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유 호
국립농업과학원 수확후관리공학과장



예냉이란 수확한 즉시 작물이 밭에서부터 가지고 있던 온도를 낮춤으로써 수확할 때의 품질을 오랫동안 유지하기 위해 시행하는 급속냉각 작업을 말한다. 1960년대 전반까지는 예냉 후에 본 냉각을 했기 때문에 농산물의 온도를 절반만 냉각하는 것을 예냉이라고 하였다.

그러나 적정한 온도까지 냉각시키는데 소요되는 시간이 길수록 농산물의 신선도는 떨어진다. 또 한번 품질이 나빠지면 회복이나 유지가 불가능하다. 따라서 가능한 한 빨리 목표 온도까지 냉각하는 것이 품질 유지에 유리한 것으로 밝혀져 현재는 수확 후에 신속하게 목표 온도까지 냉각하는 것이 관례로 되어 있다. 예냉을 할 때는 냉각 필요온도의 1/2까지 2시간 이내에, 7/8까지 6시간 이내에 냉각하는 것이 경제성이나 신선도 보존을 위해서 바람직하다. 예냉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적절한 품목을 선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냉해야 할 작물을 선정할 때에는 품질변화 민감도와 수확시기 농산물의 온도다. 품질변화 민감도가 높은 작물은 주로 호흡량이 많고 증산계수(작물이 호흡을 하는 양의 측정단위)가 높은 품목인데, 대표적인 작물은 상추, 브로콜리, 아스파라거스 등 잎이 얇은 엽채류와 조직이 연한 버섯류이다.

품질변화 민감도가 높은 품목일수록 수확 후 신속하게 예냉한 다음 다듬기, 선별, 포장 등의 출하 준비 작업을 실시해야하며, 작업공간의 온도는 가능한 낮은 것이 좋다. 반대로 예냉 우선순위가 낮고 예냉까지 소요시간이 긴 품목은 신속히 출하준비를 하고 예냉해도 된다. 반입된 물량이 예냉시설의 용량을 초과할 경우에는 품목별 예냉 우선순위에 따라 먼저 예냉 할 품목을 결정한다. 우선순위가 비슷한 품목은 농산물 온도가 높은 것을 우선적으로 예냉하고 대기물량은 저온저장고에 보관한다.

수확에서 예냉까지 지켜야할 사항이 몇 가지 있다. 우선 농산물 온도가 낮은 아침이나 저녁시간에 수확하는 것이 좋다. 온도가 높을수록 예냉 시간이 길어지고, 예냉 중에 수분도 손실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수확 후 즉시 예냉을 하지 못할 경우에는 햇볕을 피해서 보관해야 한다.

여름철에 수확하는 작물은 햇볕에 1시간 노출시키면 품온이 15℃나 올라간다고 한다. 다행히도 최근에는 이동이 가능한 예냉장치가 개발되어 밭에서 수확과 동시에 예냉이 가능하다. 수확시간이 긴 농산물은 수확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수확 중간에라도 수확된 농산물을 예냉해야 한다.

딸기는 바깥 온도가 30℃인 경우 예냉이 2시간 지연될 때마다 유통 중의 비상품 비율이 10%씩 늘어난다.

수확된 작물은 민감도와 온도차에 따라 최소한의 예냉 시간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저장온도와 실외 온도의 차이가 12~25℃이면 민감도가 높은 품목은 2시간 이내에 예냉해야 하고, 25℃ 이상 차이가 나면 1시간 이내 예냉해야 선신도가 떨어지지 않는다.

예냉 방법은 강제통풍식, 차압통풍식, 진공식, 냉수식, 얼음식 등 여러 가지가 있다. 중요한 것은 품목에 따라 적절한 예냉방법을 선택하는 것이다. 양상추, 배추, 딸기, 버섯류 등은 수냉식으로 예냉을 해서는 안 된다. 잎상추, 시금치, 쑥갓, 비결구 배추는 진공식 방법으로 예냉하는 것이 좋다. 예냉의 최종 온도는 저장온도보다 2~3℃ 높은 것이 적당하다. 예냉실의 공기온도는 1~2℃ 낮게 설정하지만 농산물이 동결온도보다 낮아져서는 안 된다.

곧 있으면 베리류, 엽채류 수확철이 다가온다. 뙤약볕에서 고생하여 지은 농사인데 수확후관리 소홀로 소득이 줄어든다면 얼마나 속상한 일인가. 농업인의 고생이 무효로 돌아가는 일이 없도록 연구기관에서는 관련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현장에서 적정한 때에 알맞은 예냉을 해 고품질 농산물을 생산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여성농업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