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 재 경
국립농업과학원 농업미생물과 농업연구관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는 임기 마지막 대형 과학 프로젝트로 ‘국가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 계획을 발표했다. 이 사업에는 2년간 1억 2100만 달러 (약 1440억원)가 투자될 예정이라고 한다. 마이크로바이옴이란 특정 장소나 부위에 서식하는 미생물 전체를 의미한다.

2012년 인간-마이크로바이옴 연구가 완료된 이후 농작물과 소, 돼지 등의 가축에 영향을 미치는 토양미생물을 비롯해 식물, 대기, 해양, 인간에 살고 있는 다양한 미생물에 대하여 막대한 예산과 전문 인력이 투입되고 있다. 인간-마이크로바이옴 연구는 우리 몸 속에 서식하는 미생물 전체를 연구하여 인체에 미치는 영향력, 즉 건강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음을 밝혀내고 있다.

우리 몸속 장내세균은 제2의 인간유전체라고 불리며 해로운 미생물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막거나 서로 견제하며 서식하고 있는데 이와 같이 우리 몸속 미생물이 해로운 미생물의 개체수를 최소화하여 균형을 맞춤으로써 우리의 건강을 지켜주는 일을 하고 있다.

한 예로 항생제 복용 등에 의해 장내 미생물의 균형이 깨져서 만성설사병이 발생하는 경우 건강한 사람의 분변내 미생물을 이용하여 분변미생물이식(Fecal microbial transplantation)이라는 기법을 통해 치료하고 있다.

이와 같이 생명과학 및 의학에서도 각광을 받고 있는 미생물은 농업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2011년부터 추진된 테라제놈 계획(TerraGenome project)을 통해서도 토양 내에 살고 있는 미생물의 역할이 농업의 가장 중요한 요소임이 밝혀지고 있으며,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인 빌게이츠가 세운 빌앤멜린다 재단은 4년간 1억 달러(약 1150억 원)를 인간과 농업미생물 연구에 투자하기로 했다.

국내에서도 지난 4월에 개최된 한국 식물병리학회에서 식물-마이크로바이옴(Phytobiome)분야의 연구가 시작됨을 알렸으며, 농촌진흥청에서도 식물-미생물군집(plant-microbiome)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식물-미생물군집 연구를 통하여 병 방제, 면역 증강, 생육촉진 등의 작물의 건강과 생산성에 관련된 역할을 밝혀내고 이들을 농업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활용 기술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농업에서 활용되는 미생물의 수요는 해마다 증가하여 약 130여 시군농업기술센터에서 약 29,000여톤의 농업미생물을 약 310,000호의 농가에 보급하고 있다. 농촌진흥청 농업미생물과는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농업미생물의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전국 9개 도농업기술원과의 협업을 통해 작물의 건강과 생산성 증대에 효과가 우수한 맞춤형 미생물의 현장적용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농업미생물을 이용하여 고령지 여름배추의 생산량 증대와 무름병 방제에 효과를 검증하였으며, 상추의 증산효과뿐 아니라 고추의 생산성을 향상하는 활용 기술을 개발하여 보급하고 있다. 양파, 무, 가을배추 등의 증수뿐 아니라 고추의 상품성을 높이는 기술과 더불어 상추잿빛곰팡이병, 토마토흰가루병, 고추탄저병과 같은 작물 병뿐 아니라 가루이나 파밤나방과 같은 해충방제 또한 농업미생물을 이용하고 있다. 농가 소득 증대와 친환경 지속농업의 기반 구축에 기여하고 있다.

농업에서 절대 없어서는 안 될, 필수적인 동반자인 미생물은 작물의 건강과 생산성의 증대에 중요한 열쇠(key player)이다. 식물-미생물 군집의 연구와 유용 미생물의 현장적용 기술 개발을 통해 미생물의 활용 범위는 더욱 확대될 것이며, 친환경 농산물의 생산과 국민의 안전 먹거리의 중심에서 유용미생물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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