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진 면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원예특작환경과장


근권 해충은 ‘토양에 서식하면서 작물의 뿌리, 구근 등에 피해를 주어 생산량을 떨어뜨리는 곤충과 응애’를 일컫는다. 쉽게 말하자면 토양에 서식하면서 작물을 가해하고 피해를 주는 해충이다. 근권 해충은 파리류(작은뿌리파리, 고자리파리, 긴수염버섯파리), 응애류(뿌리응애, 오이긴털가루응애) 및 선충류(뿌리혹선충, 구근선충, 뿌리썩이선충) 등이 있다.

근권 해충은 지상부 잎과 줄기가 시들거나, 죽을 때까지 육안으로 관찰이 어려워 피해가 많다. 근권 해충들은 직접 유충이 작물의 뿌리를 갉아먹어 잘라버리거나, 원뿌리의 끝부분을 잘라먹고 속으로 들어가 피해를 준다. 또한 간접적으로는 토양 중에 존재하는 작물에 병을 일으키는 병원균을 먹거나, 몸체에 묻혀 작물체내로 옮겨가기 때문에 해충 단독에 의한 피해보다 10〜20% 피해를 더 가중시킨다.

채소, 화훼, 버섯 등 원예특용작물은 근권 해충으로 인해 5〜45%의 피해를 받고 있다. 이러한 피해는 경제적 손실로 추정하면 농업생산액의 상당한 금액 감소를 가져온다. 예를 들어 2015년 통계자료(농림축산식품부)에 의하면 국내에서 재배되고 있는 채소, 화훼, 버섯의 생산액이 100,512억원인데, 이중에서 근권 해충의 피해로 생산량이 평균 10% 감소하면 피해액은 연간 10,051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근권 해충의 피해가 증가하는 이유는 몇 가지가 있다. 첫째, 지상부 해충에 비해 연구가 미진하며 수행된 연구들도 일부 해충에 국한된 단편적인 연구로 관련 정보가 적다. 둘째, 근권 해충은 토양 중에 서식해 조기 예찰이 곤란하고 작물에 피해가 나타날 때까지 모르는 경우가 많아 적기 방제가 어렵다. 셋째, 살충제를 사용하더라도 저항성이 발현되어 방제효과가 떨어진다.

현재와 같이 단편적인 연구와 예찰기술 개발의 부재 및 살충제 일변도의 방제기술로는 근권 해충을 관리하는 것은 어렵다. 따라서 새로운 예찰 및 방제법과 기존에 개발된 기술의 체계화를 통해 종합관리기술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근권 해충이 문제가 되는 주요 원예특용작물인 오이, 수박, 딸기, 토마토, 양송이, 느타리버섯 등에서 친환경 방제 기술 연구를 2014년부터 체계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황색 끈끈이트랩, 감자절편을 이용한 근권파리 예찰 기술과 토양 서식성 천적인 마일즈응애나 끈끈이트랩을 이용해 근권파리의 알, 유충, 번데기와 성충을 동시에 방제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버섯파리를 친환경적으로 방제하기 위해 백색 LED, 끈끈이트랩 및 마일즈응애를 이용하는 기술도 개발됐다. 

최근에는 근권파리의 새로운 토착천적인 ‘황색다리사냥파리’와 ‘근권파리기생봉’등을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발견하고, 농가에 보급하기 위해 이용기술에 관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또한 천적, 미생물 유래 천연물질 등 친환경자재를 이용한 방법으로 피해 수준 이하로 선충의 밀도 관리가 가능하다는 연구결과를 얻었다.  

개발된 기술을 농가에 신속하면서 정확하게 적용될 수 있도록 현장실증을 통해 효과를 검증하고 문제점을 보완해 농가에서 쉽게 적용할 수 있는 종합관리 매뉴얼을 만들어 보급할 계획에 있다. 확대 보급은 농촌진흥청이 주관하는 신기술보급사업 등을 통해 거점 지역에 시범적으로 보급하며 개발된 기술의 특허출원, 기술이전 및 제품화의 추진은 실용화재단과 농산업계를 통해 추진한다.

근권 해충 관리는 원예특작의 생산성과 품질 향상을 위해 필수적이나 예찰이 어렵고 약제 방제효과가 낮다. 따라서 친환경 방제 방법 등 가용 기술의 종합적인 관리체계를 매뉴얼로 작성해 보급하고 이용 가능한 친환경 제제는 실용화를 통해 방제효과를 높이고 경제성을 확보한다면 근권 해충 관리 방안으로 각광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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