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농수산홈쇼핑은 역사를 새로 썼다. 지난 1월10일 하루 매출 43억 원을 돌파한 것이다. 이는 농수산홈쇼핑이 방송을 시작한 이래 최초이자 최고의 기록이다. 직원들은 축제 분위기에 들떴고, 회사는 다음날 전 직원에게 떡을 돌리며 자축했다. 장사가 잘 됐다고 전 직원에게 떡을 돌린 것도 창사 이래 처음이었다.

직원들은 새해 벽두부터 ‘금년은 기필코 역사를 새로 쓰자’며 의지를 모았다. 직원들은 드디어 1월10일을 ‘챌린지 데이’로 정하고 비장한 각오로 출정(出征)했다. 사실 몇몇 직원은 그날 할인행사, 사은품 증정 등 매출을 올릴 수 있도록 ‘당근’을 고객들에게 제시하자고 제안하기도 했으나 나는 반대했다. 나는 “당근은 당의정일 뿐으로 일시적 효과는 있을지 몰라도 근본적으로 큰 의미는 없다”고 일축했다.

결과는 ‘당근’이 없어도 대성공이었다. 나는 그 이유가 무엇일까 곰곰 생각해보았다. 그날은 방송기법도 좋았고 편성전략도 훌륭했다. 모든 스태프들이 일치단결하며 노력하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그런 것만으로는 설명이 잘 안되었다.

내 결론은 ‘기(氣)’였다. 전 직원은 그날 자신의 ‘기’를 있는 대로 끌어 모았던 것이다. 비논리적인 얘기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나는 그날 ‘기’의 존재를 확인했다. 만질 수도 없고 눈에 보이지도 않지만 ‘기’는 ‘그날의 기적’을 이루는 일등공신이었던 것이다.

나는 기업의 CEO로서 직원들에게 평소에도 ‘기’를 강조해왔다. 때로는 ‘열정’과 ‘도전이라는 이름으로, 때로는 ‘장인정신’과 ‘창조정신’이라는 이름으로 ‘기’의 중요성과 필요성에 대해 역설해온 것이다. 이러한 ‘정신적인 무엇’이 두뇌나 테크닉보다 한결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가만히 살펴보면 그런 사례는 우리 주변에 의외로 많다. 가까운 예로 2002년 한일 월드컵 때의 4강 ‘신화’만 해도 그렇다. 홈그라운드의 이점이라든가 대진 운이 따른 것도 사실이지만 붉은 인파로 가득 찬 시청 앞 광장의 함성과 같이 온 국민을 하나로 묶은 응원의 열기, 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 찬 선수들, 그리고 그들과 함께 호흡을 맞춘 명감독의 열정이 만든 값진 결과일 뿐 신화는 아니다.

얼마 전 우리나라를 방문한 바도 있는 미국의 사이클 선수 랜스 암스트롱의 암을 극복한 이야기는 또 어떤가. 인간 승리의 드라마를 쓴 그의 도전정신은 몇 번을 되풀이해도 감동적이 다. 세계 사이클 챔피언으로 거칠 것 없는 25세의 젊은 나이에 고환암이라는 판정을 받았고 이미 폐와 뇌까지 전이된 심각한 상태에서도 그는 삶을 포기하지 않았다.

오히려 암의 영어 철자인 CANCER를 다음과 같은 이니셜로 풀이했는데, C는 용기(Courage)로, A는 태도(Attitude), N은 포기하지 말 것(Never give up), C는 치료할 수 있다(Curability)는 의지로, E는 자신뿐만 아니라 남을 위한 계몽(Enlightenment)의 정신으로, R은 동료환자에 대한 격려와 응원의 메시지인 기억할 것(Remembrance of fellow patients)의 R로 설정함으로써 위대한 도전을 시작한다. 그리고 삶에 대한 열정을 다시 찾고자 지옥의 레이스라고 불리는 ‘투르 드 프랑스’ 사이클 대회에서 우승하겠다는 목표를 세워 결국 암을 이겨냈고, 마침내 1999년에 처음으로 도전한 ‘투르 드 프랑스’ 대회에서 기적 같은 우승을 차지했다.

이 대회는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는 철인 중 철인의 경기로 암 치료를 받았던 그가 우승하리라고 생각했던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로부터 2004년까지 대망의 6연패를 달성함으로써 이 대회에서 6연패에 성공한 최초의 사람이 되었다. 과연 이것은 기적인가?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는 운명과의 기 싸움에서 승리한 것이다. 그의 투쟁과 노력의 과정은 차치하고 그저 그가 이룬 승리에 대해서만 아는 사람들이 쉽게 기적이라 하고, 신화라고 찬탄하는 것이다.

운이 따라준다면 고맙고 좋은 일이지만 세상 일이 어디 운만으로 해결될 수 있는가. 기를 펴자. 그리고 아낌없이 기를 쓰자. 이제 운칠기삼(運七技三)이 아니라 운삼기칠(運三氣七)이다.



도상철 대표 약력
1946년 1월 10일 생
2002년 제일사료(주) 경영지원담당 임원
2007년 (주)농수산홈쇼핑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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