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시 주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박사


수 십 년간 우리는 100만 ha나 되는 논에 벼를 재배해왔다. 지난 십 여 년간 쌀 소비량이 지속적으로 줄고 있다. 지난해 국민 한사람이 일 년간 평균 65.1kg의 쌀을 소비하여 10년 전보다 15kg이나 줄었다 한다. WTO체제 하에서 쌀 수입을 늘려야 하는 상황에서도 우리는 논을 지키려 노력했다. 이를 위해 수많은 수단과 방법을 찾아내고 적용해왔다. 그러나 끊임없는 노력에도 불고하고 쌀 소비량은 계속 줄어들고 있다.

그러다보니 이제는 쌀이 남아돈다고 야단이다. 올해는 가을 날씨가 좋아 대풍으로 쌀 적정 재고량의 두 배나 되는 130만 톤에 이를 것이란다. 모자라는 것을 걱정하다가 남는 것을 걱정해야 하니 ‘격세지감’을 느낀다. 이쪽저쪽에서 쌀의 과잉 생산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걱정과 염려의 말들을 토해 낸다. 산업계, 농민단체, 학계, 관련 정부기관 할 것 없이 저마다 다양한 해결방법을 내 놓는다. 각종 매스컴은 이를 다룬 기사를 끊임없이 우리에게 실어 나른다. 그들이 하나같이 주장하는 해결방안은 대략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그 중 하나는 쌀 생산량을 줄이는 것이다. 즉 벼 재배면적을 조절하여 생산과 소비의 균형을 맞추자는 것이다. 나머지 하나는 쌀의 소비를 늘리는 것이다. 쌀 가공 산업을 통해 용도를 다양화하고 수출 등을 통해 소비를 늘리자는 것이다.

쌀 생산량을 줄이든, 쌀 소비량을 늘리든 양쪽 모두 문제는 있다. 그리고 논을 다른 산업 용도로 전환하든, 논에 다른 작목을 생산하든 기존의 쌀 생산에 의한 소득을 무시할 수는 없다. 더더욱 그 땅을 놀릴 수는 없는 일이다. 이런 상황에서 논을 밭으로 전환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것으로 판단된다. 논을 밭으로 전환하면 비용도 적게 들고 우리 농업 농촌을 지킬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농경지 면적은 모두 합해야 170만ha도 채 되지 않는다. 인구를 감안한다면 여기서 생산한 농산물로 국민을 먹여 살리기에는 턱도 없이 모자라는 면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식량이 남는다는 얘기를 한다. 쌀이 남는 것을 식량이 남는 것처럼 잘못 이해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식량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밀의 경우만 봐도 우리나라의 자급률은 1%도 채 되지 않는다. 우리가 늘 소비하는 국수, 빵, 과자 등의 원료인 밀은 전적으로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밀뿐이 아니다. 콩도 그렇고 옥수수도 그렇다. 이들 작물은 자급률이 10%도 안 된다.

우리나라 밭 농업은 경영규모가 영세하고 기계화가 덜 된 것이 특징이다. 밭 농업의 기계화율은 현재 약 54%로 논 농업 94%에 비해 턱도 없이 낮다. 경영 규모도 농가의 85% 이상이 0.3ha 이하이며, 그나마 경지정리도 제대로 되어있지 않다. 밭에 재배하는 작물의 종류도 많고 재배법까지 다양한 것을 감안하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논을 밭으로 전환하면 우량한 밭을 조성할 수 있다. 당연히 기계화를 통해 경쟁력도 높일 수 있고 밭작물 생산도 늘려 자급률도 높일 수 있다. 남는 논을 밭으로 만드는 일은 결국  1석3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어 우리 농업과 농촌을 지킬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쌀이 과잉 생산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논을 밭으로 전환하는 것은 가장 좋은 방법이다. 힘을 덜 들이면서 우리 농업을 지키고 농가소득도 보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하면 앞에서 말한 우리나라 밭작물의 문제점인 자급률도 높일 수 있다. 농가 소득을 안정화 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밭 농업이 가진 취약한 부분인 기계화와 규모화 문제도 어느 정도는 해결할 수 있다. 결국 앞으로 우리 농업의 미래는 논을 전환하여 만든 밭을 얼마나 잘 지키는가에 달렸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밭을 지키기 위한 구체적이고 실천 가능한 다양한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 관련기관, 생산자와 소비자 단체 및 연구기관 모두 참여해야 한다. 풍요롭고 안정된 미래의 우리 농업 농촌을 위해 깊은 관심을 가지고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으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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