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금 숙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인삼특작이용팀 농업연구관


전세계적인 고령화 흐름에 따라 우리나라도 출산율 감소와 평균 수명 연장으로 고령화가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이런 사회적 배경에 개인의 건강에 대한 관심은 날로 높아지고 만성질환 예방을 위해 건강기능식품 수요는 점차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2013년 기능성 식품의 세계시장 규모는 약 3,750억불로 추정되며, 국내 건강기능식품 시장규모는 2013년 1조 7,900억 원까지 증가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국내 건강기능식품 시장에서 가장 으뜸으로 소비자의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이 바로 홍삼제품이라는 사실이다. 2013년 홍삼 건강기능식품 생산액은 5,869억 원으로 전체(1조 4,820억원)의 40%를 차지한다. 홍삼에 대한 소비가 크게 증가한 것은 특히 건강기능식품법이 본격화된 2004년 이후에 기능성 성분이 표준화되고, 식약처가 인정한 기능성이 제품에 표기되면서 소비자의 홍삼 제품에 대한 신뢰도가 더욱 높아졌기 때문이기도 하다.

또한 어린이와 수험생을 위한 홍삼 건강기능식품 시장도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피로 회복, 면역력 증진, 기억력 개선, 항산화, 혈행 개선 등에 도움을 주는 홍삼제품들이 중노년층 뿐 아니라 소아와 청소년용 한약재 보약을 대체하고 있는 셈이다.

일반인들이 흔히 말하는 인삼은 일반적으로 고려인삼 전체를 일컫는 말이지만, 대한약전의 한약재 분류에 근거한 분류에는 수삼을 쪄서 말린 것이 ‘홍삼’이고, 수삼을 그대로 또는 잔뿌리와 껍질을 제거하고 건조한 것이 ‘인삼’인데, 이때 인삼은 통상적으로 ‘백삼’을 뜻한다. 현재 식약처에서 홍삼은 6개의 기능성을 인정하고 있는데 이들 6개의 기능성(면역증진, 피로회복, 혈행 개선, 기억력 개선, 항산화, 갱년기 여성건강 개선) 내용은 건강기능식품에 표기할 수 있고, 소비자들은 그 기능성 정보와 성분함량을 참고하여 제품을 선택할 수 있다.

상대적으로 백삼은 아직 사람에 대한 직접적인 효능에 대한 과학적 근거자료가 부족하여 식약처가 인정하는 기능성은 현재까지 면역증진과 피로회복 뿐이다. 이것은 백삼의 효능이 홍삼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 아니라 그동안 대기업에서 주로 6년근 홍삼연구와 제품개발에만 치중하는 사이 4년근 백삼에 대한 연구나 제품개발은 상대적으로 소홀했기 때문에 백삼의 효능에 대한 입증자료는 충분하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국내외 연구사례와 최근 농촌진흥청의 동물모델을 이용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백삼은 기억력 개선효과, 전립선 비대억제 효과, 골다공증 억제 효과 등 우수한 효능을 보유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현재 농촌진흥청은 식약처에서 요구하는 건강기능식품으로서의 ‘기능성’을 추가하기 위해 기억력 개선, 전립선 건강개선, 뼈건강 개선 효과에 대한 인체적용시험(사람을 대상으로 한 유효성 평가 시험)을 지원하고 있다.

향후 5년 이내에 직접 인체에서 백삼의 다양한 효능이 과학적으로 입증된다면, 비싼 가격 때문에 6년근 홍삼 제품의 구매를 꺼려하던 소비자라도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은 가격으로 4년근 백삼의 다양한 제품을 구매할 수 있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즉, 홍삼위주의 건강기능식품 시장에 다양한 백삼 건강기능식품이 추가되면 소비자의 인삼류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선택의 폭도 그만큼 다양해지고 넓어질 것이다.

또한 4년근 수삼을 재배하는 농가가 확대되면 6년근까지 재배하면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 재배상의 문제점이나 수확량 감소 및 잔류농약에 대한 우려도 많이 줄어들 것이다. 인삼 세계시장에서 가장 인지도가 높은 브랜드는 홍삼이 아니라 백삼을 원료로 만들어진 스위스의 ‘진사나(Ginsana)’ 제품이라는 사실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국내시장에서 홍삼위주의 가공품 틀을 깨고 이제는 백삼도 홍삼의 가치에 뒤지지 않는 기능성 식품으로서 화려한 변신을 시도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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