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100년의 농업 주도하는 연구기관으로 거듭날 터”

국립농업과학원은 농촌진흥청 산하 기관 중 덩치가 가장 크다. 거대한 조직만큼 다양한 연구 분야, 다양한 연구 인력이 한데 어울러져 시너지를 내고 있다. 그러나 각기 개성이 강한 연구분야·인력으로 인해 자칫 조직내부의 이질감이 생기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녹록치 않은 조직. 이 조직을 이끌고 갈 적임자는 무엇보다 조직의 깊은 곳까지 파악하는 것은 물론 조직원을 한데 아우를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 지난 3월 농업과학원 수장에 오른 이진모 원장은 농촌진흥청 요직을 두루 거치며 괄목할만한 성과를 내온데다 농업과학원을 누구보다 잘 꿰뚫고 있는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취임후 한달여 동안 각 과별 간담회를 갖고 방향 설정을 완료했다는 이 원장. 지난 19일에는 경기도 수원시 농업유전자원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농업과학원의 미래상을 소신있게 밝혔다.

무엇보다 이 원장은 앞으로 농업과학원은 연구자를 위한 연구는 사라지고 수요자(농업인)를 위한 연구에 매진하게 될 것이고 완성된 연구 결과물은 반드시 홍보와 함께 현장에 접목돼야 연구과제가 종료되는 시스템으로 변화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이진모 원장과의 일문일답.


국립농업과학원장으로 취임하셨는데, 소감은?

농촌진흥청의 선임 연구기관이자 대표 연구기관인 농업과학원 원장직을 맡게 돼 매우 영광스럽고 다른 한편으론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 어려운 농업 환경을 극복하고 우리 농업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혁신적인 농업과학기술의 개발이 필요하며 농업과학원이 그 중심에 서서 중추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우리 농업에 다양한 첨단 과학기술과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접목시켜 고부가가치를 창출하고 농업이 미래 신성장동력 산업으로 우뚝 설 수 있도록 혁신적인 농업과학기술 개발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

농업 R&D 중추기관의 수장으로서 운영 방향과 계획을 듣고 싶다.

미래 100년의 농업을 견인하는 강한 농업과학원을 만들어가고 싶다. 이를 위해 4가지 프로젝트를 추진코자 한다.

첫째, (기관운영) 소통과 협력을 통한 ‘제자리 찾기’ 프로젝트이다. 소통을 활성화하기 위해 부서장 책임과 권한 확대, 직원 간담회 정례화 등을 추진하고 협력 강화를 위해 기술 수요조사, 현안문제 해결 등을 위한 대학, 산업체, 소비자가 참여하는 협의체 구성·운영할 계획이다.

둘째, (인력운영) 전문 분야별 ‘달인 만들기’ 프로젝트이다. 전문가 육성을 위해 기능별·분야별로 자체 인력양성 중장기 계획을 수립·운영할 방침이다.

셋째, (사업운영) 수요자가 만족하는 사업 만들기 프로젝트로, 기술 수요자를 소비자까지 확대하고 생산부터 소비까지 전주기적 수요자 맞춤형 연구기획을 강화할 계획이다. 넷째, (홍보강화) 수요자가 칭찬하는 농업과학원 만들기 프로젝트로, 수요자가 관심 있는 핵심 성과 중심으로 적극적인 세일즈 홍보를 실시할 계획이다.

농업과학원에서 그동안 많은 연구개발 성과들을 내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선할 점이 있다면?

그동안 농업과학원은 명실상부 대한민국 농업·농촌 발전의 원동력으로서 역할을 해왔다. 곤충의 항생물질로 화장품·의약품 개발, 위성·항공영상을 이용한 농작물 작황 추정 기술 개발, 스마트폰으로 빛, 온·습도, 양분을 원격 관리하는 스마트 온실 개발 등 많은 연구성과들을 이뤄왔다.    

또한 해마다 국가연구개발 100선에 이름을 올리고 과학기술진흥 정부포상 등 각종 과학기술 관련 상들을 거머쥐는 영예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영농현장이나 산업현장에서 요구하는 실용화 기술 개발 보급이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아무리 훌륭한 연구나 기술도 수요자가 체감하지 못한다면 그 가치는 퇴색될 수밖에 없다. 고객·현장·정책 중심의 맞춤형 연구와 발빠른 실용화가 무엇보다 필요하다. 농업인, 국민, 산업체에서 필요로 하는 기술이 무엇인지 신속히 파악해 수요자 중심의 연구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이상기상 현상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어떤 연구들을 추진하고 있는지?

이상기상으로 인한 농작물 피해를 사전에 막기 위해 ‘농장맞춤형 기상재해 조기경보시스템’을 구축했다. 이 시스템을 통해 농장 상황에 맞는 맞춤형 날씨 및 재해정보를 비롯해 재해를 피하거나 줄일 수 있는 관리대책을 휴대폰과 인터넷으로 미리 알려주는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현재 섬진강 유역 3개 시·군(하동, 구례, 광양)의 시범지역 500여 농가를 대상으로 서비스 중이며 올해 10개 시·군으로 서비스 지역을 확대하고 2017년까지 전국을 대상으로 서비스 기반 구축을 완료할 계획이다.

또한 새로운 병해충 발생도 늘고 있어 병해충 피해를 줄이기 위해 신속 정확한 예찰·진단·방제 종합관리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중국 등에서 날아오는 해충을 스마트폰과 컴퓨터로 실시간 확인할 수 있는 ‘스마트 공중 포집장치’를 개발해 신속 정확하게 해충을 예찰하고 있다. DNA 분자마커를 이용해 병해충을 신속히 진단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새로운 병해충 진단 표준 매뉴얼을 개발·보급하고 있다. 이상기상에 따른 가뭄, 고온, 냉해, 병해충 등에도 잘 자라는 농작물 개발을 위한 유용 유전자 발굴 및 활용기술도 개발하고 있다.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을 융복합한 스마트팜이 떠오르고 있다. 스마트팜 기반 구축을 위해 추진하고 있는 연구들은 무엇이 있는지?

첨단 ICT 융복합 기술을 접목해 스마트팜 핵심 요소기술을 개발해 생산성 향상과 기반을 구축해가고 있다. 스마트폰으로 온실의 기온, 습도, 이산화탄소, 양분 등을 원격으로 관리하는 한국형 스마트 온실·축사·버섯재배사 모델을 개발하고 산업화를 위해 규격 및 핵심부품을 표준화하고 있다.

토양의 전기전도도(EC), 수분, 온도, 산도(pH), 유기물 등 토양환경정보를 실시간 측정할 수 있는 토양센서 개발했다. 또 친환경 벼농사의 가장 큰 골칫거리인 김매기의 어려움 해소를 위해 논의 잡초를 제거하는 ‘벼농사용 제초로봇’도 개발했다.

농작물의 수급 안정화를 위해 드론(무인비행체), 위성영상, 항공영상 등을 활용해 벼, 배추, 무 등의 재배현황과 작황 등을 추정할 수 있는 기술도 개발하고 있다.

최근 곤충이 미래 식량자원으로, 의약품이나 생활용품의 소재로 주목받고 있다. 곤충산업을 육성하고 투자할 가치가 충분히 있다고 보는지?

미래 식량난 대비 및 고부가가치 식품 개발을 위해 과학적 안전성 입증을 거쳐 갈색거저리 애벌레(2014.7.), 흰점박이꽃무지 애벌레(2014.9.), 장수풍뎅이 애벌레(2015.6.), 쌍별귀뚜라미(2015.9.)에 대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한시적 식품원료로 인정을 받았다. 지난 3월에는 갈색거저리 애벌레(일명 고소애)와 쌍별귀뚜라미는 일반 식품원료로 인정됐다.

특히 곤충 자원은 다양한 의약품 및 생활용품 소재로도 활용되고 있다. 누에고치를 이용해 세계 최초로 ‘실크인공고막’과 ‘치과용 실크차폐막’ 등 의약용 소재를 개발했다. 꿀벌의 벌침액인 봉독으로 봉독화장품을 만들어냈고 현재 봉독을 이용해 여드름 예방 및 치료에 효과가 있는 의약 소재 뿐만 아니라 동물 의약품 개발도 추진 중이다.

애기뿔소똥구리에서 유래한 항생물질인 코프리신을 이용해 피부친화성 화장품이 개발돼 판매되고 있으며 장염 치료를 위한 의약 소재 개발 연구와 절지동물인 왕지네에서 아토피 치유에 효능이 있는 항생물질을 개발 중이다.

곤충은 지구상에 약 130만종(전체 동물 180만종 중 72%)이나 되는 지상 최대의 미개발 자원 중 하나로, 곤충산업은 21세기 황금알을 낳는 고부가가치 신성장 동력산업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

밭농업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밭작물 기계화율 제고 계획은?

밭농업은 ▲경지정리의 미흡 ▲지역별 재배양식의 다양화 ▲소규모 재배 등으로 인해 기계화율이 현재 56%대로 벼농사 98%에 비해 낮은 수준이기 때문에 2017년까지 65%대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이를 위해 기계화가 안 된 파종·정식·수확작업용 농기계를 집중 개발하고 경운·정지 작업부터 파종, 수확, 선별에 이르는 모든 공정을 기계화하는 기술을 개발할 계획이다.

오는 2017년까지 상용화 추진 중인 전자동 감자파종기, 승용 2조식 정식기, 승용 2조식 콩수확기, 수집형 감자수확기, 밭작물 트랙터 및 부착작업기(운반적재기, 붐방제기), 범용 콤바인 등을 차질없이 완료할 방침이다.
또 여성도 쉽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소형 다목적 파종기, 채소정식기 등 여성친화형 농기계 개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올해 농림축산식품부에서 대 중국쌀 수출 목표를 2,000톤으로 설정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추진하고 있는 것은?

대중국 수출용 쌀의 안전성 확보를 위해 중국과 우리나라의 농약잔류허용기준에 맞은 농약을 선발해 안전사용기준을 제시한 ‘중국 수출용 쌀 농약안전사용지침’ 책을 발간·보급했다. 또 항공방제용 농약도 포함돼 있어 개별 방제는 물론 공동 방제 시에도 쉽게 활용할 수 있다. 지침서는 수출 관련 기관·단체와 수출용 가공공장, 수출업체, 수출단지 등에 미리 보급해 영농 준비에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농진청은 농식품 수출 현장의 애로 해결 및 수출 경쟁력 제고를 위해 지난 4월 6일 ‘농식품수출 기술지원본부’를 출범시켰다. 또한 기초분야 수출지원단은 농업과학원장을 단장으로 수출농산물 농약안전성 지원, 농기계 수출지원, 생물자원 수출지원, 발효식품 수출지원 등을 지원한다.

끝으로 본지 12만 독자와 농업인들에게 한말씀 부탁드린다.

앞으로 우리 농업에 첨단 과학기술을 접목시키고 농업을 6차 산업으로 만들어간다면 농업은 미래 신성장 동력산업으로 우뚝 설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이에 농업과학원이 우리 농업의 첨단 과학기술 접목과 6차 산업화를 이끌어가는 선도기관으로서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
우리 연구원들과 함께 미래 농업의 변화를 빠르게 예측하고 고객·현장·정책 중심의 수요자를 위한 맞춤형 농업과학기술 개발에 보다 박차를 가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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