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땅의 맛 담아 건강한 전통 장

있는 장을 만들기 위해서는 건강한 재료, 깨끗한 자연환경, 만드는 사람의 정성 등 삼박자가 고루 갖춰져야 한다. 강원도 홍천군 서면에 위치한 하미토미영농조합법인(이하 하미토미/대표 김영민)은 이 삼박자에 주민들의 화합까지 더해져 최고의 장을 생산하고 있다. 지난 2013년 마을기업으로 지정된 하미토미는 연 매출 1억 원 이상을 올리며 마을주민 일자리창출, 지역농산물 팔아주기 등을 통해 마을수익창출을 도모하고 있다. 또한 연탄기부활동을 통해 나눔 활동도 꾸준히 펼치며 지역사회에서 주목받고 있다.

작은 농토…부가수익창출 위해 마을주민 뭉쳐
천혜의 자연환경을 자랑하는 강원도 홍천군 서면에서 하미토미는 하늘이 전해준 맛, 땅이 보내준 맛이라는 상호 ‘하미토미’의 뜻처럼 하늘과 땅의 맛을 담아 우리 몸에 좋은 전통장을 만들고 있다.
하미토미는 지난 2010년 마을주민 5명이 의기투합해 설립했다. 마을에 농토가 작아 농사를 지어 수익을 내는 것이 어려워 부가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방안을 찾아 마을주민들이 함께 나선 것이다. 하미토미는 가마솥 하나, 항아리 30개로 장류 사업을 시작했다. 처음 하는 장류사업에 시행착오도, 어려움도 수없이 겪어야 한다.

김영민 대표는 “마을어르신들은 집에서 장을 다 담가먹기 때문에 만드는 게 어렵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소량으로 할 때와 대량으로 할 때는 천지차이였다”며 “농업인대학 발효과정을 공부하고, 장류자격증도 따고, 전국을 돌아다니며 장을 잘한다는 사람들을 찾아다니는 등 조합원들의 각고의 노력을 통해 현재의 하미토미의 장맛을 낼 수 있었다”고 전했다.

설립 후 5년이 흐른 지금, 하미토미는 조합원 11명, 가마솥 5개, 항아리 600여개, 그리고 연매출도 1억 원이 넘게 성장했다. 또한 올해는 ‘2015 대한민국 지역 희망 박람회’에서 국무충리상을, ‘2015 전국 우수마을 경진대회’에서 장려상을 수상하는 등 두각을 나타내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느
리지만 제대로 발효된 장 전하고파”

전국에 넘쳐나는 장류 사업장 중에서도 하미토미가 돋보일수 있었던 이유는 단연 ‘장맛’이다. 특별한 홍보활동을 하지 않았음에도 판매가 꾸준히 늘고 있는 것은 장맛이 좋기 때문으로 밖에 설명되지 않는다.

김 대표에게 하미토미 장맛의 비법을 물었더니 바로 “없다”라고 대답한다. 뒤이어 그는 “그저 전통재래방법 그대로 만들뿐이며 장맛은 하늘과 땅이 만드는 것”이라고 말한다. 비법이 없다고 하지만 바로 여기에 비법이 숨어 있다.

전통재래방법이라는 것이 어쩌면 누구나 다하는, 쉬운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빨리빨리’를 추구하는 요즘 세상에서 ‘느림의 미학’을 보여주는 전통장류를 만드는 것이 맘처럼 쉬운 것이 아니기 때문. 고추장이야 6개월이면 맛볼 수 있지만, 된장의 경우 전통방식 그대로 한다면 최소 2년은 걸려야 제대로 된 맛볼 수 있다. 정성의 손길이 많이 들어가야 비로소 전통장이 탄생하는 것이다.

김 대표는 “제한된 공간에서 대량 생산하고 빨리 판매하기 위해 건조, 발효하는 것까지 기계를 사용하는 업체도 더러 있다”고 밝혔다. ‘발효’라고 하는 것은 미생물의 작용에 의해 유기물이 분해되어 유용한 물질이 생성되는 것인데, 이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기계를 사용하고, 균주를 접종하는 방법을 사용하는 곳이 있다는 것이다.

반면 하미토미는 전통방법을 고수하고 있다. 가마솥에서 콩을 삶아 분쇄하고, 메주모양으로 성형한 후 1차 습을 제거, 짚으로 엮어 건조장에서 건조한다. 이후 숙성실에서 짚을 깔고 메주를 쌓아 메주를 띄운다. 이 메주로 간장과 된장을 만들고 2년 이상을 숙성한 후 판매하고 있다. 충분한 발효ㆍ숙성과정을 통해 건강한 전통 발효식품인 ‘장’이 탄생하는 것이다.
또한 하미토미는 재료도 마을에서 생산된 콩과 고추를 사용하는 등 100%국내산을 고집하고 있다. 또 최근에는 제품의 차별화와 경쟁력 제고를 위해 유기콩으로 만든 유기농 된장도 판매하고 있다.

“장의 전통·역사 무시한 식품규제…  특수성 감안해야”
떠한 역경에도 우리 전통방식을 고수하며 옛 음식문화를 지키려는 하미토미지만 최근 이러한 전통을 지키는 것이 버겁다고 하소연한다. 바로 ‘식품규제’ 때문이다.
김 대표는 “전통장류의 특성과 역사는 무시한 체 제조자체를 현대화 기준으로 단순 획일화하고 있다”며 “전통장류를 일반식품과 같은 잣대로 보고 식품규제를 한다면 우리처럼 농촌에서 재래방식으로 장류를 하는 업체는 모두 사라질 것이며, 전통장류 문화도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기업 기준에 맞춰 농촌을 맞추고 평준화 시킨다면 언젠간 전통장류는 사라지고 공장에서 획일적으로 찍어낸 장만 먹게 될 것”이라며 “전통장류라는 특수성을 감안해 맞춤형 관리기준을 둬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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