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동 휘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인삼과 농업연구관


당송(唐宋) 8대가의 한사람인 유종원(柳宗元)이란 문인이 쓴 종수곽탁타전을 보면 식물을 전공으로 하는 연구자로서 새겨들을 대목이 있다.
“탁타는 나무 심는 것을 직업으로 삼고 있었다. 그가 심은 나무를 보면 혹 옮겨 심어도 살지 않는 것이 없었고, 무성히 잘 자라서 빨리 열매가 많이 열렸다. 어떤 사람이 그 까닭을 물으니 나 탁타가 나무의 천성을 잘 따르고 그 본성을 다하게 하기 때문이죠. 무릇 나무의 본성은 그 뿌리는 뻗어나가기를 바라고, 그 북돋움은 고르기를 바라며, 그 흙은 본래의 것이기를 바라고 그 다짐에는 빈틈이 없기를 바랍니다. 처음에 심을 때는 자식을 돌보듯 하고 심고 나서는 내버린 듯이 하면 그 천성이 얻어지고 그 본성이 얻어지게 됩니다.”

나무 심는 방법에 대한 요점을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식물을 재배하기 위해서는 그 생리생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그에 맞는 환경조건을 조성해주고, 적절한 재배관리를 해주어야만 원하는 고품질의 생산물을 얻을 수 있는데, 과학적인 지식이 많지 않았을 옛사람의 혜안과 직관적인 설명이 인상에 남는다.   

이에 비하면 인삼은 본래의 환경과 본래의 흙에서 자라지 못하며, 심고 나서도 더욱 노력을 기울여줘야 비로소 생산이 가능하다. 곽탁타의 이론에 따르면 자연의 이치를 한참 거스르는 대표적인 작물이 되는 셈이다. 많은 노력과 인적·물적 자원이 투입돼야만 고품질·안정생산이 가능하다. 또한, 한번 재배하고 나면 연작장해(連作障害)에 의한 뿌리썩음병 등의 발생으로 재작(再作)이 어려운 작물이다. 재작을 위해서는 10년 이상의 윤작(輪作) 및 휴작(休作)이 필요하다.

최근 우리 연구진은 연작장해 경감을 위한 연구에서 소기의 성과를 거둠으로써 자연의 이치를 또한번 거스르고자 한다. 
연작장해의 주요 원인은 인삼 뿌리썩음병 때문인데, 이 병은‘시린드로카폰 데스트럭턴스’라는 병원균에 의해 발생한다. 이 병원균 포자는 토양 속에서 장기간 생존하며 초작지에서는 병원균의 밀도가 적어 피해가 적으나 재작지에서는 밀도가 증가돼 병 발생이 빠르고 피해가 크게 확산된다.

농촌진흥청에서는 연작장해 예방을 위해 인삼 뿌리썩음병원균의 토양 내 밀도를 정확하기 검출하기 위한 선택배지와 특이적인 분자마커를 개발했다. 이를 활용해 토양 내 매우 적은 양의 인삼 뿌리썩음병원균이라도 검출이 가능하다. 이 연구 성과를 통해 연작장해의 주 원인균인 인삼 뿌리썩음병원균의 토양 내 존재 여부와 밀도를 판별해 인삼 재배농가의 연작피해를 예방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토양 내 인삼 뿌리썩음병원균의 밀도 판별기술을 이용한 최적 예정지 선정 및 인삼의 계속 재배 여부를 결정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으며, 연작장해 연구에 대한 처리효과를 바로 확인할 수 있게 되어 연구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향후에 개발될 연작장해 경감기술의 종합적인 적용을 통해 농가 경영비를 절감하고 적정 재배면적을 확보로, 인삼의 고품질·안정 생산과 함께 수출 경쟁력 향상에 이바지 할 수 있을 것이다.

올해는 유래를 찾을 수 없는 가뭄과 고온으로 인해 인삼 재배관리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앞으로도 기후변화 등에 따른 많은 어려움이 인삼 안정생산을 가로막을 것으로 예상된다. 인삼의 고품질·안정생산을 위한 지속적인 신기술의 개발로 이를 극복하고자 한다. 인류의 역사가 자연의 거대한 도전에 대한 인간의 응전(應戰)에 의해 발전해 왔듯이, 우리 연구진도 연작장해 경감을 넘어 해결을 위한 도전에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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