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퐁’. 나무로 만든 테이블의 가운데에 네트를 치고 라켓으로 공을 쳐 넘겨 승부를 겨루는 스포츠. 탁구라 한다.
허나 우리 사회에서의 핑퐁은 너무 만연한 책임회피성 용어로 일반화된지 오래다. 지난해 중동호흡기증후군(일명 메르스)이 창궐하던 때, 전염 신고나 문의를 담당하던 곳이 어디냐는 전화가 쇄도했었다. 이때 주민센터와 지역보건소, 병원 등은 서로 책임소지를 떠넘기느라 바빴고, 전국의 국민들은 오로지 몸을 움츠리는 본능에 매달려야 했다. 관계자들이 ‘핑퐁을 친’ 것이다. 이런 일은 생활속에서 국민을 더욱 ‘을(乙)’의 비애를 겪게 하고, 선진화의 굳건한 장애물로 자리하고 있다.

이런 ‘핑퐁 짓’은 중앙정부 쪽으로 가면, 단수가 높아지고 행정의 수단이 된다. 지난 10일 기획재정부는 398조1천억원의 2017년 예산 기준을 잡았다. 올해보다 3.0% 증가한 규모이지만, 최근 몇 년간 가장 낮은 수준의 증가율이라고 설명했다. 지속적인 재정개혁 과정임을 이유로 달았다. 헌데, 농림분야 예산이 줄어든 것에 대해서는 보도자료 대로 ‘각 부처 요구안을 토대로’를 강조했다. 예산 축소의 이유를 해당부처에 물어보란 것이다.

이쯤에서 농식품부의 반응도 별반 다르지 않다. 농식품부 관계자 또한 “아직 해당부서 예산안은 확정된 게 없고, 사업부문별 예산 배정문제도 판단할 수 있는 게 없다”는 정도다. 기재부의 실링(Ceiling:대체적 예산요구한도)의 무의미함을 강조하는 수준이다. 그럼 기재부가 발표한 ‘2017년도 예산 요구 현황’은 어떤 의미를 가지며, 누구에게 책임있는 답변을 들을 수 있는 내용인지 의아해진다. 분명 농업예산이 2.4% 삭감될 것이 예상된다는 자료인데, 자료를 낸 기재부나 농업담당 농식품부나 서로 ‘모르쇠’를 연발한다.

농업계는 불안하다. 해마다 이맘때면 답을 들을 수 없는 ‘괴기한’ 정보로 몸살을 앓고 있다. 정부란 큰 조직에서 농업예산이 깎일 것이라고 예상치를 내 놓고, 농민이 ‘왜 그러냐?’고 물을 수 없어 걸린 답답한 속병인 것이다. 당장 책임추궁없이 행정을 수월하게 볼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농업예산이 모두 결정되고 뒤늦게 아스팔트로 뛰어나가는 현상이 거듭될수록 나라의 에너지는 낭비되는 것이고, 국민 혈세는 휴지통에 들어가는 것이다.
저작권자 © 여성농업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