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혜 영
국립식량과학원 수확후이용과


이제 완연한 가을이다. 유난히 더웠던 여름이어서 이 가을이 더 반가운지도 모른다. 들녘마다 풍성히 익은 벼는 황금물결 장관을 이루어 바라보는 이들로 하여금 감탄을 자아내지만, 한편으로 고개 숙인 벼 이삭마다 농민의 땀방울이 맺혀 있는 듯하여 가슴 한 구석이 짠하다.

2014년 7월에 쌀 관세화가 발효되고 2015년 1월부터 관세화 유예가 종료됨에 따라 농민의 시름이 더해졌는데, 이를 위하여 농가 소득안정 및 쌀 산업발전을 위한 다양한 대책이 제시 되었다. 농림축산식품부에서 2014년 9월에 발표한 쌀 산업발전대책을 살펴보면 쌀 농가 소득 안정, 쌀 산업 경쟁력 제고, 쌀 소비와 수출촉진, 부정유통 방지를 위한 세부 전략이 제시되어 있다. 생산-유통-소비 시스템에서 전방위적 대응이지만, 무엇보다 소비의 전제가 없는 한 모든 것은 무용지물이다.

식량으로의 쌀 수요량은 2004년 3,952천톤에서 2013년 3,434천톤으로 매해 1.3% 감소한 반면, 가공으로의 쌀 수요량은 2004년 335천톤에서 2013년 526천톤으로 연평균 7.0% 증가하였다. 가공용 보다는 밥쌀용으로 이용된 소비량이 훨씬 많지만, 쌀 가공품의 수출 확대로 해외시장의 판로를 개척할 수 있다면 가공용 쌀 소비량 증가를 더욱 가속화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기 위해서 먼저 확보되어야 할 것이 우수한 식품가공기술이며, 나아가 맛과 품질을 한층 높일 수 있는 방법은 가공적성이 우수한 용도별 맞춤형 품종을 선정하는 것이다.

2014년 현재 우리나라 국가품종목록에 등재되어 있는 쌀은 총 247품종으로 밥쌀용 품종 185종과 가공기능성 품종이 62종이다. 연구개발단계에서부터 이용목적을 세우고 품종개발을 수행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겠으나, 한 개의 품종이 개발되기까지 최소한 십 수년의 시간이 걸리는 것을 고려한다면, 기존에 개발된 다양한 품종의 가공특성을 고려하여 맞춤형 품종으로서 이용하는 것이 보다 효율적일 수 있다.

이러한 배경으로부터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에서는 국산 식량작물의 대량소비를 도모하기 위하여 지난 7월 ‘식량작물 농식품산업협의체’를 발족한바 있다. 쌀 가공 10개 산업체를 대상으로 가공적성별 품종정보 교류와 개발품종의 실용화를 위한 네트워크를 구축하였고 하반기에 그 외 식량작물 이용 산업체를 추가, 확대할 계획이다. 더불어 ‘가공 쌀을 이용한 수출용 가공제품개발’ 연구를 통해 적합 품종을 이용한 쌀 가공품개발과 수출기반을 구축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 국내에서 개발된 품종을 이용한 산업화 연구사례는 삼광, 설갱, 고아미 등의 맞춤형 품종을 이용하여 개발된 빵, 전통주, 국수 등의 제품 등을 통하여 찾아볼 수 있다. 이러한 사례는 연구개발단계부터 산업체가 참여하여 공동으로 추진되었다. 즉 ‘품종개발→가공적성연구→맞춤형 원료이용 제품화→원료생산확대’를 통하여 산업체에서는 향상된 품질로 국내외 제품경쟁력을 키울 수 있고 농민은 산업체간 계약재배에 의한 판로를 확보할 수 있으며 이러한 상생협력을 통하여 농가소득증대가 가능하다.

현재 우리나라는 1인가구 증가, 간편식 선호 등 가공식품 위주의 소비 트렌드 변화가 심화되고 있다. 즉 곡물소비 주체가 일반가정에서 식품제조업과 외식업으로 바뀌고 있음을 의미하며, 쌀 소비 증대를 위하여 쌀 가공산업의 활성화는 매우 중요한 선결과제가 되었다. 농업인, 산업체, 소비자의 안정적 판로 확보, 우수 품질 및 낮은 가격의 원료, 고품질 상품 등의 요구(Needs)충족을 위한 맞춤형 품종으로의 쌀 가공산업의 새로운 바람을 촉구하며 나아가서는 이로 인한 쌀 소비와 수출 증진을 기대해 본다.
저작권자 © 여성농업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