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전통장의 변신은 무죄’


글 싣는 순서

Ⅰ. ‘우리맛닭’ 지역별 명품 브랜드로 우뚝
Ⅱ. 간편 고추장
Ⅲ. 도시 조경을 위한 다용도 기능성 식물매트
Ⅳ. 축산농가형 유가공제품 생산
Ⅴ. 고지혈 예방 기능성 홍국쌀
Ⅵ. 무독화 발효 옻식초 제조





대표적인 전통음식 된장, 고추장은 제조과정이 결코 녹록치 않다. 응고의 세월을 기다려야 기껏 맛볼 수 있는 전통의 장류는 바쁜 현대인들에게 선뜻 다가설 수 없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어쩌다 방문한 한적한 시골에서나 볼 수 있는 장독대. 조상들이 물려준 고추장, 된장 등의 전통장류가 도시민들에게는 낯설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고추장, 된장 등 전통장류를 초간편 제조할 수 있는 기술이 선보이면서 현대인들에게 집중 조명을 받고 있다. 어린이부터 성인까지 누구나 쉽게 제조할 수 있는 이 기술은 현대인에게 획기적인 기술로 인정받고 승승장구를 거듭하고 있다.


 선돌메주농원 전통장 변신 주도

충북 음성군 금왕읍에 자리잡은 선돌메주농원(대표 김영란)은 지난 2012년 농촌진흥청 ‘농가형 간편 고추장 제조방법’ 기술이전과 자신만의 전통장류 노하우를 결합해 연간 2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남들과 똑같이 그저 고추장과 된장을 만들어 판매하는데 그쳤다면 결코 성공을 장담할 수 없었지만 간편하게 고추장, 된장, 간장 등을 직접 담글 수 있은 체험학습을 시도하면서 선돌메주농원은 ‘전통장류 메카’로 급부상 할 수 있었다. 

김영란 대표는 “재료비 8만원 정도면 4인 가족이 1년동안 먹을 수 있는 고추장을 담글 수 있고 엿기름이나 조청을 넣지 않아도 시중 고추장보다 단맛을 낼 수 있다”면서 “무엇보다 간편 고추장은 일상에 바쁜 소비자들에게 쉽게 담글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2개월이면 자신이 만든 고충을 먹을 수 있는 장점으로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선돌농원은 간편 고추장 4인 가족 기준으로 고춧가루 1,200g, 찹쌀 팽화미 750g, 소금 700g, 정제수 3,000cc를 이용해 약 7kg 고추장을 만들 수 있는 체험이 인기가 높다.

평범한 주부에서 ‘전통장’ 전도사로

범한 주부로서 살아오던 김 대표는 남편의 병환 치료를 목적으로 음성으로 내려왔다. 따분한 농촌생활을 달래기 위해 김 대표는 친정어머니에게 배운 고추장과 된장을 담그기 시작했다. 워낙 손이 커서 담그는 고추장, 된장 양이 많아 친지는 물론 주변 지인들에게 나눠주는 실력 좋고 인심 좋은 주부로 통했다.
김 대표가 나눠준 고추장, 된장을 맛본 친지, 지인들은 그 정도 실력이면 전통장류 사업을 시도해도 충분하다고 본격적인 사업추진을 권했다.

고심 끝에 김 대표는 지난 2006년 누구나 전통 장을 즐기고 사랑할 수 있으며 전통 장을 바로 알고 애용하는데 목적을 둔 ‘영농조합법인 선돌메주농원’을 설립하게 됐다.
그러나 본격적인 전통장류 사업은 녹록치 않았다. 우선 가족들과 친지들이 먹을 만큼만 장을 담가오던 그가 직접 담근 장을 상품화하려다 보니 규모조차 감이 서지 않았다.

김 대표는 계획을 세웠다. 딱 5년만 눈감고 전통장과 관련된 학업에 열중키로 한 것이다. 이때부터 김 대표는 지역 농업기술센터, 농업기술원 등 전통장과 관련된 교육이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참석할 정도로 열성을 다했다. 특히 그날 배운 교육은 새벽 2~3시까지 반복학습을 통해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김 대표는 어느새 지역을 대표하는 ‘전통장 달인’으로 명성을 쌓게 됐다.
김 대표는 지난 2010년 체험농장을 시작했으며, 2012년에는 교육농장, 2013년에는 품질인증을 받아 본격적으로 고추장, 된장을 생산해 판매에 나섰다. 특히 2012년 농촌진흥청에서 간편고추장 제조기술을 이전받으면서 체험학습이 활기를 띄었다.

장 담그기가 어렵다고만 생각했던 소비자들에게 간단한 레시피로 장을 담글 수 있는 체험은 입소문을 타며 체험 예약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더욱이 학생들의 체험학습으로도 각광을 받으면서 인근 학교뿐만 아니라 대도시 초중학교 학생들의 체험학습이 줄을 잇고 있다.

원칙 고수가 성공비결

어쩌
다 한번 하는 체험학습인데 값싼 재료로 원가를 절감해 경영이익을 취하는 농가가 더러 있다. 그러나 선돌메주농원은 저가의 중국산 재료는 일제 사용하지 않는다. 고추, 콩은 직접 재배한 것만 원재료로 사용하고, 부족한 물량은 지역에서 생산한 질좋은 것만 사용하는 것이 원칙이다. 소금도 전남 신안군에서 ISO인증 제품으로 매년 100포씩 주문해 사용하고 있다.

김 대표는 “전통 장맛을 이어가기 위해 좋은 재료만을 사용하고 전통방식으로 만들고 있으며 고품질 제품을 만들기 위해 소량 생산을 고수하고 있다”면서 “주문이 밀려들어도 생산한 물량만큼만 판매한다는 것이 원칙”이라고 말했다.

특히 농촌진흥청 간편고추장 제조기술과 김 대표의 노하우가 결합해 탄생한 ‘DIY 내가 만드는 간편고추장(1kg)’ 제품은 없어서 못팔 정도로 인기가 높다. 이 제품은 고춧가루 170g, 메주가루 42g, 팽화미 160g, 쌀누룩 160g,  소금 90g, 물 50cc 등 원료별 소포장 돼 있어 누구나 주문해 고추장을 담글 수 있다. 과거 직거래 비중이 높았지만 현재는 온라인 판매량이 꾸준하게 늘고 있다.

돈보다는 전통장 알림이 역할 최선

돌메주농원은 체험농장과 함께 고추장, 된장, 장을 기반으로 한 농가맛집을 운영하고 있다. 체험객들이 단순히 체험만 하고 돌아가는 것이 못내 아쉬웠던 김 대표가 지역 먹거리와 결합한 농가맛집을 운영하면서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음성군의 특산물인 인삼으로 지은 밥, 직접 담근 장으로 만든 시래기국 등 지역 농특산물로 만든 농촌밥상에 체험객들의 입이 절로 벌어진다고.

한번 선돌메주농원을 방문한 체험객들이 돌아가 블로그, 카페 등에 체험후기를 남기기 시작하면서 선돌메주농원은 특별한 홍보활동없이 지역을 대표하는 명소로 떠올랐다.
선돌메주농원은 지난 2013년 1억원의 매출을 올린데 이어 지난해에는 2억원을 넘어섰다. 올해는 3억원을 목표로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김 대표의 성공스토리를 듣고 싶어하는 농업인, 귀농귀촌인들의 강의 요구가 쇄도하면서 하루해가 짧을 정도로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다.

김 대표는 “선돌메주농원의 전통장에 특별한 비결이 있기 보다는 좋은 재료를 써서 전통방식으로 정성을 담아 만드는 것이 전부다. 콩·소금·옹기·물 등 어느것 하나 소홀해서는 제대로 된 맛을 낼 수 없다”면서 “여기다 누구나 쉽게 고추장, 된장을 담글 수 있는 비법까지 가지고 있어 한번 선돌메주농원을 방문한 체험객이 단숨에 평생 고객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돈이 목적이 되는 순간 욕심을 부리게 되고 나눔의 소중함도 잊어버리게 되기 때문에 그저 전통장을 널리 알리는데 한눈팔지 않고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며 “‘느림의 미학’이라 일컫는 전통장이 국민들에게 지속적으로 사랑받는 그날까지 소임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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