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 앞으로 다가온 제20대 국회의원 선거를 보는 농업인들의 시선이 곱지 않다. 총선은 대의민주주의를 떠받치고 의회정치를 유지하는 동력임에 틀림없다. 선거문화는 민주화를 가름하는 잣대가 된다. 금권, 관권 등 부정선거의 발생빈도와 함께 유권자의 선거참여율은 그 나라 또는 사회의 민낯이기도 하다.

 내용적인 면에서 총선의 의미와 위상은 더 중요하다. 예컨대 진일보한 민주사회에서 지역주의에 기대거나 기득권 세력과의 상생만을 내세우는 선거공약은 외면 받을 수밖에 없다. 더구나 위로와 지원이 필요한 농업에 대해 제대로 된 공약 하나 내놓지 않는 상황이 전개된다면 어떻겠는가. 이번 총선에 일말이라도 기대했던 농업인으로서는 다른 어느 때보다 허탈감이 클 수밖에 없다. 찡그린 눈살로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까닭이다.

각 정당이 농정공약을 내놓기는 했다. 그러나 그 밥에 그 나물인 듯 새로운 것이 전혀 없다. 자유무역협정 피해직불보전비율 확대, 1조 원대 자발적 상생기금 조성, 농업회의소 설립, 농협중앙회장 직선제 등이 여당과 제1야당이 발표한 공약이다. 물론 획기적이고 참신한 공약이 있다면 더 바랄 나위 없겠으나, 그 정도 기대치는 아니어도 이번 공약은 해도 너무 한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중요한 제도인데 아직까지 실현되지 않았기 때문에 20대 국회에서는 기필코 관철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라면 비판할 일은 아니다. 그러나 이들의 농정공약은 고민의 흔적이 보이질 않는다. 맹세하라니까 마지못해 웅얼거리는 것 같다. 한 마디로 성의 부족이다.

반면 상대적으로 열세인 정의당이나 녹색당의 농정공약은 대개 농업인의 응원을 받을 만하다. 두 야당은 곡물자급률 혹은 국가먹을거리계획 수립, 식량자급률 목표제도, 주요농축산물 적정가격보장제도, 농업회의소 법제화, 월급형 농업인 기본소득제 시행, 여성농업인 육성지원법 개정 등 파급이 큰 공약을 통해 농업인 유권자들의 표심을 흔들어놓았다. 굳이 한중 자유무역협정과 기후변화, 경기침체, 소득격차 심화, 농어촌 선거구 감소 등 어려운 대내외 환경 탓으로 돌리지 않겠다. 표를 얻고자 한다면, 농업인의 뜻을 받들겠다면 이제라도 농정공약에 진지하게 접근하고 진정성 있는 공약을 마련해야 한다. 농업인 또한 정당의 농정공약을 꼼꼼히 살피고 선거에 적극 참여함으로써 농업과 농촌 지키기에 일조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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