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청으로 유명세, 알고보면 환경지킴이”

“이 80살 먹은 노인한테 뭐 들을 말이 있다고 먼길 왔어요?” 첫 마디부터 시골 할머니댁에 온 것처럼 정감있다. 

경기도 화성시 조암면 장순희 할머니는 슬로푸드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는 유명인사다.
25년전부터 유기농법을 실천하고 있는데 80세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건강하고, 바른 생활을 하고 있다.

“옛날에 손주들이 어릴 때 할머니 밭에는 아무것도 안해서 신발 안신어도 되지? 하더라고요. 그때부터 이걸 하기를 잘 했다 싶었어요. 그 애들이 커서 결혼하고 지금은 왕할머니가 되어 있네요.”

또 장순희 할머니는 국제슬로푸드한국협회 화성지부 금경연 대표와 함께 할머니 텃밭을 지키는 운동도 함께 하고 있는데 ▲ 합성세제 안 쓰기 ▲ 제초제 안 쓰기 ▲ 음식물퇴비 만들기 ▲ 쓰레기 분리수거 ▲ 비닐 안 태우기 ▲ 빗물 이용하기 등을 실천하고 있다.

“음식물 먹고 남은 걸 톱밥하고 섞어서 1년을 발효시키면 유기농 퇴비가 되요. 유기농은 젊은 사람들도 많이 하니 그 이야기는 그만하고 이리 따라 와봐요.”
할머니가 이끈 곳은 조청을 고으는 뒤뜰이었다. 이날은 조청이 다 떨어져 다시 고으고 있었는데 전통방식으로 3일동안 작업을 한다고 했다. 옆에 있다가 손가락으로 조금 남은 것을 슥 쓸어 먹으니 맛이 담백하면서도 꿀맛이었다.

이날 태국에서 온 우프들과 함께 자리한 최에스더 두레산들농장 대표도 “할머니의 조청 만드는 과정을 보면 진정한 슬로푸드를 느낄 수 있고, 늘 옆에서 보고 배우는 것이 많다”고 고마워했다.
두레산들농장은 매월 홍콩에서 할머니텃밭을 체험하기 위해 10여명이 방문하는데 그 체험 중에는 꼭 장순희 할머니의 집에서 집밥을 먹고 가는 코너가 있다.

“슬로푸드나 유기농법이나 이 할머니가 뭘 알고 하겠소. 그냥 내 손주들, 내 주변 사람들이 건강하게 생활하면 되요. 환경을 생각하고, 조금씩만 부지런하면 누구나 다 할 수 있어요.”

그렇게 할머니 뒤를 졸졸 따라다니다 보니 어느 덧 저녁이 됐고, 할머니는 태국에서 온 우프들까지 다 먹을 수 있도록 집밥을 차려줬다. 아욱국과 김장김치는 시골 할머니의 손맛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또 태국 우프들은 직접 장을 봐와서 태국 전통음식을 만들어 줘 한바탕 잔치가 벌어졌다.

“나만 건강할 수 없고, 나 혼자만 좋은 것 먹는다고 행복한 것도 아니에요. 늘 옆 사람들 배려하고 욕심 부리지 않고 살았으면 좋겠어요.”
장순희 할머니는 저녁을 먹고 배웅을 해주면서도 꼭 다시 놀러오라는 말을 몇 번이고 했다.
취재라는 것을 잠시 잊을 정도로 오랜만에 느껴보는 가슴 따뜻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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