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정 선
농촌진흥청 유전체과 농업연구관


사람은 저절로 태어날 수 없다. 아빠, 엄마로부터 전해지는 유전물질인 DNA의 재조합을 통해서 수정란이 만들어지고, 그 수정란의 드라마틱한 셀 분열을 통해 조직이 만들어진 다음 조직들이 모여 하나의 사람이란 개체를 만든다. 그러므로 ‘나’에 대해 알고 싶다면 부모님과 형제, 또 나의 후손을 보면 된다고 말할 수 있다.

2002년 인간 유전체 해독을 시작으로 유전체 연구 시대가 열렸다. 그리고 염기서열 분석기술의 획기적인 발전으로 2010년부터 개인유전체 시대가 시작됐다. 이러한 개인유전체 분석 정보가 쌓이고 빅데이터 기술이 성장함에 따라 개인별 맞춤의학 유전체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빅데이터란 디지털 환경에서 생성되는 데이터로, 수치 데이터뿐 아니라 문자와 영상 데이터를 포함하는 대규모 데이터를 말한다.
빅데이터의 활용으로 질병이나 사회 현상 등 변화에 관한 새로운 시각이나 법칙을 발견할 가능성이 매우 커졌다. 또한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인간의 행동을 미리 예측할 수 있게 됐다.

한 포털사이트에서는 2007년부터 현재까지의 트렌드를 ‘검색어’로 조회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해마다 언제 첫눈이 왔는지와 같은 단순 정보부터 MP3, 디지털카메라, 스마트폰의 판매량에 따른 미래 예측 등을 분석할 수 있다. 이를 이용하면 다양한 관점에서 정보를 접할 수 있는데, 예를 들어 수입맥주와 환율 간의 상관관계도 확인할 수 있다.
수입맥주는 FTA 협정 등 수입관세의 벽이 낮아진 2014년에 가장 많이 수입됐으며, 2015년에는 환율 강세에 따라 평년과 비슷한 수준의 수입량을 보였다.

빅데이터를 농업에 활용해 보자. 2010년 1월부터 현재까지 수박, 포도, 참외, 딸기 매출액을 비교하였을 때, 매년 수박은 8월에, 참외는 7월에, 포도는 9월초에 매출액이 정점에 달했다. 그러나 딸기는 10월부터 3월까지 고르게 높은 판매를 올렸으며, 보통 4월에 가장 큰 매출액을 올렸다. 이에 대한 주요 원인으로 우수한 논산딸기 품종 개발과 보급을 들 수 있다.

최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전국 딸기재배 농가를 대상으로 딸기 정식면적을 조사한 결과, 논산딸기 시험장에서 개발한 설향 품종의 올해 국내 재배비율이 75%를 차지했다. 또한 매향과 금향을 포함한 3종의 재배비율은 전국에서 78%에 달하여 외국품종 비율이 22%까지 줄어들었다. 이렇게 당도가 높고 과실 크기가 크며 병충해에 강한 품종의 보급으로 겨울철 하우스 연료비를 상쇄할 수 있는 매출액이 생긴 것은 물론, 농가에서 로열티 감축이 가능해짐에 따라 과일매출액 빅데이터의 경향을 바꿀 수 있었다.

사과, 배 육종의 경우, 소과 육종을 지향하고 있다. 채소의 경우는 조금 비싸지만 유색 채소 등 항산화 물질이 함유된 품종을 개발하고 있다. 농촌진흥청은 이렇게 시장선호도 분석에 따라 시장 판매 추이를 사전에 알고, 병해충 정보 등의 재배환경 분석 정보로 최적의 생산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또한 생산량을 제고할 수 있도록 플랫폼을 구축하고 농가에 맞춤 서비스를 할 수 있도록 지원 중이다.

농업은 많은 노동력을 필요로 한다. 여기에 빅데이터 기술이 접목된 스마트 농업기술을 지원한다면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온상승과 병해충 발생 양상을 모니터링하고, 수질과 토양 환경을 분석하여 적합한 종자를 제시하는 등의 선진농업을 추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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