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범 규
농촌진흥청 생물안전성과 박사


생명공학기술을 이용하여 개발된 유전자변형작물(GM작물)은 2015년에만 1억 7,970만ha에 걸쳐 재배되었으며 이는 남한 면적의 약 18배에 해당하는 면적이다. 유전자변형작물 종자의 세계 시장 규모는 2014년 기준으로 157억 달러에 이르며 상업용 종자시장의 35%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전 세계적으로 많은 작물들이 유전자변형작물로 재배되고 있는 실정으로, 현재 콩의 경우 전 세계 재배면적의 82%를 유전자변형 콩이 차지하고 있으며, 면화의 68%, 옥수수의 30%, 유채의 25%가 유전자변형작물이다. 유전자변형작물은 1996년에 상업화된 이후로 20년 간 재배면적 및 이용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이러한 유전자변형 기술은 근래 역사에서 가장 빠르게 적용된 작물생산 기술로 알려져 있다.

많은 전문가들은 유전자변형작물이 미래 식량문제 해결의 주요 대안으로 손꼽으며, 바이오에너지 생산, 환경오염 제거, 기능성 및 의약품 물질 생산 등에도 활용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이와 함께 유전자변형작물에 대한 우려도 많이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대표적으로 유전자가 변형되었기 때문에 이 작물을 섭취하였을 때 몸에 해롭거나,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지에 대한 우려가 많다. 하지만 유전자의 변형은 단지 유전자변형작물에서만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1990년대 초 멘델의 유전법칙이 발표된 이후로 사람들은 부모세대를 교잡시켜 부모의 우수한 특성만을 갖는 자손을 선발하는 ‘육종’ 기술을 통하여 농업적으로 우수한 품종들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육종기술은 수량 증가, 내병성 증가, 맛 개선 등 분야에서 전 세계적으로 활용되었으며, 현재 우리가 이용하는 대부분의 작물들에 적용되어 있다. 이러한 교잡육종도 유전자의 변형에 기초하는데 부모의 유전자를 섞어 사람들이 원하는 새로운 유전형의 자손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또한 방사선, 화학물질을 처리하여 유전자를 변형시켜 새로운 특성의 돌연변이를 유도하는 ‘돌연변이 육종법’도 현재 흔하게 사용되는 농업기술이다.

 유전자변형작물은 이러한 농업육종법의 연장선으로 알려져 있다. 유전자변형기술에서는 내가 원하는 형질의 유전자만을 취하여 다른 작물에 넣어줌으로 쉽고 빠르게 원하는 형질을 얻을 수 있어, 기존 전통육종의 단점인 무작위적인 형질 발생을 극복할 수 있다. 또한 교배가 불가능한 다른 생물종의 형질도 도입시킬 수 있으므로 그 활용범위를 높일 수 있다.

유전자변형작물에 대한 오해 중 하나가 ‘유전자변형작물에만 유전자가 들어있다’거나 ‘유전자변형작물을 섭취하면 변형된 유전자가 내 몸의 유전자를 바꾼다’라는 것이다. 하지만 생물체는 세포 하나에 수만개 이상의 유전자를 지니고 있으며 우리가 식품으로 섭취할 때 우리 몸으로 전이되지 않는다. 예를 들면 우리가 밥을 먹지만 쌀의 유전자가 우리 몸에 전이되어 우리가 벼가 되거나 하지 않는 것과 같다. 세계적으로 의약·농업·바이오에너지 등 인류의 고민을 해결할 핵심기술로 부상하고 있는 생명공학기술은 이미 여러 분야에서 우리생활에 이용되고 있다.

특히 유전자변형작물 기술의 경우 다국적 기업이 관련 기술의 원천특허를 독점하고 있으며 지금도 막대한 투자를 연구개발에 쏟고 있다(몬산토사의 농업생명공학 분야 연구개발비는 17억달러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일본, 중국, 인도, 브라질 등 신흥 경쟁국들이 자국의 기술로 개발한 유전자변형작물의 상업화를 추진하고 있으며, 중국의 경우 2016년 중국 국영기업이 거대 다국적 종자기업인 신젠타를 약 52조원에 인수하여 유전자변형작물 개발 강국으로 도약을 시도하고 있다. 우리도 이러한 세계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도록 어느 때보다 절실한 노력이 요구되고 있으며, 유전자변형생물체(GMO)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미래 첨단기술의 국가 경쟁력 강화에 힘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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