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  순  일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사과연구소 농업연구관




사과 가격 하락이 심상치 않다. 농촌경제연구원의 농업관측월보에 의하면 지난해 같은 시기보다 약 23% 하락했고 저장사과 물량도 약 15% 많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사과의 생산 과잉 조짐은 몇 년 전부터 예측됐다. 재배면적이 증가했고 재배체계가 변했으며 새로운 사과원 조성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지난 1992년에 5만 2985ha였던 사과 재배면적은 2002년에는 2만 6163ha로 감소하였다가 조금씩 증가해 지난해에는 3만 1620ha였다. 재배체계도 변화돼 10년 이내에 조성된 사과원은 다수확을 위한 밀식재배체계로 관리되고 있다. 지난 10여 년 이상 안정적인 사과 가격에 수익성도 좋아 사과로 갈아타는 농가에 귀농자까지 합세해 재배면적 증가를 부추겼다.

이 때문에 사과 생산량은 점차 증가하다가 자연 재해가 없었던 지난해에는 적정 수준인 50만 톤을 넘어 58만 톤까지 증가했다. 외적으로는 열대?아열대 과일의 수입 증가가 사과 소비 둔화 및 가격 하락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처럼 여러 가지 환경을 고려할 때 우리나라 사과산업의 전망은 결코 밝다고 볼 수 없다. 예상되는 난국을 슬기롭게 극복하기 위해 몇 가지 제언을 하고자 한다.

첫째, 맛있는 사과를 생산해 소비자 입맛을 사로잡아야 한다. 지속적인 소비자 호응을 얻기 위해서는 크기나 외관보다는 맛이 최우선 시 되어야 한다. 품종 고유의 맛을 낼 수 있는 최적지에 심고 알맞게 익었을 때 수확하여 전 유통기간 동안 맛이 유지되도록 해야 한다.

둘째, 단위면적당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 과잉생산과 일면 상충되는 면이 있지만 생산자 입장에서는 단위면적당 생산량을 높이는 것이 수익 향상의 핵심요인이다. 경영 개선을 통한 가격 경쟁력 확보는 향후 가격 하락에 대응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소비자가 부담 없이 맛있는 사과를 구매할 수 있게 할 것이다.

셋째, 안심 사과를 만들고 홍보해야 한다. 사실 현재 유통되는 사과도 얼마든지 껍질째 먹어도 괜찮은 안심사과이다. 그럼에도 아직도 사과를 깎아 먹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소비자가 너무 많다. 1970~80년대에는 고독성 농약도 살포하고 횟수도 지금보다 훨씬 많았다. 그러나 지금은 맹독?고독성 농약은 이미 시장에서 퇴출되었고, 과학적인 영농으로 농약 살포 횟수도 획기적으로 줄었으며, 농가에서도 안전사용기준을 잘 지키고 있다. 또한 시장출하 농산물의 잔류농약 여부는 국가기관에서 수시로 감독하고 있으므로 안심해도 된다.

넷째, 틈새시장을 확대시켜야 한다. 사과는 색깔과 크기가 다양하나 우리나라에서 유통되는 대부분의 사과는 크고 껍질이 붉다. 사과 품종 중에는 껍질색이 황색, 녹황색, 자주색 등으로 다양하고, 크기도 방울토마토나 탁구공 만한 것도 있다. 다양한 사과는 급식용, 나들이용, 선물용, 이색(二色)사과, 삼색(三色)사과 등으로 상품화할 수 있다.

다섯째, 적극적으로 수출시장을 확대해야 한다. 사과 생산량이 많아지고 설상가상으로 신선사과가 수입되면 국내 소비만으로 소화시키기에는 한계가 있다. 남아도는 사과는 수출로 소화시켜야 하는데 현재 국내가격이 높다보니 수출량은 미미한 형편이다. 과잉생산시대를 대비해서 꾸준히 시장 개척에 노력할 필요가 있다.

여섯째, 새로운 사과원 조성은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지금 개원을 하면 본격 생산은 4~5년 후이며 그때는 지금보다 사과 가격이 낮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러므로 현재의 사과가격을 기준으로 하여 사과원을 개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우리나라 사과산업이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재배농가, 관련 단체, 연구기관이 합심해 미래를 준비하고 대비하는 노력을 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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