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현 주
국립축산과학원한우연구소


기원전 2,000년 이전부터 한반도에서 우리와 역사를 함께 해온 한우는 우직하고 잘 순응하는 특성으로 농경문화에 살던 우리 민족에게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가축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소를 대체할 농기계의 발달과 경제 성장으로 한우는 일소에서 고기소로 변화되었고, 사람들은 한우를 더 나은 먹거리로 이용하기 위해 개량을 시작했다. 육용종으로서 도체 품질과 산육능력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해 1970년대 이후 씨수소를 선발하고 인공수정사업을 진행하는 등 지속적인 노력을 해온 결과 현재 거세한우는 1등급 출현율이 83%을 넘는 등 타 품종에 비해 마블링의 함량이 높고 육질이 우수한 품종이 되었고, 고급육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웰빙(well-being)문화의 열풍으로 식생활이 변화되며 소비자들 사이에서 지방이 많이 함유된 음식은 건강에 좋지 않을 것이라는 인식이 대두되었고 동물성 지방이 함유된 한우고기를 계속해서 먹어도 되는지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도 있다. 그럼, 한우고기를 먹음으로써 실제 섭취하는 지방량은 얼마나 될까? 그리고 우리가 섭취한 한우고기의 지방은 과연 인체에 유해할까?

우리나라 사람들은 연간 44㎏정도의 고기를 섭취하는데 그 중 약 10㎏이 소고기에 해당한다. 한우의 등심 내 지방함량은 많아야 15%정도로 우리가 실제 소고기로 섭취하는 지방은 연간 1.5㎏정도라고 볼 수 있다. 이는 하루로 계산하면 5g도 되지 않는 양이고 이 중의 약 45%가 올레인산(C18:1)으로 구성되어 있다.

한우고기의 근내지방(마블링)에는 타 품종에 비해 올레인산(C18:1)이 많이 함유되어있다. 올레인산은 고기의 향미와 다즙성을 좋게 할 뿐 아니라 혈중 고밀도 지질 단백질(high density lipoprotein, HDL) 콜레스테롤의 함량을 높여주는 동시에 심혈관 질환을 유발할 수 있는 저밀도 지질 단백질(low density lipoprotein, LDL) 콜레스테롤의 함량을 낮춰주는 등 인체에 유익한 지방산임이 증명된 바 있다. 또한 고지혈증의 원인이 되는 총콜레스테롤의 함량을 낮추고, 혈압을 낮춰 고혈압 예방에도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렇게 한우고기의 지방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불포화지방산을 증가시켜주는 요인을 유전적인 요인과 환경적인 요인으로 나눌 수 있다. 유전적인 요인은 부모에게서 물려받는 형질로 성, 품종 및 연령 등이 이에 속한다. 이러한 유전적 요인 중에서 SCD(stearoyl CoA desaturase)와 FASN(fatty acid synthase) 유전자가 불포화지방산의 증가에 영향을 한다는 보고가 있다. 이 유전자들은 고등동물에서 불포화지방산의 합성을 조절해 포화지방산에 이중결합을 만들어 불포화 지방산으로 만들어주는 역할을 한다.

유전적인 요인 이외에도 사양 관리로 인한 지방산 조성의 차이도 크다. 거세를 했을 경우 그렇지 않은 경우 보다 근내 지방에서 올레인산의 함량이 더 높게 나타나고, 거세의 시기 역시 지방산 조성에 영향을 미친다. 연령이 증가할수록 올레인산의 함량이 많게 나타나고, 영양소 섭취량에 따라 에너지 수준이 높을수록 올레인산의 함량이 많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제 사람들은 기존에 먹어오던 양질의 맛있는 음식과 더불어 행복한 삶을 영위하기 위한 건강한 음식을 원하고 있다. 이는 이제 더 이상 맛있고 품질이 좋기만 해서는 소비자들이 그 음식을 구매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건강한 음식을 먹는다는 것이 단순히 고기를 먹지 않고 생선과 채소만을 먹는 것은 아니다. 너무 많은 양의 지방을 섭취하는 것은 인체에 해를 끼칠 수 있지만, 적정량의 지방 섭취는 인간이 살아가는데 활력을 줄뿐더러 건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더불어 그 지방이 고지혈증의 예방 및 심혈관 질환을 예방 할 수 있는 유익한 지방이라면 망설이지 않고 먹을 것이다. 단순히 지방이 많이 함유되었다는 이유로 한우고기를 계속해서 먹어도 될지 의문을 가지는 것은 어리석은 행동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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