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 행복한 마을공동체 꿈꾸는 구만리 주민들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진달래 /울긋불긋 꽃대궐 차린 동네 /그 속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 어릴 적 많이 부르던 동요 ‘고향의 봄’의 가사처럼 고향에 대한 애정과 그리움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도시에서 태어나 자라는 사람들이 많아지며 고향이라는 의미가 점점 퇴색돼 가고 있다. 애향심 물론 크지 않다.

이러한 가운데 마을주민들이 똘똘 뭉쳐 내 고향, 내 마을을 지키고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마을이 있어 귀감이 되고 있다. 강원도 홍천군 북방면 구만리의 이야기다. 구만리 주민들은 ‘구만리콩마을영농조합법인’(대표 오흥기)을 설립해 마을주민들이 공동경작한 콩을 이용해 두부, 장류를 가공해 판매하고 있다. 지난해 마을기업으로 지정받아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한지는 1년도 채 안 됐지만, 10여년 전 골프장으로부터 마을을 지키려는 주민들의 힘을 동력으로 마을공동체가 잘 형성돼 있어 앞으로 기대되는 마을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우리 마을은 우리가 지킨다”

구만리는 10여년 전 여느 농촌마을과 다를 바 없이 그저 평범하고 조용한 농촌마을이었다. 그런데 구만리를 발칵 뒤집어 놓은 사건이 터졌다. 마을에 골프장이 들어선다는 것이다. 대대로 마을에 터전을 일구고 살아가고 있는 주민들에게는 골프장이라는 날벼락을 맞은 것과 같았다. 마을주민들은 골프장 건설은 절대로 안 된다며 반대운동을 펼쳤다. 골프장 공사를 막기 위해 반대운동을 하며 마을주민들은 수없이 많은 벌금 내야했고 시위를 벌인 결과 전과범이 됐다. 마을을 지키기 위해서 주민들은 희생을 감수했다.

해를 거듭할수록 주민들의 단결력은 더욱 커졌다. 어느 누구 하나 흔들리는 주민이 없었다. 그러나 골프장 반대운동으로 부과 받은 벌금 마련과 반대운동 비용으로 빚은 점점 늘어갔다. 그래도 마을 주민들은 희망을 잃지 않았다. 주민들이 힘을 합치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의지가 강해졌기 때문이다.

오흥기 대표는 “골프장 반대운동을 하며 금전적인 면에서 잃은 것은 많지만, 다른 부분에서 얻은 것이 많다”며 “함께 마을을 지키자는 한 목표를 바라보니 단결력은 그 어느 마을보다 강해졌으며, 무엇보다 마을 공동체의 소중함을 깨달았다”고 밝혔다.

구만리는 몇몇 주민들이 마을을 위해 기부한 2만여평의 땅에 공동으로 콩을 경작하기 시작했다. 콩을 팔아 빚을 갚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콩을 공동경작한 지 6년째. 지난해부터는 ‘구만리콩마을영농조합법인’을 설립해 두부, 장류 등 직접 생산한 콩을 이용한 가공식품을 만들고 있다.

공동 경작한 콩…두부ㆍ전통장류 만들어


구만리콩마을은 지난해 초 마을기업으로 인증 받고 그해 6월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마을의 76가구 중 47가구가 출자를 하고 참여하고 있다. 이는 몸이 불편한 어르신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마을주민들이 참여한 것이라고 오 대표는 설명한다. 마을공동체 사업에 마을주민들의 참여도가 매우 높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구만리콩마을이 생산하는 품목은 두부와 된장, 고추장, 간장, 막장 등 전통 장류이다. 특히 된장은 담근 지 6개월 정도 밖에 되지 않았지만 구만리콩마을의 된장의 맛이 높게 평가되고 있다. 비법은 바로 천혜의 자연환경과 맑은 물, 그리고 최소 5~6년 간수를 뺀 소금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충분히 간수를 뺀 소금을 사용했기에 된장이 6개월밖에 숙성되지 않았지만 소금의 짠기가 적게 나는 이유라고 오 대표는 귀띔해 주었다.

또한 마을의 부녀회원들이 어머니의 마음으로 정성으로 장을 담은 이유도 있다. 그리고 중요한 한 가지. 바로 마을주민들이 공동으로 재배한 햇콩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재료의 출처를 알 수 있기에 믿을 수 있는 먹거리를 생산한다는 것이 구만리콩마을의 큰 강점이다.

“이익금으로 주민 위한 요양원 설립할 것”

이제 막 첫발을 내딛은 구만리콩마을. 앞으로 이루고 싶은 일들이 무궁무진하다고 오 대표는 말한다. 모두 개인의 이익이 아닌 마을을 지키기 위한 일들이다. 우선 마을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마을로 사람들이 모일 수 있도록 해 마을을 활성화 할 계획이다. 귀농ㆍ귀촌인들의 정착도 도와 고령화로 활력을 잃은 마을에 활력을 불어 넣을 예정이다. 또 직접 생산한 두부와 전통 장 등 건강한 재료로 음식을 만드는 식당을 마을 안에 만든다는 계획이다.

특히 구만리콩마을의 가장 큰 그림은 주간보호센터나 요양원 같은 시설을 마을 안에 만드는 것이다.
오 대표는 “대부분 마을 어르신들이 나이가 들어 몸이 불편해지면 자녀들이 요양원으로 모신다”며 “타지에서 아는 사람도 없는 요양원에 있는 것보다 마을에 요양원이나 주간보호센터가 있다면 주민들이 살아온 터전을 떠나지 않고 마을 사람들과 함께 편하게 생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구만리에 귀촌해 마을 일을 돕고 있는 박찬희 사무장은 “다른 곳은 요양원 같은 시설을 혐오시설로 생각하는데 이 마을은 편의시설이라고 보고 있다”며 “역으로 생각해 이런 시설들이 도시 사람들을 마을로 불러들이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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