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옥 선
농촌진흥청 농촌환경자원과장


지난 9월 순천만정원이 대한민국 국가정원 제1호로 지정되면서 정원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 정원(庭園)은 사전적으로는 주택의 외부공간을 실용적·심미적 목적으로 처리한 뜰을 의미한다. 어린 시절 자라던 시골집 정원 풍경을 생각해 보면, 앞마당 가장자리 화단에는 채송화, 봉숭아, 맨드라미가 자랐고, 뒤뜰 장독대 옆에는 포도나무, 앵두나무가 심어져 있었다. 봉숭아는 꽃과 잎을 따서 손가락에 물을 들이고 맨드라미꽃은 따서 기정 떡에 고명으로 넣어 쪄 먹었다. 기능성과 실용성을 겸한 유용한 공간이었다. 그러나 요즈음은 농촌의 주택 구조가 바뀌고 주민들의 연령이 고령화 되면서 화단을 가꾸는 손길이 줄어들고 있어 안타깝다.

최근 농림축산식품부는 침체되어 있는 농촌에 활력을 불어 넣고자 주민들을 도와 ‘함께 가꾸는 농촌운동’을 추진하고 있다. ‘함께 가꾸는 농촌운동’은 논·밭·축사 같은 생산지나 마을 주변의 생활공간에 방치된 폐기물을 수거하고, 꽃·묘목 식재로 농촌경관을 아름답게 꾸미는 환경개선 활동이다. 이 운동의 취지를 생각해 보면 마을 주변의 공터에 정원을 만드는 것이 좋은 실천방안이 아닐까 한다.

이런 의미에서 지난 10월 23일 담양군 용면 도래수마을 체험관에서 마을 정원 조성과 관련한 의미 있는 행사가 있었다. 국립농업과학원에서 추진하고 있는 ‘지역의 특성을 살린 농촌마을 정원 조성’ 연구결과를 현장에 적용하고, 담양군 농업기술센터와 함께 현장설명회를 개최한 것이다. 이번 현장적용은 지난 4월부터 국립농업과학원 과 순천대학교 정원사업단이 농촌마을 정원조성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마을주민들과 함께 정원을 설계하고 조성하여 이루어졌다.

이번에 조성된 농촌 마을정원은 마을 내 자투리 공간을 활용하여 주민과 방문객의 체감 만족도가 높은 정원을 조성하는 방향으로 추진되었다. 식생조사를 통해 남천, 털머위, 하늘매발톱 등 지역에 맞는 꽃과 나무를 심고, 마을 하천의 돌 등을 이용하여 자원 활용성을 높였다. 또한 운동기구 등을 재배치하여 주민과 방문객의 만족도를 높였다. 이번 현장적용에서 최우선으로 고려한 것은 주민들의 의견과 지역 특성에 맞는 공간 조성이었다. 현장설명회에 참여한 마을 주민들은 체험관 주변 공간들이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통해 정비되고 아름답게 바뀐 것을 보면서 기뻐했다.

이러한 마을 공동체 정원은 최근 베이비붐 세대의 퇴직으로 증가하고 있는 귀농귀촌 가구와 마을 주민들 사이에 소통을 위한 대안으로도 부각되고 있다. 귀농귀촌이 늘고 있지만 기존에 살던 주민과 이주해 온 도시민 사이의 괴리로 인해 갈등이 생기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마을 공동체 정원이 도시와 농촌의 환경 차이에서 오는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마을 공동체 정원은 조성하는 것만큼 잘 가꾸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참여하는 사람들이 왜 정원을 만드는지, 정원이 마을 주민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등에 대한 공감대가 전제되어야 한다.

또한 지역의 자연환경을 살리는 정원이 되어야 한다. 식물의 수분을 도와주는 대표적인 생명체 ‘벌’과 ‘나비’가 줄어들면 식량생산뿐 아니라 식물도 급격하게 사라질 수 있다는 경고가 있다. 그간 우리가 만들어왔던 정원이 우리만을 위한 것이었다면 이제는 벌과 나비를 비롯해 지역의 자연환경을 위한 배려가 깃든 정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국립농업과학원에서는 현장적용 사례 등을 참고하여 ‘농촌 마을 정원 만들기’ 안내서도 발간해서 농촌 마을의 개성과 지역특성에 맞는 정원 조성 확산에 노력해 나갈 계획이다. 지역의 특성을 살린 마을정원 조성 사례들이 늘어나서 농촌이 아름다워지고 마을 공동체가 회복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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