은 그런 것이 아니다’라는 책에서 자신이 겪은 시골생활의 쓴맛, 단맛을 솔직하게 밝히고 있다. 그는 이 책에서 시골 생활의 환상에 젖지 말라는 경고와 함께, 도피하듯 농촌을 택하지 말라는 것을 말하고 있다. 왜냐하면 어딜 가든 삶은 따라오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준비하고 실행해야지 귀농귀촌을 미생에서 완생으로 이끌 수 있을까?
먼저, 자신이 왜 귀농귀촌을 선택하였는지 그 이유와 목적을 분명히 하여야 한다. ‘나는 우리 손자와 손녀에게 고향을 선물해 주고 싶어서 귀농합니다’라는 것처럼 자신만의 뚜렷한 ‘이유와 목적’이 있어야 한다. 목적이 뚜렷한 사람이라면 시골생활에서 가끔 찾아오는 어려움 속에서도 자신의 목적에 집중함으로써 충분히 극복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둘째, 철저한 준비를 하여야 한다. 농촌에 가서 무엇을 할 것인지 찾아보겠다는 생각을 하여서는 안 된다. 귀농귀촌에 대한 목적과 비전이 섰다면, 틈틈이 시골에 내려가 농촌생활도 체험해 보고 농사일에도 참여해 보면서 준비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귀농귀촌 준비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도시에서도 참여할 수 있는 귀농귀촌 준비강좌들이 많이 있다. 교육내용과 수준도 준비 단계별로 다양하게 마련되어 있다.

 준비단계에 맞는 교육을 받으면 귀농귀촌의 구체적인 방향을 정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또 교육에서 만난 강사나 선배 농업인들은 귀농귀촌 이후에도 소중한 안내자가 되기도 한다. 최근 귀농귀촌하는 이들의 경우 1년 이상 준비한 경우가 55. 2%이었고, 이 중에는 3년 이상 준비한 경두도 21.4%나 되었다. 떠나기 전에 준비하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셋째, 마을공동체의 일원이 된다라는 생각으로 마을로 들어갈 준비를 하여야 한다. 농촌에서의 삶은 ‘함께, 다같이’라는 말속에 도시와 다른 삶이 녹아 있다. 그러므로 조용하게 살고 싶으면 도시에서 살고, 함께 하는 삶을 살고 싶으면 농촌으로 가라라는 말처럼 농촌에서의 삶은 공동체적인 삶의 형식이 많이 남아 있다. 이런 삶의 형태를 불편하게 생가하지 않고 계산적이고 도시적인 마음은 멀리 보내고 조금 손해보고 조금 더 베풀면서 다가가고자 하는 마음을 갖고 가자. 그러다보면 어느새 철따라 먼저 서둘러 할 일과 빠뜨리면 안 되는 일 천천히 해도 될 일을 구분지어 순서 있게 할 줄 알고 하루하루 작물 상태를 보아가며 탈 난데는 없는지 어루만지고 쓰다듬고 북돋아 줄 줄 아는 농사꾼이 되어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귀농귀촌 생활의 완생을 이룬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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