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유통부문 사업확대에 ‘승부수’

  
 
  
 
농협중앙회가 신용사업과 경제사업 분리에 대비해 유통부문과 식품부문 사업확대에 나서는 등 경제사업 살리기에 안간힘을 쓸 계획이다.
농협은 지난 10일에 농업경제사업부문 업무보고회를 연 데 이어 최근 이 같은 내용의 경제사업 활성화 방안을 농림부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농협은 10일 업무보고에서 “올해 경제사업의 경영수지 개선에 주력하는 한편 조합 경제사업 강화를 위해 유통부문 등에 2015년까지 모두 13조원의 자금을 조성, 지원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농협이 경제사업 활성화 방안에 따라 투자할 13조원 중 7조원은 회원조합 경제사업 지원에 쓰고 6조원 가량은 유통사업부문 확대와 확충, 기존 유통업체 인수나 제휴 등에 쓸 계획이다.

특히 대형유통업체에 맞서기 위해 유통물류센터 3곳을 신설하고 하나로클럽(대형유통할인점)과 하나로마트(대형 슈퍼마켓)를 대폭 확충하는 등 유통사업에 승부수를 두겠다는 전략이다.

아울러 기존 유통업체 인수나 제휴를 병행하는 한편 식품가공회사를 설립해 두부, 콩나물, 쌀 가공식품 등을 생산, 전국 유통망을 통해 판매함으로써 종합식품회사로 발돋움한다는 계획이다.

농협 관계자는 “경제사업 활성화 방안을 계획대로 실행하면 지난해 11개소인 적자사업장 수가 올해엔 7개소로 줄고 2010년이면 완전 흑자로 돌아설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이어 “만성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경제사업 손실을 신용사업부문에서 충당하는 방식으로 경영이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라며 신·경 분리를 앞두고 경제사업 경쟁력 강화에 온힘을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 경제사업 혁신추진역량 강화
농협은 경제사업 활성화 중장기 세부추진계획을 수립, 2015년까지 유통부문사업 투자와 별도로 7조원을 조성해 회원조합의 경제사업을 지원할 예정이다.

농산물 상품화와 거래단위 규모화, 전문인력 육성 등을 통해 산지유통 점유율을 올해 48%까지 높이고 2015년에는 60%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농산물 유통시설의 경우 현재 13곳인 하나로클럽을 올해 안에 18곳으로 늘린 뒤 2015년까지 모두 50곳 이상을 둘 계획이며, 회원조합이 운영하는 하나로마트도 연내 150곳, 2015년 500곳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대형유통할인점과 판매장 확충과 유통물류센터 3곳 건립에 3조7천억원이, 기존 유통업체와의 자본제휴나 인수에 1조원이 투입되며 종합식품회사 설립과 생활물자물류기지, 축산부문 등에 1조3천억원을 쓰게 된다.

이럴 경우 농협의 소매유통 점유율은 올해 8%, 2015년 15%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농협은 다음달에 ‘경제사업 활성화 추진 원년’을 선포하는 한편 워크숍 등을 거쳐 회원조합과 일선사업장, 외부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다.

◇ 회원조합 경제사업 지원확대
농협은 이 분야에서 무이자유통운전자금(농협자체)이 증액된다. 무이자유통운전자금은 벼 매입, 명품화, 마트 대형화 등에 집중 지원된다.
이 자금은 지난해 6천230억원에서 올해 7천억원으로 늘어난다. 농안기금도 378억원이 늘어나 모두 2조9천500억원이 책정됐다.

농산물 판매 확대를 위한 지원도 강화된다. 올해 공동판매 목표액은 지난해에 견줘 5% 늘어난 14조5천632억원이며 이를 위해 순회수집차량 81대가 지원될 예정이다.

경제사업 통합정보시스템 구축도 추진된다. 이 사업은 올해부터 내년 10월까지 이뤄지며 경제사업부문 전 분야와 소매유통, 축산경제 정보시스템을 대상으로 코드표준화가 실시되고, 중앙회와 회원조합 공판장 시스템이 통합된다.

통합정보시스템을 갖추게 되면 계통사무소간 매입과 매출, 채권과 채무가 일치하게 돼 부실징후를 쉽게 알아볼 수 있고 조기경보체제를 가동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2년간 220억원, 올해는 90억원이 반영된다.
이와 함께 회원조합의 경제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제도개선도 이뤄진다. 책임경영체제의 조합공동사업법인 설립을 지도하고 ‘전속출하계약제도’가 도입될 예정이다.

◇ 신사업기획단 설치, 운영 계획
농협은 이러한 유통사업부문 확대와 경제사업 활성 등 새 성장동력을 찾기 위해 ‘신사업기획단’을 설치,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기획단에는 신사업개발팀, 종합식품회사 설립팀, 판매장 신설팀 등이 가동된다.
기획단은 알려진 대로 ‘NK식품주식회사’를 설립하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올해 확정하는 한편 300억원을 투입해 연간 2만4천톤 생산규모의 김치공장 설립을 추진하는 등 경제사업 활성화 중장기 세부추진계획을 마련한다.

농협은 이와 함께 농식품 자체브랜드인 ‘아름찬’과 ‘한삼인’의 인지도를 높이고, 늦게 출발한 ‘아침마루’와 ‘뜨라네’도 소비자들에게 대대적으로 알릴 계획이다.
이들 농협 브랜드에 대해 정기적으로 인지도 조사를 실시하고 텔레비전과 인터넷 등의 매체를 통해 광고도 추진된다.

이밖에 회원조합이 농산물 상품화와 품질관리 등을 수행토록 유통전문인력 육성시스템도 갖출 예정이다.
이 시스템에 따라 농협중앙회는 마케팅과 경영컨설팅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회원조합은 농산물품질관리사와 공판장 경매사, 하나로마트 전문가를 집중 육성하게 된다.

◇“농협의 조직편의 발상” 지적도
농협중앙회는 유통부문 대규모투자를 통한 경제사업 활성방안이 신·경 분리를 대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강변하고 있지만 일각에선 농협의 조직편의주의와 구조개혁을 외면한 몸집 불리기를 비난하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농협은 경제사업부문 13조원 투입계획에 대해 “경제부문에 포함돼 있는 농촌지원과 교육사업을 계속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며 “일선조합에서 농업인에게 돈을 빌려줄 때 낮은 금리를 적용하고 비료와 농약을 저렴한 가격에 공급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농협의 이 같은 주장과는 달리 일부에선 “농협이 한사코 반대해온 신·경 분리 약속을 이제는 어쩔 수 없이 지켜야 할 처지에 놓였다”며 “이번 방안은 경제사업을 떼어내되 조직이 살 기반을 안정적으로 마련하겠다는 발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고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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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농업과 농촌, 농업인을 지원하기 위한 조치라기보다는 경제사업부문 직원들의 높은 임금과 복지 수준을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것으로 풀이하는 시각이다.
각계의 신·경 분리 요구와 농림부의 농협개혁 프로그램 등에 대해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며 오히려 개혁시기를 미루는 농협중앙회의 그간 행태는 이를 뒷받침한다.

실제로 농림부는 올해 상반기에 평가지표를 개발해 내년부터 조합별로 경제사업을 평가하고 종합순위를 매길 계획이었지만 농협은 적용시기를 2009년까지 미루고 순위방식도 ‘종합’이 아닌 ‘품목’ 별 순위를 주장했다.
한편 농림부는 농협중앙회가 최근 제출한 경제사업 활성화 중장기 계획과 관련해 2월에 ‘농협 신·경 분리 추진위원회’(위원장 박해상 농림부차관)를 열어 최종 확정할 예정이다.


<농협중앙회의 유통부문 투자계획>
▶2015년까지 6조원 투자
▶유통물류센터 3곳 신설
▶하나로클럽 30여 곳 추가
▶하나로마트 500곳으로 확대
▶유통업체 인수나 제휴 추진
▶식품회사 설립 등 사업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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