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 농협금융이 조선·해운업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서 경영에 비상이 걸렸다. 농협 최대의 자회사인 NH 농협은행은 최근STX 조선해양에 대한 충당금 영향으로 지난해 4분기 적자를 기록한데 이어 올 1, 2분기에도 해운업 부실여신으로 인해 순이익이 급감, 대규모 손실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농민을 위한 금융을 표방하며 출범한 NH 농협금융이 농협과 전혀 관련이 없는 조선·해운업으로 인한 부실여신으로 막대한 피해를 보면서 농협 전체가 경영위기에 놓였다. 최근 금융권에 따르면 NH 농협은행 조선업 여신은 조선해양,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STX  등 조선사에 대한 여신규모가 5조원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조선업에 대규모 여신이 몰려 있는 것은 2012년 농협 신경분리 이전에 이뤄진 것으로 알려져 농협중앙회 자체 책임도 피할 수 없다.

2008~2009년 당시 다른 시중은행들이 글로벌 경제위기로 조선해운업에 여신을 줄여 갈 때 오히려 농협은행은 국책은행들과 함께 조선·해운업에 지원을 늘인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이 시기에 농협은행이 여신을 늘인 이유가 농협의 자의적인 판단보다는 정부 주도로 이뤄졌다고는 하지만 그 책임과 한계는 벗어날 수 없다.

실 예로 일반 국책은행들의 경우는 손실이 나면 정부가 손실을 보전해 주지만 농협은행의 경우는 정부에도 손을 내밀수도 없다. 그렇다고 농협은행이 일반금융 지주처럼 적립금을 충분히 쌓아 놓지도 못하고 있어, 고스란히 농협이 책임을 져야 할 상황에 있다. 이번 조선·해운업에 대한 부실여신으로 인해 농협이 올 한해 적립해야 할 충당규모는 2조원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협의 비상경영이 불가피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난달 김용환 농협금융지주 회장이 부실을 한꺼번에 정리하는 빅 배스 (big bath)를 공언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농협이 이 같은 대규모 충당금으로 인해 농협이 적자를 내면 회원조합과 조합원 농업인들이 피해를 보게 된다. 농민을 위한 금융을 표방하며 출범한 농협금융이 일반농업인에게는 까다로운 대출 문턱이 농업인들과 무관한 조선·해운업에 수조원의 피해를 보면서도 누구하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이번 사태로 인해 농협중앙회는 회원조합이나 농업인들에게 피해를 주는 일은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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