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7년여를 끌어왔던 국내 첫 담배소송의 1심 판결이 내려졌다. ‘흡연과 폐암 발병사이에 역학적 관련성은 인정되지만, 흡연자들의 발병과 흡연사이의 개별적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고 흡연은 개인의 자유의지에 의한 선택’이므로 원고 패소라고 판결한 것이다.

의학계와 소비자들은 의학적 상식을 뒤집는 판결이라고 즉각 반발하고 나서는 등, 앞으로 사회적 논쟁이 격화될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1950년대 미국의 한 거대담배회사가 카우보이 복장으로 담배를 부쳐 문 ‘말보로 맨’을 등장시켜 전 세계 남성흡연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푸른 담배연기 사이로 날뛰는 말 위에 올라탄 ‘말보로 맨’은 강인하고 멋진 남성상의 대명사였고, 흡연자들의 우상이었다. ‘말보로’는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고 전 세계 최고의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흡연예찬론자들은 한 개비의 담배가 가져다주는 정신적 안정감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카타르시스라고 주장하고, 혐연론자들은 폐암이나 버거스씨병 같은 목숨을 위협하는 난치성질병의 원흉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늘 새해가 되면 금연실천이 사회적 화두가 되고, 담배소비가 감소했다는 데이터가 단골메뉴로 등장하곤 했다.

살기가 팍팍한 세상에서 담배 한 대 피우는 낙마저 없다면 어떻게 세상을 살아나가느냐고 항변하는 사람들에게 담배는 구름과자요, 심심초요, 애인과 같을 것이다. 그렇지만 세상은 애연가들의 설 자리를 빼앗고, 자유의지의 선택은 법정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말보로 맨’은 폐암발병의 선도자로 낙인찍혀 그 화려했던 신화의 막을 내렸고, 담배회사는 거대한 소송에 휘말려 사상최대의 배상금을 내줘야 할 판이다.

논두렁 물꼬를 손질하면서 깊은 한숨으로 내 뿜는 담배 한 개비의 즐거움마저도 빼앗길 지도 모를 농부의 가슴은 이래저래 새까맣게 타들어 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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