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기 훈
국립식량과학원 중부작물부장


지난 해 우리나라의 쌀 수확량은 432만 톤이 넘는 대풍을 이루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풍년의 기쁨 보다는 남아도는 쌀을 어떻게 소비해야할지 고민 아닌 고민을 하여야 할 실정이 되었다. 정말로 우리가 생산한 쌀을 안정적으로 소비할 수 있는 방안은 없는 것일까?

이를 해결하고자 정부는 농가 소득안정 및 쌀 산업발전을 위한 다양한 대책을 내 놓고 있다. 대부분의 정책들은 생산-유통-소비 시스템에 밀착한 대응으로 보인다. 그러나 쌀 소비의 지속적 확대라는 전제가 없는 한 어떤 대응책도 무용지물일 수밖에 없다. 2015년도의 주식용 쌀 소비량은 320만 톤 이하로 2000년대에 들어 매년 1.3% 정도 감소하는 반면에 가공용 쌀 소비량은 57만 톤 수준으로 연평균 7.6%씩 증가하고 있다. 밥쌀에 비해 가공용 쌀의 절대적인 소비량은 적지만 소비가 증가되는 추세는 희망적이라 할 수 있다.

또 세계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나라와 식량을 가장 많이 수입하는 나라가 우리나라와 가까이 있다. 우리 쌀 가공 산업의 활성화와 더불어 해외시장을 개척하여 판로를 확대 한다면 가공용 쌀 소비량 증가를 가속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먼저 확보해야 할 것은 다양하고 우수한 쌀 식품 가공기술이다. 나아가 국내외 소비자가 즐겨 찾을 수 있는 용도별로 가공적성이 뛰어난 품종 맞춤형 가공식품을 개발하는 일이다.

2016년도 현재까지 농촌진흥청에서 개발한 벼 250여 품종 중에서 쌀빵 등 가공용으로 활용이 기대되는 품종은 80여개나 된다. 우리가 개발한 품종의 다양한 특성에 걸맞은 가공식품을 개발하면 산업적 효과는 어마어마할 것이다. 이런 가능성을 배경으로 농촌진흥청에서는 국산 식량작물의 대량소비를 도모하기 위하여 ‘식량작물 농식품산업협의체’를 구성 운영하고 있다. 쌀 가공 산업체들과 쌀 품종별 가공적성에 관한 정보를 교류함으로써 품종 맞춤형 실용화를 위한 협업체계를 구축한 것이다.

아울러 가공특성별로 적합한 품종을 이용하여 쌀 가공품을 개발하는 등 수출기반을 구축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제 우리가 개발한 품종을 이용한 품종 맞춤형 쌀빵, 전통 쌀술, 쌀국수 등의 가공제품을 시중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품종 개발→가공적성 연구→품종 맞춤형 상품화→원료생산 확대’로 이어지는 이러한 사례는 산업간 성공적인 상생의 틀로 정착해 가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업체는 차별화된 품질로 시장에서 제품 경쟁력을 키워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또 농업인에게는 계약재배에 의한 안정적인 판로를 확보함으로써 농가소득 증대로 이어질 수 있다.

최근 해를 더해가면서 소가족 구조를 넘어 1인가구로 대변되는 핵가족 세대가 증가하고 있다. 심지어 혼자 밥을 먹는다는 ‘혼밥족’이란 신조어까지 우리 입에 오르내린다. 이와 더불어 식생활도 간편식을 선호하는 등 가공식품 위주의 소비 트렌드가 점점 더 심화되고 있다. 전통적인 가정식 중심의 곡물 소비 형태에서 가공식품과 외식 중심의 소비로 급격히 바뀌고 있다.

이에 부응하면서 쌀 소비를 늘리기 위해서는 쌀 가공 산업의 활성화가 무엇보다도 우선 되어야 한다. 차별된 품질과 낮은 가격의 원료로 만든 고품질 상품으로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쌀 소비문화를 반드시 일궈야 한다.

쌀 생산자인 농업인, 상품을 책임진 산업체 그리고 소비자인 국민으로 이어지는 안정적 유통체계도 확립해야 한다. 품종별로 맞춤형 쌀 가공 산업의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면 안정적인 소비는 물론 수출 확대로 이어갈 수 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쌀 소비량은 증가할 것이다. 이를 통해 쌀이 남는 것을 걱정하지 않고 한국 쌀 산업이 지속적으로 발전해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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