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를 돈으로 승화시킨 행정달인

산과 들에 흔하게 볼 수 있는 야생화. 이 야생화를 돈으로 승화(?)시킨 사람이 있다. 구례군농업기술센터 정연권 소장이 그 주인공이다.

정연권 소장은 지난 1978년 농촌지도사로 공직생활을 시작해 1983년 고향인 구례군농업기술센터로 발령 받은 뒤 줄곧 야생화 연구에 전력을 다했다. 지리산 자락 지천에 널린 야생화를 보고 자란 정 소장은 늘 야생화의 산업화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 이는 야생화도 충분히 산업화가 가능하고 돈이 되는 유망 품목으로 인정받게 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정 소장의 예측은 현실이 됐다. 30여년동안 야생화연구에 매진한 끝에 야생화에서 뽑아낸 액으로 향수를 만드는 등 신소재 산업으로 발전시켰고 야생화를 주제로 압화를 만들어 자연생태 조형예술로 탈바꿈 시켰다.

정 소장은 여기서 만족하지 않았다. 야생화를 보고 즐겼다면 이제는 맛볼 차례라고 강조한다. 이미 야생화의 식품으로 재탄생 작업이 한창이다. 대표 야생화가 ‘쑥부쟁이’이다. 쑥부쟁이는 향과 식감이 좋은데다 체중감소 및 나트륨 배출 효능까지 더해지며 웰빙 식품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정 소장은 “쑥부쟁이 머핀, 쿠키, 떡, 차 등 젊은 층들의 기호에 맞는 상품법을 개발했다”면서 “최근 서울 코엑스에서 쑥부쟁이 떡, 머핀, 쿠키 등을 판매했는데 순식간에 매진이 되며 앞으로의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쑥부쟁이가 웰빙 식품으로 주목을 받으면서 유망 소득 작목으로 떠오르고 있다. 현재 구례군에서는 18농가가 쑥부쟁이를 전문으로 재배하며 짭짤한 농가소득에 올리고 있다.
이처럼 쑥부쟁이가 6차산업화에 활발한 행보를 보이고 있지만 정 소장은 늘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과거 단발성 성과에 그쳤던 이력 때문이다.

정 소장은 “야생화 향수는 당시에는 화려한 조명을 받았지만 3년을 버티지 못하고 철수해야 할 정도로 반짝 조명에 그쳤다”면서 “이런 전철을 발판 삼아 야생화가 지속적인 관심과 지지를 받을 수 있도록 식품으로 재탄생시킨 것이 주효해 6차산업화 대표 품목으로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정 소장은 야생화를 주제로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바로 야생화에 담겨 있는 일제 잔재의 청산이다.

그는 “부끄럽게도 우리 야생화도감은 일제시대 나카이 다카시가 만든 식물도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우리 자생종인 섬초롱은 캄파놀라 다케시마나 나카이로, 역시 우리 고유의 금강초롱은 하나부사야 아시아티카 나카이라는 학명이 붙어있다. 비록 학명은 바꾸지 못하더라도 다른 부분에서 일제 잔재를 청산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저 산과 들에 널린 야생화에 심취해 30년간 야생화 연구에 매진하다보니 어느새 퇴직이 임박했다. 그는 야생화 산업에 기여한 공로로 지난 2013년 행정자치부 ‘지방행정의 달인’에 선정됐다.
끝으로 정 소장은 “시간과 공간, 신분의 제약에서 벗어나 민간인의 눈으로 보면 야생화가 달리 보일 것 같아 홀가분하게 1인 야생화 연구소를 운영할 계획”이라며 “누구나 부담없이 야생화를 보고 즐길 수 있도록 6차산업 기반을 강화해 지속가능한 산업으로 발전해 나갈 수 있도록 열정을 쏟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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