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영  창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인삼과


고려인삼은 수천 년을 거쳐 한반도에서 재배되어 온 대한민국의 대표 작물이다. 다시 말해 고려인삼의 원산지가 한반도라는 뜻이다. 현재 재배되고 있는 주요 농작물 중 벼, 콩을 제외하고는 우리나라 땅에서 수천 년 동안 재배되어 온 작물은 손에 꼽을 정도이다. 그만큼 우리가 먹고 있는 것 중에는 외국에서 도입된 작물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고려인삼은 한반도 전역과 중국의 동북 3성 등에서 재배되어 오고 있는데 과거 우리나라에서는 개성, 강화, 풍기, 금산 지역에서 주로 재배되었으나 최근에는 경남 고성, 전남 해남에서부터 강원도 고성에 이르기까지 전국 어디에서나 재배되고 있다. 그러나 과거 교통이 발달하지 못하여 원거리간 왕래가 잦지 않은 때에는 각 지역별로 예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재래종 종자를 수확하여 직접 재배하거나 그 종자를 지역 내에서만 거래하다보니 지역 간의 인삼 생육의 차이가 있기도 했다.

그러나 1970년대 이후 국가에서 인삼의 재배, 육종, 품질에 관한 연구를 시작함으로써 인삼 재배 기술이 발달하였고 재배면적도 확대되어 갔다. 인삼 재배 지역이 전국으로 확대되어 감에 따라 일부 지역 내에서만 거래되던 종자가 타 지역을 넘어서까지 거래되었으며, 최근에는 금산에서 해남이나 강화, 풍기, 고성, 홍천 등으로 종자가 널리 퍼지게 되어 지역 재래종은 거의 사라질 정도가 되었다.

그 결과 과거 인삼 수량과 품질에 영향을 미치는 기준은 좋은 토양과 재배기술의 차이였었으나,지금은 이 기준에 얼마나 좋은 종자를 이용하느냐에 따라 인삼의 수량과 품질을 결정짓는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다시 말해 인삼 재배를 위해서는 우선 좋은 땅을 선정해서 관리해야 하고, 두 번째로는 좋은 재배기술을 투입해야 하며, 끝으로 좋은 종자를 이용해야 한다.

최근에는 많은 교육과 다양한 경험들을 통해 좋은 땅을 선정하는데 따르는 지식과 재배기술의 농가간 차이는 크게 없다. 하지만 우수한 인삼 종자를 이용하는 측면에 있어서는 차이가 있다. 현재 농가에서 재배되고 인삼은 90%는 여전히 재래종을 이용하고 있는데, 재래종은 순도가 고정되어 있지 않아 같은 밭에서 수확되는 인삼이라도 수량이 고르지 않고 품질도 들쑥날쑥해서 안정적인 인삼 생산에 어려움이 있다.

이에 반해 품종은 기존 재래종보다 수량이 많고 병충해와 생리장해에도 강하며, 품질 면에서도 뛰어난 것을 육성할 뿐 아니라, 지역별로 적응성까지 검토하는 등 여러 단계의 검증을 거치기 때문에 현재 널리 재배되고 있는 재래종보다 믿을 수 있으며, 안정적인 수량과 품질 확보에도 유리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5년 현재 20여 품종이 개발된 우수한 인삼 품종의 농가 보급은 아주 미흡한 실정이다. 이것은 좋은 품종이 개발되었더라도 인삼 생리 특성상 종자가 많이 맺히지 않고 생육하는 동안 주로 4년생이 되었을 때 1회 종자를 수확하기 때문에 보급 속도가 매우 늦기 때문이며, 그로인해 농가로부터 인삼 품종의 우수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또한 지금까지 인삼 종자는 농가 대 농가로 거래되면서 순도가 낮은 종자가 유통되어왔고, 중국 등 해외로 불법 유출되는 것을 막을 수 없었을 뿐 아니라, 이로 인해 매년 종자 공급 불안정으로 인해 가격변동 폭이 컸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우수 품종에 대한 지역별 적응성 검토, 현장평가회를 통한 의견 수렴 등 소비자에게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하며, 국가차원에서 종자 생산과 보급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부분 작물 재배에서 묘가 농사의 반이다’라는 말이 있는데 인삼도 마찬가지다. 우량 묘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좋은 종자를 이용해야 하듯, 수량과 품질 면에서 안정적인 생산을 하고 소비자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인삼도 우수한 품종 재배가 요구되는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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