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만 수
강원도농업기술원 지원기획과장


우리들의 고향인 농촌 마을을 돌아보면 적막감이 감돌 정도로 너무 조용하다. 시끄러운 도심을 떠나 농촌마을 환경을 접하면 신선한 공기에 정신과 육체가 힐링됨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농업관련 기관에 근무하는 직업의식 인지 몰라도 조용함 보다는 두려움이 앞선다. 70년대 후반 시골에 근무할 때만 해도 영농을 하는 분들이 중장년층 반, 청년층 반으로 요즘같이 허리 굽은 농부의 모습은 가끔 볼 정도였다.

어떤 동네에는 청년 농부들이 대다수로 젊은 공무원이 왔다고 텃세까지 하는 바람에 서로 기를 꺾으려고 강술(안주 없이 마시는 술) 대결까지 한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지금도 그때가 너무나 그리워진다. 요즈음 시골 마당에 친인척끼리 모여 하루 종일 파티를 해도 지나가는 젊은 청년이 없다. 가끔 실버 카에 의존해 경로당을 다녀오시는 몇몇 안되는 연세 높은 어르신들을 빼고는 인적이 끊기는 시간이 대부분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귀농·귀촌하신 분들이 몇몇 있어 그분들이 지역 리반장을 맡고 있고, 노인회장도 그 분들 중에서 선출되기도 한다.

농촌의 고령화 속도는 심각한 수준이며 이런 상황이 나아질 기미가 없다. 우리나라 농가의 65세 이상 고령화율은 39%(2014년)이고, 경영주의 고령화율은 그보다 더 높은 55.7% 수준으로 농촌과 농업을 책임질 후계세대가 없다. 그렇다고 마냥 보고만 있을 수는 없다. 도심에 나가 젊은 청년들을 농촌으로 오라고 호소할 수도 없는 상황이고, 귀농·귀촌하는 분들에 의존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 농촌의 노령화 속도를 늦추고 젊은 청년들을 농촌에 머물게 할 수 있는 방법 중에 하나는 중앙이나 도시책 추진으로 규모화된 영농시설의 전문관리원, 일부시군에서 시도하는 헬퍼(영농도우미), 농산물가공 등을 통한 6차산업화 등으로 농업분야의 일자리를 늘리는 것과 둘째는 우수 농가경영체를 잘 육성하여 성공모델을 널리 홍보하여 농업을 직업으로서의 가치를 높여 도심으로 나가있던 농촌출신 청소년들을 돌아오게 하는 방법이 있고, 셋째는 농업계 고교, 대학출신 학생들을 대상으로 우수농가의 농장입주 훈련을 통해 농업에 대한 비전을 보여주어 영농의욕을 고취시키는 방법 등 여러 가지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 청년들을 유입해야만 한다.

농촌지도기관에서는 농촌 청년들을 대상으로 4-H회 조직을 결성하여 농촌의 미래리더로서 역량을 키우고 본인들이 하고 있는 품목별 전문기술을 학습시켜 나가고 있다. 이중에는 한국농수산대학이나 농업계대학 출신들이 많고 일반학교를 졸업하고 일찌감치 농업에 뛰어들어 현재는 상당한 수준의 전문성을 갖춘 청년농부도 대다수로, 절반이상이 도시근로자 소득수준을 크게 능가하고 있다. 투자의 귀재 짐 로저스 회장이 서울대학교에서 강연한 내용 중에 “교실을 나가 드넓은 농장으로 가라. 여러분이 은퇴할 시점에는 농업이 가장 유망한 사업이 될 것이다. 모든 사람이 농업을 등한시 하고 도시로 몰려나올 때 역으로 농부가 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농업이 미래산업이 될 것이다”라고 강조하였다.

2013년 한국농수산대학교 졸업생 2,607명을 대상으로 영농실태를 조사한 결과를 보면 평균소득이 6,814만원으로 100대기업 직원과 소득의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4-H회원 중에는 억대이상 소득자도 상당수 있어 도시근로자를 상회하는 복지와 문화생활을 누리고 있어 이들이 도시에 나가있는 청년들을 농촌으로 회귀하게 하는 롤 모델이 되고 있다. 4-H회는 사회생활에 필요한 지혜와 덕목, 봉사와 건강한 육체, 인성을 갖추게 하고, 단체생활을 통해 협동심을 기르고 서로의 정보를 공유함으로써 농촌과 농업경영에 대한 자신감도 얻게 한다.

그러나 아직도 4-H회에 가입하지 않고 홀로 외로이 농촌생활을 하는 청년들이 많다. 그들과 대화해 보면 한결같이 말하는 것이 주위에 같은 또래가 없어 외롭다고 한다. 이들을 대상으로 일선 농업기술센터를 통해 회원가입을 적극 유도하며, 신규 회원에게는 기초영농 자금지원 등 정예화된 농업 후계인력으로 육성해야만 한다.
아직까지 4-H회에 가입하지 않은 청년들이여~ 우리 4-H회란 조직으로 똘똘 뭉쳐 미래의 농업과 농촌을 멋지게 설계해 보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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