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으로 학생들의 마음을 치유해요”

주말농장, 옥상정원 등 도시농업이 관심을 받으면서 농업은 삶에 지친 도시민들에게 치유의 역할도 하고 있다. 특히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텃밭은 생명의 소중함을 알려준다는 의미에서 큰 선물이 되고 있다.
지난 14일 경기도 안산시 선부중학교 상담실. 쉬는 시간이 되자 학생들은 상담실 문을 열고 고개를 빼꼼히 내민다. 바로 이 학교 심리상담사 정선미씨를 보기 위해서다.

그녀는 선부중학교에서 텃밭을 통해 학생들에게 치유와 회복할 기회를 나누고 있다.
“지난 해 안산에 큰 아픔이 있었잖아요. 아이들이 아픔을 이겨내고 치유와 회복을 할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을 펼쳤는데 그 중에서도 텃밭 활동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저마다 아픔이 있는 아이들이 모여 돌을 골라내고, 텃밭을 만들어 씨를 뿌리고 수확을 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삶을 소중하게 느끼고 있는 것을 봤거든요.”

학생들은 이렇게 수확한 상추를 선생님들에게 대접하면서 자존감을 회복해 나가고 있고, 또 적은 돈이지만 판매한 금액을 어려운 이웃과 나누면서 더불어 살아가는 법도 다시 찾아가고 있다.
사실 상담실을 찾아오는 학생들은 여러 가지 이유로 아픔을 겪고 있기도 하고, 그녀가 좋아서 찾아오기도 하는데 이유에 상관없이 따뜻하게 안아주고 있다.

“때로는 아픔을 폭력으로 표현하는 아이도 있고, 너무 속으로 삭히면서 주변과의 관계를 밀어내는 아이도 있는데 그때마다 여러 가지 상담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어요. 아이들이 조금씩 자신의 삶을 소중하게 여기는 모습을 볼 때 같이 기쁘고 행복해요. 또 올해는 텃밭을 가꾸는 것도 좋은 역할을 한 것 같아요.”

농업은 안전한 먹거리를 생산한다는 1차적인 기능이 있지만 이 외에도 다양한 기능이 숨겨져 있다. 특히 텃밭은 하나의 작은 쉼터로도 여겨지는데 전문가들은 작물을 재배하고 수확하는 것 자체에 치유의 기능이 있다고 한다. 그녀와 함께 있는 학생들 역시 잠깐이지만 늘 손에 쥐어져 있던 스마트폰과 컴퓨터 마우스를 내려놓고 텃밭에서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웃음을 찾는다.

“동물, 식물을 떠나 생명을 탄생시키고, 보살피는 만큼 좋은 경험이 있을까요? 이게 바로 자연이 주는 선물인 것 같아요. 실제로 텃밭을 가꾼 아이들 가운데서는 자신을 미래의 농부로 불러달라는 친구도 있었는데요. 농작물을 양지바른 곳에서 정성껏 키우면 건강하고, 맛있게 자라는 것처럼 우리 아이들도 그렇게 자랐으면 좋겠어요.”

끝으로 그녀는 안산지역의 학생들뿐만 아니라 인근 지역의 학생, 어른들에게 심리적인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재능기부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사는 삶을 아이들, 어른들이 함께 알아가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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