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정  진
(사)한국토종닭협회 상임부회장


지난 한해 토종닭 산업은 혹독한 시련을 겪었다. AI 발생은 물론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메르스) 여파로 소비 위축과 적체 현상으로 토종닭산업의 불황이 지속돼 사육농가와 회사는 큰 어려움을 겪었다. 무엇보다 토종닭산업의 불황은 AI, 메르스 여파도 컸지만 수급조절 실패도 무시할 수 없는 영향을 끼쳤다. 예년보다 늘어나 종계분양 숫자는 실제로 과도한 병아리 생산으로 이어져 토종닭산업의 고충을 가중시켰다.

토종닭협회는 올해 안정적인 병아리 공급을 위해 최선을 다할 방침이다. 종계부화분과위원회의 월례 회의를 통해 병아리 동향과 수급을 분석하는 것은 물론 병아리 분양 현황을 조사하고 이를 토대로 수급 안정화에 최선을 다할 계획이다. 협회의 이러한 노력이 성과를 낼 수 있다면 올한해 종계산업은 물론 토종닭산업에 전반에 긍정적인 변화를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 한해 토종닭산업 전망은 밝지 않다. 당장 지난해 하반기부터 적체된 물량이 올해 상반기까지 수급에 영향을 끼치면서 불황을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 상반기 이슈는 산닭 시장이 될 것이다. 올해부터 식약처에서 산닭 시장에 대해 대대적인 단속을 예고하고 있어 가뜩이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 토종닭산업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 산닭시장은 전체 토종닭 소비량의 30% 가량을 차지할 정도로 유통분야에 큰 축을 차지하고 있다. 식약처가 당장 단속에 나설 경우 산닭시장 유통은 당장 중단될 수밖에 없고 고스란히 그 여파는 전체 종사자들이 떠안을 수밖에 없다.  협회는 식약처의 산닭시장 단속에 적극적으로 대처해 피해를 최소화하는데 앞장설 것이다.

토종닭산업은 수년전 하림, 참프레 등 굵직한 육계 계열회사들이 뛰어들어 가파르게 계열화가 진행되고 있다. 이들 기업들은 토종닭산업 성장보다는 유통시장 지배에 혈안이 돼 과열?출혈경쟁도 마다하지 않고 유통시장 혼탁만을 야기해 왔다. 결국 이들 기업의 과열된 경쟁은 토종닭산업 전체에 악영향을 끼쳐 불황에 부채질을 하는 셈이 됐다.

협회는 이들 기업에 유통시장 선점에 벗어나 새로운 가공제품 개발로 신(新)시장 개척을 쉼없이 주문해 왔다. 일부 기업에서 토종닭훈제 등 신제품을 내놓기는 했지만 얼마 버티지 못하고 종적을 감추는 사례가 빈번했다. 협회는 이들 기업들이 유통시장 변화, 소비 트렌드 등을 꼼꼼히 챙겨 소비시장에서 주목받을 수 있는 획기적인 토종닭 가공제품 개발에 나설 수 있도록 적극 독려해 나갈 방침이다.

특히 토종닭 출하시 기준으로 삼고 있는 도체품 중량을 낮출 것이다. 현재는 18호가 기준으로 유통되고 있지만 이보다 중량이 낮춰져야 한다. 지난해 출하물량이 지속적으로 적체된 탓에 도계품 중량이 상승할 수밖에 없었지만 도계품 중량 상승은 결국 소비둔화에 한몫하는 꼴이 된다.

토종닭 출하시 도체중량이 미달되거나 넘어설 경우 그 피해는 사육농가와 계열회사가 떠안는다. 기본적으로 사육기간이 길어지면 사료 효율이 좋지 않고 생산비, 유통비 등 제반경비 상승이 야기된다. 무엇보다 토종닭 출하 중량이 커지면 2~3명이 먹을 한마리를 3~4명이 먹게 돼 자연스레 소비숫자가 줄어들게 된다. 물론 현재 토종닭 소비가 원활하지 않아 적체되다 보니 자연스레 출하 중량이 커지는 상황인 것을 무시할 수 없지만 업계가 공동으로 노력한다면 18호 문제를 충분히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토종닭산업은 타산업, 외부 영향에 따라 어떠한 변화를 겪게 될지 예측이 힘든 것이 사실이다. 토종닭산업이 이러한 위험요소를 넘어서고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관련 종사자들의 단결된 힘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토종닭협회가 지향하는 목표에 관련업계가 발맞춰 준다면 신바람 나는 토종닭 산업을 함께 열어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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