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수산업 위협하는 불량꽃가루 뿌리 뽑아야

국내에서 사용하는 인공수분용 꽃가루는 수요량의 90% 정도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과일 나무는 대부분 품종이 타가수분을 하는데 참다래(뉴질랜드)를 제외한 배, 사과, 복숭아 등은 인공수분을 위해 중국산 꽃가루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국내 배 재배면적의 91.2%, 재배농가의 74.3%가 인공수분을 실시하고 있고 배 주산지인 전남 나주에서 연간 소용되는 배 꽃가루는 1,000kg이 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하지만 농협이나 유통업자 등 정식 수입절차를 거친 꽃가루는 실제 이보다 적어 우량 꽃가루 확보 문제는 늘 화두다. 


▲ 산동성 일대에서 꽃가루 채취 장면
여전히 밀수형태 꽃가루시장 성행


사과, 배, 복숭아, 참다래 등 국내 꽃가루 시장은 연간 5,500kg 내외로 추정된다. 이중 정상적인 수입절차를 거쳐 수입된 물량이 3,000kg 내외이며 나머지 2,500kg 가량은 보따리상 등을 통해 밀수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농림축산검역본부의 2016년 1월~4월까지 꽃가루 수입물량을 살펴보면 3,200kg가량이 정식 수입된 것으로 확인할 수 있다. 수입절차를 거친 물량 대부분은 지난해부터 꽃가루 판매에 뛰어든 NH무역의 물량으로 파악됐다.

문제는 꽃가루 시장이 여전히 음성적으로 거래되는 물량이 많다보니 판매가격이 천차만별이다. 통상적으로 정상적인 수입과정을 거친 사과, 배 꽃가루 판매가격은 20g당 30,000원내외 수준이다. 그러나 보따리상 등 음성적으로 수입됐거나 국내에서 섞어 판매되는 꽃가루의 경우 가격은 판매자 의지에 따라 제멋대로다.

특히 지자체에서 지원하는 꽃가루 가격은 지나치게 높게 형성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상남도(지자체 50%, 본인부담 50%)의 경우 사과, 배 꽃가루 판매가격이 20g당 60,000원에 달한다. 경기도는 20g당 50,000원 수준. 꽃가루 시장이 워낙 폐쇄적으로 운영되다 보니 터무니 없는 가격이 형성된 것이다. 

불량꽃가루 활개…피해보상은 ‘깜깜’

비싼 비용을 지불하고 구입한 꽃가루가 제기능을 다하면 그나마 덜 억울할 상황이지만 이마저도 담보할 수 없는 현실이다. 기껏 구입한 꽃가루의 수정율이 확연히 떨어지는 사례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 금보륜사 꽃가루 완성제품 포장작업
업계에서는 판매하지 못하고 보관하고 있던 재고물량과 당해 생산된 물량을 임의대로 섞어 품질을 저하시키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는다. 통상 중국에서 수입되는 꽃가루는 20g 단위이지만 국내에서 판매되는 꽃가루는 어찌된 영문인지 50g, 30g 등 제각각 재포장돼 판매되고 있다.

꽃가루가 워낙 고가로 판매되고 있다 보니 무게만 맞으면 된다는 인식이 팽배해 품질은 뒷전이고 일단 팔고보자는 한탕주의가 성행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경남 함양에서는 5년전 사과재배 농민들이 불량 꽃가루로 인공수분을 하다 집단으로 곰팡이병이 발생해 그해 사과농사를 포기해야 할 정도로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 전남 나주에서는 지난해 불량 꽃가루가 활개를 치는 통에 한해 농사를 결정짓는 수정률이 형편없이 떨어져 농가들의 피해가 속출했다. 과원에서 수정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는 피해가 발생했지만 원인규명이 명확하게 이뤄지지 않아 농가들만 애를 태워야 했다.

나주 꽃가루 한 피해농민은 “불량 꽃가루로 인해 수정이 형편없이 떨어져 생산량이 반토막 나 그해 납품해야 할 물량을 맞추지 못해 경제적 손실이 컸지만 피해보상은 어느 곳에서도 받지 못했다”면서 “막상 피해가 발생해 꽃가루 관련 법규를 찾았지만 아무런 기준과 규정이 없었고  이 때문에 업자들이 엉터리 꽃가루로 활개 칠 수밖에 없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 산동성 일대에서 채취한 꽃가루
꽃가루 품질기준부터 마련돼야


농가들은 과연 어떤 꽃가루가 우량 꽃가루인지 기준이 마련돼야 하는 것은 물론 꽃가루의 품질을 분석하는 기준과 절차, 우량 꽃가루를 검증할 수 있는 시험기관 지정, 밀수 꽃가루 시장 퇴출 등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불량 꽃가루로 인한 피해가 커지면서 일부 지자체에서 직접 꽃가루 은행을 운영하고 있지만 전문인력 부족 등으로 인해 농가들의 신뢰도가 높지 않다. 무엇보다 과원규모가 소규모일 경우 꽃가루은행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지만 대농의 경우 수입 꽃가루를 의지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문제는 같은 꽃가루를 A, B, C 꽃가루은행에 각기 농도, 발아율검사를 의뢰할 경우 검사결과가 제각각이라는 것. 꽃가루은행별로 꽃가루 품질 검사 방식과 검사 장비가 다르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다. 때문에 똑같은 꽃가루임에도 어느 지역에서 우량 꽃가루로, 어느 지역에서는 저질 꽃가루로 각인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나주 배 시험장 관계자는 “한봉지의 꽃가루라 할지라도 환경변화, 검사방식, 검사장비 등에 따라 검사결과가 판이하게 다를 수밖에 없다”면서 “꽃가루의 성분상 우량 꽃가루를 검증하는 과정이 생각처럼 쉽지 않다”고 말했다.

정부가 제도정비 나서야

정부도 불량 꽃가루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지만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최근에서야 농림축산식품부는 꽃가루의 중국산 의존도를 낮추고 고품질의 꽃가루 생산을 위해 배 주산지에 오는 2017년까지 70ha 규모의 과수인공수분용 꽃가루 채취단지를 조성해 꽃가루 수요량의 90%를 국내산으로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그러나 꽃가루 채취단지 조성은 말처럼 쉽지 않다. 이미 초고령화에 진입한 농촌에서 꽃가루 채취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데다 비싼 인건비를 투입하는 것이 현실과 맞지 않기 때문이다.

때문에 농가들은 불량꽃가루가 유통될 수 없는 제도를 마련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특히 우량 꽃가루에 대한 기준을 마련하고 이를 검증해 줄 수 있는 기관을 선정해 주면 자연스럽게 불량 꽃가루는 설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미니 인터뷰  금보륜농업과학기술유한공사 리슈웨이 대표



불량꽃가루 결국 우량꽃가루로 문제 해결해야

▲ 리슈웨이 대표는 지난 2일 김민규 대표와 금보륜사에서 만남을 갖고 한국시장에 우량 꽃가루 공급을 약속했다.
중국 산동성 청도시에 소재한 금보륜농업과학기술유한공사(대표 리슈웨이)는 중국내 수많은 꽃가루 공급업체 중 유일하게 중국 CCTV 인증업체로 등재될 만큼 높은 품질을 자랑한다. 주요 수출국은 일본과 대만 등이다.

한국 또한 일본과 대만 못지않는 주요 수출국이 될 수 있지만 리슈웨이 대표는 한국시장을 두고 깊은 한숨부터 내쉬었다. 수년전 한국에서 온 업자들이 꽃가루 수입을 타진해와 몇 차례 거래를 했으나 한국으로 수출되고 나면 업자들이 싸구려 꽃가루와 섞어 판매하는 등 문제를 일으켜 거래를 끊었다는 것.

리슈웨이 대표는 “10년이상 수출하고 있는 일본과 대만 등은 아무 문제가 없었지만 한국은 늘 품질에 대한 문제가 발생해 골치가 아팠다”면서 “원인을 파악한 끝에 자사 제품과 저질 꽃가루를 혼합해 판매하는 사실을 확인하고 한국 수출을 즉각 중단했다”고 말했다.

품질을 최우선으로 강조하는 리슈웨이 대표의 경영방침에 한국 시장은 늘 골칫거리였던 것이다. 일찌감치 한국시장을 접었던 리슈웨이 대표는 최근 명가한농산 김민규 대표의 간곡한 요청으로 한국 수출에 조심스럽게 타진하고 있다.

리슈웨이 대표는 “금보륜사 꽃가루로 비정상인 한국 꽃가루 시장을 정상으로 만들어보겠다는 김 대표의 간곡한 요청을 결국 수용했다”면서 “중국에서 수출된 그대로 품질을 유지한다면 한국내에서 꽃가루 품질로 인한 논란을 종식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의. 김민규 대표 010-5577-0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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