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업 1조6천억 규모 추가 보완대책·농어민지원 상생기금 1조원 조성

국내 후속 절차 최대한 신속 마무리…중국과 긴밀 협의

정부는 국회가 지난달 30일 중국과의 FTA 비준 동의안을 가결함에 따라 한중 FTA에 따른 일부 산업 분야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대책을 본격적으로 가동하기로 했다.

정부는 우선 한중 FTA가 연내에 발효될 수 있도록 남은 국내 절차를 최대한 단축하고 중국 측과의 긴밀한 협의를 하기로 했다.
정부는 협정의 연내 발효를 위해 관련 시행령과 시행규칙 개정, 법제처 심사, 차관회의와 국무회의 의결에 이어 박근혜 대통령의 비준 재가와 공포까지 일련의 행정 절차를 늦어도 20일 이내에 마무리할 방침이다.

한중 FTA는 올해 안에 발효돼야 연도별 관세가 한 차례 더 인하되는 효과를 얻어 올해에만 1조5천억 원가량의 관세 인하 혜택을 볼 수 있다.
협정이 연내에 발효되면 발효일에 1차 관세철폐, 내년 1월 1일에 2차 관세철폐가 이뤄져 우리 기업이 중국 시장에서 경쟁국보다 유리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또 국내 절차를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진행하면서 중국 측과도 긴밀한 협의를 통해 협정이 연내에 발효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이를 위해 중국 측과 발효일자 협의 및 외교공한 교환 등 연내 발효에 필요한 절차를 신속히 진행할 계획이다.

농어업 분야 추가 보완대책 마련

정부는 한중 FTA로 피해가 우려되는 농어업 분야에 대한 추가 보완대책도 시행하기로 했다.
한중 FTA 여야정협의체는 이날 한중 FTA에 따른 농어업 분야에 대한 추가 보완대책을 마련했다.
협의체는 FTA와 직접 관련이 없는 지원 대책을 포함하여 금리 인하, 세제 지원 등 앞으로 10년간 약 1조6천억원 규모의 농어업 분야 추가 보완대책에 합의했다.

주요 내용은 밭농업 고정직불금 인상과 농업 정책자금 금리 인하, 피해보전직물제의 보전비율을 90%에서 95%로 인상, 농림수산업자산 신용보증기금의 위탁보증 한도 3천만원에서 5천만원으로 확대 등이다.
어업 소득 비과세 한도를 2천만원에서 3천만원으로 인상, 전기요금 인하 등도 추가 보완대책에 포함됐다.

정부는 이에 앞선 지난 6월 한중 FTA 영향평가 결과에 기초해 총 4,800억원(농림 1,595억원, 수산 3,188억원)을 지원하는 ‘한중/한베(베트남) FTA 관련 국내 산업 경쟁력 강화대책’을 수립한 바 있다.
정부는 또 논란이 됐던 무역이득공유제 대신에 민간기업, 공기업, 농·수협 등의 자발적 기부금을 재원으로 매년 1천억원씩, 10년간 총 1조원 규모의 기금을 조성해 농어촌 상생협력사업을 수행하는 대안을 마련했다.

무역이득공유제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고 기술·법리적 문제 등으로 도입이 불가능하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정부 관계자는 “1조원 규모의 기금 조성이 민간기업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지만 기금 조성에 공기업과 농·수협도 참여하기 때문에 민간기업의 추가적인 부담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한중 FTA 발효 대비 2단계 특별지원 대책 가동

정부는 한중 FTA가 발효되면 실익이 클 것으로 기대되는 중국 수출 중소기업에 FTA 컨설팅을 지원하는 등 FTA 발효에 대비한 2단계 특별지원대책도 마련했다.
관세청이 통관 분야에서 중점 추진할 2단계 대책은 지난 3월부터 6월 초까지 시행한 1단계 대책의 성과를 바탕으로 5대 방향, 20대 과제로 구성됐다.

정부는 FTA 컨설팅에 대한 기업비용 부담 비율을 낮추고 컨설팅 중복방지 원칙을 완화해 지원 대상 기업을 늘릴 방침이다.
또 협정 발효 초기에 FTA 특혜 적용 대기 물품이 신속히 통관할 수 있도록 발효 후 3개월간 ‘한·중 FTA 통관 특별 지원팀’을 운영하기로 했다.

중국 수출이 늘 것으로 예상되는 김, 미역, 넙치, 전복 등 22개 수산물에는 원산지 간편 인정제도를 확대 적용하기로 했다.
축산물, 임산물 등 FTA 취약산업에도 간편 인정제도를 확대하기 위해 관련 부처가 협의하기로 했다.
원산지 규정·절차 등 협정 이행과정의 긴급한 현안 해소를 위해 한·중 간 세관협력회의를 정기적으로 개최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원산지 검증 표준절차 등 한·중 FTA 협정문 중 이행과정에서 논란이 있을 수 있는 사항을 발굴해 FTA 발효 전 이행지침에 반영하기로 했다.
‘한중 FTA 돌보미 프로젝트’를 가동해 세관 관할지역 내 중국 수출기업(협력업체 포함)을 대상으로 상담 서비스도 제공하고 관세관이 주재하지 않는 중국 지역 진출기업의 FTA 활용을 돕기 위해 코트라 중국 무역관에 FTA 전문가도 파견한다.

‘농어촌 상생기금’ 조성 가능할까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처리를 전제로 야당과 농민단체 등이 요구한 무역이득공유제 대신 농어촌 상생협력·지원사업 기금 조성이 대안으로 선택됨에 따라 그 실효성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무역이득공유제는 한중 FTA 체결로 이득을 보는 산업의 이득 일부를 농수산물 등 피해산업에 지원한다는 것이었으나 정부와 재계의 반대로 수면 아래로 가라앉고 30일 여야정협의체는 1조원 규모의 상생기금 조성에 합의했다.

1조원 기금과 더불어 정부가 금리 인하, 세제 지원 등으로 농어업 분야에 지원하는 2조800억원을 합쳐 앞으로 10년간 농어촌 FTA 피해 지원에 모두 3조원이 투입된다.
무역이득공유제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고 기술·법리적 문제 등으로 도입할 수 없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대신 민간기업, 공기업, 농·수협 등의 자발적인 기부금을 재원으로 매년 1천억원씩 10년간 1조원의 상생기금을 조성하기로 했다. 자발적 기금 조성이 연간 목표에 못 미치면 정부가 부족분을 충당하게 된다.

이 상생기금은 대중소기업협력재단이 관리·운영하며, 농어촌 자녀 장학사업· 의료 및 문화 지원·주거생활 개선·농수산물 상품권 사업 등에 쓰일 예정이다.
정부는 자발적 기부를 활성화하고자 참여기업에 세액공제, 동반성장지수 가점 부여 등 인센티브를 줄 방침이다.

그러나 무역이득공유제와 상생기금에 대해 정부·재계, 농민단체 간에 이견이 지속할 것으로 보여 갈등이 재발할 여지도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무역이득공유제는 강제로 이익을 환수하는 방안이어서 정부는 오래전부터 확고하게 반대하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재계 역시 무역이득공유제 법제화에 난색을 보인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지난 19일 보도자료를 통해 “FTA를 통해 기업 이익이 확대되면 세금 납부액도 자동 증가하는 만큼 농어업인 피해대책은 조세수입 확대로 마련된 재정수단을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농업계 ‘무역이득공유제’ 법제화 요구

그러나 농민단체들은 한중 FTA로 농수산업 분야에 막대한 피해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자발적인 모금은 한계가 있다며 무역이득공유제 법제화를 요구하고 있다.
기업 자율 모금 방식으로 기금을 조성해 농업 경쟁력 강화에 투자한다고 하지만 사업 참여가 지속적인 투자로 이어지지 않고 기업 홍보용에 그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농축산단체들로 구성된 ‘FTA 실질대책수립촉구 농축산단체 비상대책위원회’는 “FTA 국회비준에 앞서 실효성 있는 피해대책을 끊임없이 요구했으나 실질적인 대책은 전혀 마련되지 않았다”며 “막대한 이익을 보는 제조업 분야에서 막대한 피해를 보는 농축산업 분야에 이익을 공유하는 무역이득공유제를 법제화해야 한다”며 무역이득공유제 법제화를 포함한 실효성 있는 FTA 피해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또한 상생기금이 실효성 있는 대책이 되려면 농어촌에 지원하는 금액이 실제 농어촌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도록 정부가 철저히 관리해야 할 필요성도 제기됐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농업보조금 개편 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우루과이라운드 타결을 앞둔 1992년부터 지금까지 농업구조 개선과 경쟁력 강화를 위해 투입한 농림 투·융자는 100조원이 넘는다. 20년 넘게 농업·농촌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했지만 기대한 효과를 보지 못했고, 여전히 농가는 낮은 소득과 부채로 어려움을 겪는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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